S&P500 예상이익 대비 주가배수, 연초 22.2배서 19.3배로 하락
엔비디아 등 AI 대표주도 과거만큼 높은 프리미엄 못 받아
8월13일 이후 S&P500 25개 산업군 중 18개 하락...은행·부동산은 10% 넘게 밀려

마이크로소프트·엔비디아·애플·메타 4곳이 3분기 S&P500 상승분 사실상 전부 떠받쳐
"금리 충격은 이미 주식시장에 반영 중...강한 실적이 가리고 있을 뿐"

미국 증시가 사상 최고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높은 금리가 주식시장의 가치평가를 이미 크게 깎아내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공지능(AI) 투자붐의 대표 수혜주인 엔비디아(Nvidia)조차 투자자들이 과거처럼 높은 프리미엄을 지불하지 않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7일 미국 10년 만기 국채금리가 24년 만의 최고 수준까지 올라서면서 주식의 밸류에이션이 빠르게 낮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뉴욕 증권 거래소
(뉴욕 증권 거래소. 자료화면)

S&P500은 올해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지만 향후 12개월 예상이익을 기준으로 한 주가수익비율(PER)은 연초 약 22.2배에서 현재 19.3배 수준까지 떨어졌다.

주가는 버티고 있지만 투자자들이 기업의 이익 1달러에 지불하려는 가격은 상당히 낮아졌다는 의미다.

엔비디아도 과거만큼 높은 프리미엄 못 받는다

엔비디아는 올해 미국 증시 상승의 상징과 같은 기업이다.

AI 데이터센터용 반도체 시장을 장악하면서 주가는 계속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하지만 주가가 올랐다고 해서 밸류에이션까지 높아진 것은 아니다.

WSJ에 따르면 엔비디아의 예상이익 대비 주가배수는 올해 들어 상당폭 하락했다.

기업의 이익 전망이 주가보다 더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엔비디아 주가는 올랐지만 시장이 엔비디아의 이익 1달러에 매기는 가격은 오히려 낮아졌다.

이는 기술주조차 금리 상승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S&P500 PER 22.2배→19.3배

미국 증시 전체에서도 같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S&P500의 향후 12개월 예상이익 기준 PER은 연초 약 22.2배였다.

현재는 19.3배 수준까지 낮아졌다.

약 3배수 가까이 축소된 것이다.

크로스마크 글로벌 인베스트먼츠(Crossmark Global Investments)의 밥 돌(Bob Doll) 최고투자책임자는 WSJ에 "금리 상승은 이미 주식시장에 엄청난 영향을 미쳤다"고 평가했다.

그는 "PER이 세 배수 정도 낮아졌다"며 다만 기업들의 이익이 워낙 강력했기 때문에 금리 충격이 지수에서는 잘 보이지 않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왜 금리가 오르면 주식가치가 떨어지나

원리는 비교적 단순하다.

미국 국채는 사실상 세계 금융시장에서 위험이 가장 낮은 자산으로 취급된다.

10년물 국채가 2%의 수익률을 제공할 때 투자자는 더 높은 수익을 기대하며 주식의 위험을 감수할 이유가 충분하다.

그러나 국채가 5% 이상의 수익률을 제공하기 시작하면 상황이 달라진다.

정부가 보장하는 채권을 보유해도 연 5% 이상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위험을 감수하고 주식을 사려면 이전보다 더 높은 수익률이 필요하다.

그만큼 투자자가 주식에 지불할 수 있는 가격은 내려간다.

네이션와이드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의 마크 해킷(Mark Hackett) 수석 시장전략가는 이를 "금융의 기본 원리"라고 표현했다.

금리가 높아지면 주식가치는 낮아진다는 것이다.

10년물 국채금리 5.364%까지 상승

금리 상승폭은 상당하다.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7일 장중 5.364%까지 올라 2002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30년물 역시 24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후 390억달러 규모 10년물 국채 입찰에서 강한 수요가 확인되면서 금리는 5.28% 수준까지 후퇴했다.

10년물 국채금리는 지난 분기 1994년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다.

로이터가 5~7일 약 60명의 채권전략가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도 시장 전문가들은 올해 장기금리 상승을 반복적으로 과소평가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금리가 1%포인트 오를 것이라고 누가 예상했나

번스타인 프라이빗 웰스 매니지먼트(Bernstein Private Wealth Management)의 알렉스 찰로프(Alex Chaloff) 최고투자책임자는 WSJ에 올해 초 현재 상황을 예상하기는 매우 어려웠다고 말했다.

그는 "연초에 10년물 금리가 100bp, 즉 1%포인트 더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면 지금과 같은 주식시장 결과를 예상한 사람은 거의 없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통상 장기금리가 1%포인트 오르면 성장주와 기술주에는 상당한 충격이 발생한다.

그런데 올해 S&P500은 오히려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 이유는 기업이익이었다. 찰로프는 "현실은 이익이 대단히 좋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금리가 밸류에이션을 깎고, 실적이 주가를 떠받쳐

현재 시장을 가장 간단하게 설명하면 두 힘이 정반대 방향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쪽에서는 금리가 상승하면서 주식의 적정 밸류에이션을 낮춘다.

다른 쪽에서는 AI 투자붐과 강한 기업실적이 기업의 예상이익을 높인다.

지금까지는 이익 증가의 힘이 더 강했다.

그래서 PER이 낮아졌는데도 주가지수는 올라갔다.

주가가 크게 떨어져서 PER이 낮아진 것이 아니라 기업의 예상이익이 더 빠르게 증가하면서 밸류에이션이 낮아진 것이다.

하지만 시장 전체는 이미 상당히 약해졌다

문제는 이 강한 실적이 시장 전체에 나타나는 현상이 아니라는 점이다.

S&P500이 직전 최고치를 기록했던 8월13일 이후 25개 산업그룹 가운데 18개가 하락했다.

동일가중 S&P500 지수는 약 5% 떨어졌다.

동일가중지수는 엔비디아와 애플처럼 시가총액이 큰 기업에 더 높은 비중을 주지 않고 500개 기업을 거의 동일하게 취급한다.

따라서 현재의 일반 S&P500과 동일가중 S&P500의 격차는 미국 증시 상승이 극소수 대형주에 집중돼 있음을 보여준다.

은행·부동산은 10% 이상 하락

고금리에 민감한 산업에서는 이미 상당한 조정이 나타났다.

WSJ에 따르면 은행과 부동산 등 일부 산업군은 8월 이후 10% 이상 하락했다.

부동산은 대출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금리 상승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는다.

은행도 높은 조달비용과 신용위험 증가, 채권가격 하락 등의 영향을 받는다.

소비와 경제상황에 민감한 경기민감주 역시 높은 금리의 영향을 피하기 어렵다.

시장을 버티게 하는 것은 AI 3개 업종

반면 시장 상승을 주도하는 업종은 매우 분명하다.

소프트웨어와 정보기술, 반도체다.

세 분야 모두 AI 투자붐이라는 하나의 주제로 연결돼 있다.

기업들의 AI 관련 매출과 이익 전망이 계속 상향되면서 높은 금리가 기술주의 밸류에이션에 미치는 충격을 상쇄하고 있는 것이다.

로이터에 따르면 시장은 3분기 S&P500 기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약 30%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AI 관련 기업의 이익 증가가 전체 실적 성장을 주도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마이크로소프트·엔비디아·애플·메타 4곳이 지수 떠받쳐

시장 집중도는 숫자로 보면 더 극단적이다.

시타델 시큐리티즈(Citadel Securities) 조사에 따르면 마이크로소프트와 엔비디아, 애플, 메타플랫폼스 4개 종목은 3분기 동안 S&P500에 약 300포인트의 상승 효과를 냈다.

그런데 나머지 496개 종목은 합쳐서 약 150포인트를 깎았다.

즉 이 4개 기업이 없었다면 S&P500은 상승하기는커녕 하락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시타델의 스콧 러브너(Scott Rubner)는 고객들에게 "주식시장은 경제가 아니며, 점점 더 S&P500은 평균적인 주식을 대표하지도 않는다"고 지적했다.

지수는 오르는데 평균 종목은 떨어지는 시장

이런 시장에서는 투자자가 뉴스를 보는 방식도 달라져야 한다.

"S&P500이 올랐다"는 말만으로 미국 주식 전체가 올랐다고 판단하기 어렵다.

현재는 몇몇 기업의 시가총액이 너무 커져 이들 기업의 움직임이 지수 전체를 지배한다.

실제로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최근 한 달 동안 4.2% 하락했다.

같은 기간 나스닥은 약 4% 상승했다.

골드만삭스와 보잉, 홈디포, 나이키, 맥도날드 등 경기와 소비에 민감한 기업들은 다우지수를 끌어내렸다.

어제 사상 최고였던 시장이 오늘은 다시 금리 압박

7일 시장에서도 이 구조가 확인됐다.

S&P500과 나스닥은 사상 최고치에서 소폭 후퇴했고, 10년물 국채금리는 장중 5.36%를 넘어섰다.

다만 이후 국채 입찰에서 예상보다 강한 수요가 확인되면서 채권매도세는 다소 진정됐다.

연방준비제도(Fed)의 9월 회의 의사록에서는 기준금리 인상 결정 자체는 만장일치였지만 왜 금리를 올려야 하는지를 놓고 위원들의 시각이 상당히 달랐던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는 에너지 가격 상승과 인플레이션 기대를 억제하기 위한 선제적 대응으로 봤고, 다른 위원들은 미국 내 수요 자체가 인플레이션을 만들고 있어 추가 긴축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높은 금리가 단순히 연준 때문만은 아니다

최근 장기금리가 오르는 이유를 연준만으로 설명하기도 어렵다.

미국 정부의 막대한 재정적자와 국채발행 증가, 중동전쟁에 따른 고유가와 인플레이션 우려, AI 투자에 필요한 대규모 기업채권 발행이 동시에 장기금리를 밀어올리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AI 기업들의 자금조달 자체가 국채시장과 자금을 놓고 경쟁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스페이스X는 엔비디아 칩 구매를 위해 약 400억달러를 조달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약 300억달러가 투자등급 회사채로 발행될 수 있다.

로이터는 대형 기술기업들의 막대한 차입이 같은 장기 투자자금을 놓고 미 국채와 경쟁하면서 일종의 '자금 구축효과'를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AI 붐이 금리를 밀어올리고, 높은 금리가 다시 AI를 압박

여기에는 흥미로운 역설이 있다.

AI 투자붐이 미국 경제성장과 기술주의 이익을 끌어올린다.

그런데 동시에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전력망 구축에 필요한 막대한 자금조달이 채권시장에서 금리를 밀어올린다.

그리고 높아진 금리는 다시 기술주의 밸류에이션을 낮춘다.

즉 지금까지 주가를 끌어올렸던 AI 투자붐 자체가 장기적으로는 AI 주식의 가치평가에 부담을 줄 수 있는 구조다.

지금까지는 이익이 모든 것을 덮었다

하지만 올해 시장에서는 아직 이익이 승리하고 있다.

높은 금리는 S&P500의 PER을 연초 22배 이상에서 19배 수준으로 낮췄다.

그럼에도 기업들의 예상이익이 계속 올라가면서 지수는 사상 최고 수준에 머물렀다.

이는 높은 금리가 주식시장에 영향을 주지 않았다는 뜻이 아니다.

반대로 이미 상당한 영향을 줬지만 강한 이익 증가가 그 충격을 감추고 있다는 뜻이다.

이제 실적시즌의 기준이 훨씬 높아졌다

문제는 다음 단계다.

다음 주 JP모건체이스와 씨티그룹 등 월가 대형 은행을 시작으로 3분기 실적발표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시장 기대치가 이미 크게 올라 있는 상황에서 단순히 '좋은 실적'을 발표하는 정도로는 주가를 올리기 어려울 수 있다.

기업들은 높은 금리로 인한 밸류에이션 하락을 상쇄할 정도로 더 빠른 이익 증가를 보여줘야 한다.

WSJ이 표현한 것처럼 올해 기업이익이 "대단했다면", 앞으로는 그보다 더 대단해야 주가가 계속 상승할 수 있다.

엔비디아도 결국 '이익으로 증명'해야

엔비디아 역시 같은 문제를 피할 수 없다.

주가가 계속 오르더라도 이익전망이 더 빠르게 늘지 않는다면 현재 낮아지고 있는 밸류에이션이 다시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다.

AI 칩 수요와 데이터센터 투자가 시장 기대를 계속 웃돈다면 높은 금리에도 주가는 버틸 수 있다.

반대로 AI 투자 증가 속도가 둔화하거나 기업의 현금흐름이 예상보다 약해진다면 투자자들은 5% 이상의 국채수익률과 기술주의 기대수익률을 다시 비교하게 된다.

현금도 다시 투자자산이 됐다

고금리 시대에는 현금 자체의 의미도 달라진다.

제로금리 시대에는 현금을 보유하면 사실상 아무런 수익도 얻을 수 없었다.

그래서 투자자들은 주식이나 부동산, 회사채 등 위험자산으로 이동할 수밖에 없었다.

현재는 단기 국채와 머니마켓 상품에서도 상당한 이자수익을 얻을 수 있다.

따라서 주식시장에는 과거보다 훨씬 높은 수익률을 보여줘야 한다는 압박이 생긴다.

크로스마크의 밥 돌은 WSJ에 지금과 같은 환경에서는 일부 현금을 보유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주식이 지난 몇 년처럼 계속 직선으로 상승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고금리의 다음 희생자는 경기민감주 가능성

높은 금리가 계속될 경우 가장 큰 부담을 받을 가능성이 높은 것은 경기민감 기업들이다.

부동산과 은행뿐 아니라 주택관련 기업과 소비재, 운송, 산업재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대출비용이 상승하면 기업투자가 둔화되고 소비자는 자동차와 주택, 대형 소비재 구매를 줄인다.

기업이익도 압박받는다.

따라서 AI 기술주와 나머지 시장 사이의 격차가 더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문제는 시장집중도가 이미 역사적 수준이라는 것

그러나 이 구조에는 위험도 있다.

소수 대형 기술주가 전체 지수를 떠받치면 이들 기업 가운데 몇 곳만 흔들려도 지수 전체가 큰 영향을 받는다.

현재 시장집중도는 여러 지표에서 역사적 최고 수준에 근접해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엔비디아, 애플, 메타 같은 기업들의 시가총액이 너무 커졌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이 집중도가 오히려 높은 금리 충격에서 S&P500을 보호했다.

고금리에 취약한 다른 기업들이 하락해도 AI 대형주가 상승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같은 구조가 하락장에서는 반대로 작동할 수 있다.

금리는 이미 주식시장을 공격하고 있다

결국 WSJ 기사의 핵심은 "왜 금리가 이렇게 올랐는데 주식시장은 안 떨어지느냐"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다.

주식시장이 영향을 받지 않은 것이 아니다.

이미 밸류에이션은 크게 떨어졌다.

은행과 부동산 등 많은 산업군의 주가도 두 자릿수 하락했다.

동일가중 S&P500도 약세다.

다만 엔비디아와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메타 등 소수 기업의 이익 증가가 워낙 강해 지수 전체의 약점을 가리고 있을 뿐이다.

이제 시장의 질문은 '실적이 금리를 계속 이길 수 있나'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현재 5%를 훌쩍 넘는다.

채권전략가들은 앞으로 수개월 동안 금리가 다소 내려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올해 내내 금리 전망을 실제보다 낮게 잡아왔다는 점도 인정하고 있다.

8일에도 10년물 금리는 5.29% 부근에서 움직이며 2002년 이후 최고 수준에 근접해 있다.

따라서 미국 증시를 둘러싼 핵심 질문도 달라지고 있다.

예전에는 연준이 언제 금리를 내릴지가 중요했다.

지금은 기업이익이 이 높은 금리를 얼마나 오래 이겨낼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해졌다.

올해까지 답은 분명했다.

AI 대형 기술기업들의 이익 증가가 금리상승을 이겼다.

그러나 금리가 더 오르거나 기업이익 증가속도가 조금이라도 둔화한다면 지금까지 가려져 있던 밸류에이션 압박이 주가에 직접 나타날 수 있다.

S&P500은 여전히 높은 수준에 있다.

하지만 시장 내부에서는 이미 고금리 시대의 가격조정이 상당 부분 진행되고 있다.

지수가 사상 최고라는 사실과 주식이 예전보다 싸게 평가받고 있다는 사실이 동시에 존재하는 것이 지금 미국 증시의 가장 큰 특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