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7 추모식서 친팔레스타인 시위대 "배신자"...하루 뒤 ICE 규탄 현장선 "맘다니도 공범"
팔레스타인·이민자 보호·경찰개혁 앞세워 당선됐지만 실제 시정 운영 과정서 지지층 불만 표출
경찰청장 제시카 티시 유임·NYPD 시위대응부대 존속이 새로운 갈등의 핵심
유대계에서는 "이스라엘 비판 지나쳐"...진보진영에서는 "팔레스타인 위해 충분히 하지 않아"
트럼프 행정부와도 ICE 총격 사건 놓고 충돌...'운동가에서 행정가로' 전환 본격 시험대
뉴욕 진보정치의 상징으로 부상했던 조란 맘다니(Zohran Mamdani) 뉴욕시장이 취임 이후 처음으로 자신을 시장으로 만들어준 핵심 진보 지지층과 동시에 여러 전선에서 충돌하기 시작했다. 이스라엘에 대한 강경한 비판, 이민자 보호, 경찰개혁을 앞세워 전국적인 진보 스타로 성장했던 맘다니가 이제 미국 최대 도시의 행정 책임자로서 공공안전과 경찰조직, 연방정부와의 관계까지 관리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면서 선거운동 당시의 정치적 약속과 현실적인 시정 운영 사이의 긴장이 본격적으로 드러나고 있다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9일 "맘다니가 진보진영에 대한 장악력을 잃기 시작한 한 주"라고 평가했다. 특히 10월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 3주년 추모행사와 다음 날 발생한 이민세관단속국(ICE) 요원의 총격 사건이라는 전혀 다른 두 사건에서 맘다니가 연이어 자신의 지지자들에게 야유를 받은 장면은 그의 정치적 위치가 얼마나 복잡해졌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민주당 전략가이자 전 뉴욕주 상원의원인 데이비드 카루치(David Carlucci)는 WSJ에 "운동가에서 행정 책임자로 전환하는 것은 정치에서 가장 어려운 도전 가운데 하나"라며 "우리는 지금 그것을 직접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하루 간격으로 두 번 야유받은 맘다니
첫 번째 장면은 7일 맨해튼에서 열린 10·7 희생자 추모행사였다. 맘다니는 하마스의 2023년 공격으로 숨진 이스라엘인과 이후 가자지구 전쟁에서 희생된 팔레스타인인을 함께 추모하는 행사에 참석했지만, 현장에 모인 일부 친팔레스타인 시위대는 그를 향해 "배신자"라고 외쳤다.
맘다니는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하마스가 2023년 10월7일 저지른 행위를 "끔찍한 전쟁범죄"라고 규정하면서 이스라엘 희생자들을 애도했다. 그러나 동시에 이후 이스라엘 정부가 가자지구에서 "파괴적이고 현재도 계속되는 집단학살"을 벌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발언은 오히려 양쪽 모두의 반발을 불렀다. 일부 뉴욕 유대계 지도자들은 하마스 공격 3주년에 이스라엘의 가자전쟁을 함께 비판함으로써 이스라엘 희생자들의 고통을 희석시켰다고 비판했다. 반면 일부 친팔레스타인 활동가들은 그동안 팔레스타인 문제를 자신의 핵심 정치의제로 내세웠던 맘다니가 시장이 된 뒤 실제 정책에서는 충분히 강경하게 행동하지 않고 있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AP 역시 맘다니가 하마스를 규탄하면서 이스라엘의 가자 정책도 강하게 비판하려 했지만 결과적으로 친이스라엘과 친팔레스타인 양측에서 동시에 비판을 받았다고 전했다.
"맘다니는 공범"...이번엔 ICE 반대 시위대가 공격
불과 하루 뒤 맘다니는 또 다른 진보 시위대의 야유를 받았다. 8일 북부 맨해튼 마블힐에서 ICE 요원이 도미니카공화국 출신 남성 오스카 벨갈(Oscar Belgal)을 단속하는 과정에서 총격을 가한 사건이 발생하면서 뉴욕시 곳곳에서 항의시위가 벌어졌다.
맘다니는 사건 직후 기자회견을 열어 총격을 "양심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는 매우 심각한 상황"이라고 규정하고 ICE를 "뿌리부터 썩은 조직"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ICE가 뉴욕시에서 단속활동을 중단해야 한다고 요구했으며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대통령과 마크웨인 멀린(Markwayne Mullin) 국토안보부 장관에게 직접 전화해 벨갈의 석방 문제까지 협의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ICE에 대한 맘다니의 강경한 비판에도 불구하고 현장의 일부 시위대는 만족하지 않았다. 맘다니가 기자회견을 하는 동안 반ICE 시위대는 "맘다니도 공범"이라고 외쳤다. 연방정부를 비판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며 뉴욕시 경찰이 ICE 작전에 어떤 방식으로 대응했는지, 그리고 맘다니가 선거운동 당시 약속한 경찰개혁을 왜 더 빠르게 시행하지 않는지를 문제 삼은 것이다.
NYPD 대응이 진보 지지층 분노에 불붙여
갈등은 총격 사건 이후 소셜미디어에 뉴욕경찰(NYPD)이 반ICE 시위 참가자들을 밀쳐 넘어뜨리는 영상이 확산되면서 더욱 커졌다. 영상에 등장한 인물 가운데 한 명은 민주당 연방하원의원 후보이자 맘다니의 정치적 동맹인 다리알리자 아빌라 슈발리에(Darializa Avila Chevalier)였다.
슈발리에는 이후 성명을 내고 NYPD가 ICE에 맞서 시민을 보호하기는커녕 시위대를 강경하게 다뤘다고 비판하면서 제시카 티시(Jessica Tisch) 뉴욕경찰청장의 사임을 요구했다. 그는 또한 시위와 대테러 대응을 담당해온 NYPD의 전략대응그룹(Strategic Response Group·SRG)을 즉각 해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NYPD는 해당 ICE 시위 현장에 SRG가 투입된 것은 아니며 일반 제복 경찰관들이 대응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 사건은 이미 맘다니의 핵심 선거공약 가운데 하나였던 SRG 해체 문제를 다시 정치적 쟁점으로 끌어올렸다.
선거 때는 "SRG 해체"...시장 된 뒤 속도 느려
맘다니는 시장 선거 당시 뉴욕경찰의 시위대응 방식을 강하게 비판하면서 SRG를 해체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부대는 대규모 시위와 대테러 작전을 함께 담당해왔는데, 과거 시위 진압 과정에서 지나치게 공격적인 전술을 사용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하지만 취임 이후에도 해당 조직은 유지되고 있다. 맘다니는 이번 주에도 "시위 대응과 대테러 기능을 분리하고 해당 부대를 없애겠다는 약속은 여전히 우선순위"라며 곧 추가 계획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문제는 그의 핵심 지지층이 더 이상 장기적인 계획보다 즉각적인 행동을 요구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뉴욕시 민주사회주의자(DSA) 공동의장 구스타보 고르디요(Gustavo Gordillo)는 WSJ에 DSA 회원들이 여전히 맘다니를 정치적 파트너로 보고 있지만 선거공약에 대해서는 책임을 물을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주 상황이 "팔레스타인 해방을 위한 구체적인 정책과 경찰개혁 공약의 더 빠른 진전을 요구하는 지지층의 조바심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제시카 티시 경찰청장 유임도 불만
맘다니 지지층 내부에서 또 하나의 불만은 제시카 티시 경찰청장의 유임이다. 티시는 이전 행정부에서도 경찰청장을 지낸 인물로 강력한 범죄단속 정책을 중시해왔으며 진보진영 일부에서는 저소득층과 소수계 커뮤니티에 지나치게 강경하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맘다니는 시장 선거 과정에서 경찰개혁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지만 취임한 뒤에는 티시를 유임시켰다. 시장실은 이번 논란이 불거진 뒤에도 티시는 계속 경찰청장직을 맡을 것이며 교체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이 결정은 맘다니가 운동가 시절과 시장으로서 서로 다른 판단을 할 수밖에 없는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세계에서 가장 큰 지방경찰 조직 가운데 하나인 NYPD를 실제로 운영해야 하는 시장의 입장에서는 범죄율과 치안, 조직 안정성까지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 뉴욕 범죄는 감소
맘다니의 경찰정책을 평가할 때 또 하나의 변수는 뉴욕의 범죄지표다. WSJ에 따르면 맘다니 취임 이후 뉴욕시의 범죄는 계속 감소했으며 특히 총격과 살인 사건은 사상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다.
이는 경찰개혁을 더 빠르게 추진하라는 진보진영의 요구와 실제 치안 성과를 유지해야 하는 시장의 책임 사이에서 맘다니가 조심스럽게 움직이는 이유 가운데 하나로 볼 수 있다.
전 뉴욕시장 빌 더블라지오(Bill de Blasio)와 캐시 호컬(Kathy Hochul) 뉴욕주지사 밑에서 일했던 민주당 전략가 아미트 싱 바가(Amit Singh Bagga)는 역대 뉴욕시장들도 NYPD와의 관계에서 어려움을 겪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뉴욕시장에게 NYPD는 통제하는 대상이라기보다 끊임없이 상대해야 하는 조직이었다"고 말했다.
바가는 오히려 맘다니가 예상보다 능숙하게 지지층의 요구와 경찰조직 사이를 조정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주택과 소비자·노동자 보호, 생활비 문제 등 자신의 핵심 정책에 집중할 공간을 확보해왔다고 평가했다.
이스라엘 문제에서도 양쪽 모두에게 압박
경찰 문제와 함께 맘다니에게 가장 어려운 정치적 시험은 여전히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문제다. 맘다니는 시장선거 이전부터 미국 정치권에서 가장 강경한 이스라엘 비판론자 가운데 한 명으로 알려졌다.
그는 가자전쟁과 베냐민 네타냐후(Benjamin Netanyahu) 이스라엘 총리를 지속적으로 비판해왔으며 이를 통해 진보 유권자와 젊은 층의 강한 지지를 얻었다. 그러나 시장이 된 뒤에는 미국에서 이스라엘 외 지역 가운데 가장 많은 유대인이 거주하는 뉴욕의 안전과 사회적 긴장까지 책임져야 하는 위치에 올랐다.
이 때문에 맘다니는 반유대주의를 반복적으로 규탄하고 최근에는 증오범죄와 반유대주의 대응계획도 발표했다. 하지만 일부 유대계 지도자들은 그의 이스라엘 관련 발언 자체가 유대계 주민들의 불안감을 높일 수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뉴욕랍비위원회(New York Board of Rabbis)의 암미엘 허시(Ammiel Hirsch) 회장은 WSJ에 맘다니가 양쪽을 모두 만족시키려 한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스라엘을 파괴하려는 사람들과 이스라엘이 존속하기를 원하는 사람들 사이에는 중간지대가 없다"고 말했다.
친팔레스타인 진영은 오히려 "충분하지 않다"
아이러니하게도 맘다니를 가장 강하게 지지했던 친팔레스타인 활동가들 가운데서도 불만이 나오고 있다. 이들은 맘다니가 시장이 된 이후 팔레스타인 문제와 친팔레스타인 시위대의 경찰 대응 문제에서 선거운동 당시 기대했던 수준의 변화를 만들지 못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10·7 추모식에서 일부 시위대가 그를 "배신자"라고 부른 장면은 이 같은 변화가 가장 극적으로 드러난 순간이었다. 맘다니는 이에 대해 크게 동요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다음 날 기자들로부터 시위대의 비판에 대한 질문을 받고 "나는 뉴욕시장이며 이것이 내가 맡기로 한 일"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와의 관계도 흔들리기 시작
맘다니에게 정치적 압박은 왼쪽에서만 오는 것이 아니다. ICE 총격 사건은 그동안 예상보다 실용적으로 유지돼왔던 트럼프 행정부와의 관계까지 악화시킬 가능성을 보여줬다.
맘다니는 사건 직후 ICE의 뉴욕 단속을 중단하라고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반면 멀린 국토안보부 장관은 다음 날 뉴욕의 이른바 '피난처 도시(sanctuary city)' 정책이 ICE와 지방정부의 협력을 제한하면서 오히려 주민들을 위험하게 만들고 있다고 반박했다.
멀린은 맘다니가 "법을 준수하는 시민보다 범죄자를 우선한다"고 비판했다. 연방 당국은 총격을 당한 벨갈이 불법체류 상태였고 이전 형사전력이 있으며 ICE 요원들에게 차량을 돌진시켰다고 주장하고 있다. 맘다니는 반대로 어린아이가 타고 있는 차량을 둘러싼 뒤 연방요원들이 총격을 가한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 사건은 이민자 보호를 핵심 가치로 내세우는 맘다니와 대규모 불법이민자 추방을 추진하는 트럼프 행정부가 결국 직접 충돌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점을 다시 보여줬다.
진보의 상징에서 800만 뉴욕시민의 시장으로
맘다니가 직면한 가장 큰 변화는 자신이 더 이상 특정 정치운동의 대변인만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후보 시절에는 이스라엘을 강하게 비판하고 ICE 폐지를 주장하며 경찰개혁을 약속하는 것이 자신의 정치적 정체성을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됐다.
그러나 시장은 동시에 경찰청장을 임명하고, 대규모 시위에서 경찰의 대응을 결정하며, 연방정부와 협상하고, 유대인과 무슬림을 포함한 서로 다른 이해관계를 가진 시민들의 안전을 책임져야 한다.
이 때문에 시장으로서 내리는 결정은 필연적으로 어느 한쪽에서는 타협으로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다. 이번 주 맘다니가 경험한 두 차례의 야유는 바로 그 변화가 정치적으로 표면화되기 시작했다는 신호로 WSJ은 평가했다.
지지층이 떠났다고 보기는 아직 일러
그렇다고 맘다니의 진보 지지기반이 붕괴하고 있다고 보기는 아직 이르다. DSA 지도부 역시 그를 여전히 정치적 파트너로 규정하고 있으며, 이번 논쟁의 핵심도 맘다니의 노선 자체에 대한 거부라기보다는 약속한 정책을 더 빨리 실행하라는 압박에 가깝다.
실제 그의 핵심 정책 가운데 하나인 뉴욕의 생활비 부담 완화와 주택 문제는 여전히 시정의 중심에 있다. 또한 범죄율이 하락하고 있다는 점은 경찰청장을 유임하고 NYPD와 급격하게 충돌하지 않은 그의 선택에 정치적 방어 논리를 제공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 주의 사건을 '진보진영이 맘다니를 버리기 시작했다'고 단정하기보다는 그동안 거의 일방적으로 그를 지지해온 진보 지지층이 처음으로 시장에게 구체적인 성과와 공약 이행을 요구하기 시작한 시점으로 보는 편이 더 정확하다.
맘다니의 가장 어려운 정치적 시험 시작
맘다니에게 앞으로의 문제는 서로 충돌하는 요구를 얼마나 오래 동시에 관리할 수 있느냐다. 친팔레스타인 진영은 이스라엘에 대해 더 강경한 행동을 요구하고 있고, 유대계 지도자들은 그의 수사가 뉴욕의 유대인들에게 위협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진보진영은 경찰조직을 더 빠르게 개혁하라고 요구하지만 시장은 범죄 감소세와 NYPD의 조직 안정성도 유지해야 한다.
이민문제에서도 그는 ICE 폐지를 주장하면서 동시에 미국 대통령과 국토안보부를 상대로 뉴욕시의 이해관계를 협상해야 한다. 여기에 주택가격과 생활비, 교통, 교육 등 선거에서 자신을 시장으로 만든 핵심 정책들에서도 실제 성과를 보여줘야 한다.
맘다니의 정치적 성공은 지금까지 자신이 무엇에 반대하는지를 얼마나 분명하게 말하느냐에 상당 부분 기반해 있었다. 그러나 시장으로서의 성공은 어떤 정책을 실제로 시행하고, 서로 충돌하는 집단 사이에서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의해 평가된다.
이번 주 뉴욕에서 벌어진 두 장면은 그 변화가 시작됐음을 보여줬다. 10·7 추모식에서는 친팔레스타인 시위대가 그를 "배신자"라고 불렀고, 하루 뒤 ICE 총격 사건 현장에서는 반ICE 시위대가 "맘다니도 공범"이라고 외쳤다.
진보진영의 상징이었던 맘다니가 이제 그 진보진영으로부터도 책임을 요구받는 시장이 된 것이다. WSJ이 이번 주를 맘다니가 "좌파에 대한 장악력을 잃기 시작한 한 주"라고 평가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