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방검찰 "임원 전용 회의실 TV 뒤에 초소형 마이크 숨겨"...수주간 내부 시스템 검색 정황
OpenAI 보안점검서 장치 발견 후 FBI 신고...변호인 "영업비밀 절도·외국정부 연계 혐의는 없어"

OpenAI의 한 엔지니어가 샌프란시스코 사무실의 고위급 회의실에 몰래 녹음장치를 설치해 내부 대화를 엿들으려 한 혐의로 연방 검찰에 기소됐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미 법무부에 따르면 OpenAI 제품팀에서 1년 넘게 근무한 사우디아라비아 국적의 압둘라흐만 알포잔(Abdulrahman Alfozan·35)은 지난 9월 말 회사 회의실 벽걸이 TV 뒤쪽 USB 포트에 엄지손가락 크기의 회로기판과 마이크가 달린 녹음장치를 숨긴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해당 장치가 화장지로 감싸진 상태로 설치됐다고 밝혔다.

고위 임원·정부 관계자 회의실 노린 혐의

문제가 된 회의실은 OpenAI 임원이나 임원 보좌진만 예약할 수 있는 공간으로, 회사 경영진 회의뿐 아니라 정부 관계자 및 사업 파트너와의 브리핑, 극비 연구와 제품 논의 등에 사용돼온 것으로 전해졌다.

연방 검찰은 알포잔이 이 공간에서 오가는 대화를 몰래 확보하려 했다고 보고 있다. 그는 '구두 의사소통을 가로채기 위해 장치를 사용하거나 사용하려 한 혐의'로 기소됐다.

오픈 ai 임원실 녹음장치
(법무부가 제공한 왼쪽 이미지는 녹음 장치가 화장지에 싸여 텔레비전에 부착된 모습. 오른쪽은 클로즈업. DOJ)

OpenAI는 보안점검 과정에서 문제의 장치를 발견한 뒤 즉시 제거하고 해당 회의실을 폐쇄했으며 추가 보안점검을 실시한 뒤 FBI에 신고했다.

이후 수사당국은 회의실에 별도의 카메라를 설치했고, 지난주 월요일 알포잔이 벽걸이 TV 뒤쪽을 살펴보는 장면을 촬영했다고 검찰은 밝혔다.

사무실에서 암호화된 녹음장치 2개 발견

검찰에 따르면 알포잔과 연관된 것으로 의심되는 암호화 녹음장치는 모두 2개 발견됐다.

첫 번째 장치는 문제의 회의실 TV 뒤에서 발견됐으며, 두 번째 장치는 알포잔이 프린터실에 방치한 가방 안에서 발견됐다.

FBI는 두 번째 장치가 녹음된 음성 등 저장된 내용을 외부에서 쉽게 확인하기 어렵도록 특별히 개조돼 있었다고 설명했다.

알포잔은 이후 분실물 보관소에서 가방을 다시 찾아가면서 신용카드와 현금 약 500달러, 선글라스 등이 없어졌다고 신고했지만 녹음장치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수주 전부터 내부 AI로 회의실·일정 검색

검찰은 알포잔이 녹음장치를 설치하기 수주 전부터 OpenAI 내부 AI 도구를 이용해 회사 건물과 회의실, 일정 등을 조사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여름 말부터 내부 시스템에 OpenAI 건물 정보와 회의실, 캘린더 등에 관한 질문을 입력했으며, 9월 중순에는 특정 회의실의 당일 회의 일정이나 외부 파트너들이 주로 어디에서 회의를 갖는지 등을 반복적으로 검색한 것으로 나타났다.

FBI 요원은 법원에 제출한 진술서에서 이러한 검색이 알포잔이 녹음장치를 어디에 설치할지 조사한 정황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건물 내부 CCTV에도 알포잔이 9월 한 달 동안 자신에게 출입권한이 없었던 해당 회의실 주변에 최소 10차례 나타난 모습이 포착됐다고 검찰은 주장했다.

배우자 계정에서도 '지속 녹음장치' 관련 검색

검찰은 알포잔의 배우자도 관련 준비에 관여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FBI 진술서에 따르면 그의 배우자와 연계된 챗봇 계정에서는 지난달 말 '지속적으로 작동하는 오디오 녹음장치'를 만드는 방법, 실시간 청취 성능을 개선하는 방법, 녹음 신뢰성을 시험하는 방법 등을 묻는 프롬프트가 입력됐다.

다만 배우자가 실제 장치 설치에 직접 참여했는지, 별도의 혐의가 적용됐는지는 기사에서 확인되지 않았다.

중국산 회로기판에 마이크·카메라 센서까지

검찰은 9월 28일 전후 알포잔이 문제의 장치를 설치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해당 장치는 중국산 회로기판 기반으로, 분리 가능한 카메라 센서와 디지털 마이크, 소형 메모리카드 등이 장착된 것으로 전해졌다.

OpenAI는 장치 발견 이후 자체 AI 모델도 분석에 활용했다. 회사 측은 저장장치의 포렌식 이미지를 검토하고 내부 데이터가 어떻게 변경됐는지 등을 분석하는 데 AI 모델을 사용했다고 밝혔다.

OpenAI, 수사 방해하지 않도록 접근권한 단계적 차단

OpenAI는 FBI 수사를 방해하지 않기 위해 알포잔의 해고와 체포 시점도 수사당국과 조율했다고 밝혔다.

회사는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그의 시스템 및 물리적 공간 접근권한을 단계적으로 제한했으며, FBI가 필요한 증거를 확보한 뒤 해고 절차를 진행했다.

알포잔은 지난 금요일 체포됐다.

2025년 OpenAI 입사...Meta·Microsoft 경력

알포잔은 미국에서 교육을 받은 사우디아라비아 국적으로 2020년 9월부터 미국 영주권자 신분을 유지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OpenAI에는 2025년 7월 입사했으며, 그 이전에는 실리콘밸리 물류 스타트업 내시(Nash)에서 수년간 근무했다. 이 회사는 벤처캐피털 안드리센 호로위츠(Andreessen Horowitz)의 투자를 받은 업체다.

알포잔은 그보다 앞서 Meta Platforms에서 수년 동안 시니어 시스템 엔지니어로 근무했고 Microsoft와 SAP에서도 인턴으로 일한 경력이 있는 것으로 그의 LinkedIn 프로필에 나타났다.

그는 현재 사우디 기반 투자회사 Raed의 벤처 파트너로도 이름을 올리고 있다.

변호인 "영업비밀 절도나 외국정부 스파이 혐의 아니다"

알포잔 측은 혐의를 부인하면서 정부가 제시하는 모든 증거를 면밀하게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그의 변호인은 이번 혐의가 "알포잔의 평소 모습과 전혀 맞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며 "실제로 무슨 일이 있었고 누가 책임이 있는지, 어떤 다른 이유가 있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정부가 제출하는 모든 증거를 철저히 조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변호인은 특히 알포잔에게 적용된 혐의가 연방법상 불법 녹음 관련 조항 위반일 뿐 영업비밀 절도나 외국정부를 위한 활동 혐의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현재까지 수사당국이 사우디 정부나 다른 외국기관과의 연계를 입증하는 증거를 제시하지 않았다는 것이 변호인 측 주장이다.

실리콘밸리, 외부 해킹보다 내부자 위협 경계

이번 사건은 AI 기업들이 외부 해킹뿐 아니라 내부 직원에 의한 정보유출 위험에도 노출돼 있음을 보여준다.

실리콘밸리 기업들은 오랫동안 경쟁기업이나 외국 세력이 직원들을 통해 상업기밀을 빼내려 할 가능성을 경고해왔다.

올해 초에는 전직 Google 직원이 Pixel 스마트폰과 관련된 영업비밀을 훔친 혐의로 기소됐다. 2022년에는 전직 Twitter 직원 아흐마드 아부아모(Ahmad Abouammo)가 사우디아라비아 정부에 비판적인 사용자들의 개인정보를 넘긴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당시 검찰은 아부아모가 사우디 관계자에게 개인정보를 제공하는 대가로 수십만 달러를 받았다고 주장했고, 그의 변호인들은 정상적인 업무를 수행했을 뿐 정부가 스파이 활동을 입증하지 못했다고 반박했다.

AI 핵심기업 내부 보안 문제로 확대될 가능성

OpenAI는 전 세계 AI 경쟁의 중심에 있는 기업인 만큼 내부 회의에서는 차세대 모델과 제품, 정부정책, 기업 제휴 등 민감한 정보가 논의될 수 있다.

특히 이번 사건에서 문제가 된 회의실이 경영진과 정부 관계자, 사업 파트너들의 고위급 회의에 사용됐다는 점은 AI 기업의 물리적 보안 문제가 사이버보안 못지않게 중요해졌음을 보여준다.

다만 현재 알포잔에게 적용된 혐의는 불법 녹음장치 설치 및 통신 가로채기와 관련된 것으로, 그가 실제로 어떤 대화를 녹음했는지 또는 외부로 전달했는지 여부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향후 재판에서는 발견된 두 장치에 실제 어떤 정보가 저장돼 있었는지, 알포잔이 어떤 목적으로 장치를 설치했는지, 그리고 다른 인물이나 조직이 관여했는지가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