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500 주간 0.5%·나스닥 0.7% 하락...AI 투자 자금조달 우려와 인플레이션 재점화 충돌
10년물 국채금리 한때 5% 돌파..."AI 인프라 투자 수익성 입증할 필요 커졌다"


미국 증시가 인공지능(AI) 투자붐의 지속 가능성과 중동발 유가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라는 두 가지 위험 사이에서 크게 흔들린 끝에 주간 하락세로 거래를 마쳤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23일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하루 동안 653포인트, 1.2% 하락했다. 나스닥종합지수는 0.2% 떨어졌다.

주간 기준으로 S&P500지수는 0.5%, 나스닥은 0.7% 하락했다. 반면 다우지수는 한 주 동안 0.4% 상승했다.

미국 뉴욕 증권 거래소
(뉴욕 증권 거래소. 자료화면)

이번 주 시장을 움직인 핵심 변수는 크게 두 가지였다. AI 기업들의 막대한 인프라 투자와 이를 감당하기 위한 자금조달에 대한 우려, 그리고 중동의 지정학적 불안으로 다시 치솟기 시작한 국제유가다.

목요일에는 AI, 금요일에는 유가가 시장 흔들어

이번 주 미국 증시는 하루 단위로 투자자들의 관심이 급격히 이동했다.

주 초에는 SpaceX와 Anthropic 등 주요 AI 관련 기업에서 긍정적인 소식이 나오면서 투자심리가 개선됐다. 이에 AMD와 Nvidia, Tesla 등 기술주가 상승했다.

그러나 분위기는 22일 목요일 급변했다.

Meta Platforms가 AI 모델 개발과 서비스에 필요한 막대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의결권 없는 새로운 종류의 주식을 발행하겠다고 발표하면서 투자자들이 AI 투자비용 자체를 다시 문제 삼기 시작했다.

나스닥은 이날 2026년 들어 가장 큰 폭의 하락 중 하나를 기록했다.

"AI 투자, 갈수록 부채에 의존"

ClearBridge Investments의 포트폴리오 매니저 마이클 펠드먼(Michael Feldman)은 최근 AI 인프라 투자가 점점 더 많은 부채를 필요로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AI 인프라 관련 투자가 갈수록 부채에 의해 이뤄지고 있는데 동시에 금리는 상승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금리가 계속 올라간다면 이 기업들이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돈을 빌릴 수 있을 것인가라는 질문이 생긴다"고 설명했다.

AI 데이터센터와 GPU, 전력시설에 대한 투자 자체가 멈추고 있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투자규모가 너무 커지면서 기업의 자체 현금흐름만으로 이를 감당하기 어려워지고 있다는 점이다.

Meta, AI 투자 위해 새로운 주식까지 발행

Meta의 결정은 이러한 우려를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회사는 AI 개발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새로운 의결권 없는 Class C 주식을 만들기로 했다.

Meta는 올해 자본지출 규모를 최대 1,450억달러까지 예상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상장 이후 처음으로 잉여현금흐름이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투자자들은 Meta뿐 아니라 다른 대형 기술기업들도 AI 데이터센터 건설을 계속하기 위해 주식이나 채권을 추가로 발행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나타냈다.

결국 AI 기술의 성장 가능성보다는 그 성장에 필요한 막대한 자본을 누가 제공할 것인가가 새로운 시장의 질문으로 등장한 것이다.

기술주 불안 커지자 국채로 자금 이동

기술주가 급락한 목요일에는 반대로 미국 국채가격이 크게 올랐다.

최근 두 달간 이어진 채권시장 매도로 10년물 미국 국채금리는 5%를 크게 넘어선 상태였다.

하지만 기술주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투자자들이 상대적으로 안전한 국채로 이동했다.

채권가격과 반대로 움직이는 국채금리는 목요일 하루 동안 최근 3년 사이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다.

10년물 국채금리는 주말을 앞두고 4.987%로 거래를 마쳤다.

채권 투자자 "일단 안도"

SLW Investments의 빈센트 안(Vincent Ahn) 사장 겸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국채금리가 내려간 데 대해 안도감을 나타냈다.

그는 "채권 투자자인 나로서는 이런 움직임을 보는 것이 좋다"며 "일종의 안도"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러한 안정은 오래가지 않았다.

23일 금요일에는 AI 대신 유가와 인플레이션이 다시 시장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브렌트유, 올해 최고 수준 근접

국제유가는 23일 다시 급등했다.

글로벌 원유가격의 기준인 브렌트유는 지난 4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올라갔다.

투자자들은 이란 선거 이후 중동지역에서 군사적 충돌이 다시 격화될 가능성에 베팅했다.

최근 몇 달 동안 중동의 전쟁과 원유 공급차질은 미국 인플레이션 전망을 크게 흔들어왔다.

유가가 올라가면 휘발유와 항공유, 운송비와 생산비용이 함께 상승하고 결국 소비자물가에 반영될 가능성이 커진다.

고유가가 연준 금리정책도 바꿔

올해 연방준비제도(Fed)의 통화정책에도 유가가 중요한 변수가 됐다.

높은 연료가격이 물가상승 압력을 다시 키우면서 연준은 올해 3년 만에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경제학자들은 유가가 높은 수준에서 오래 유지될수록 미국 경제에 미치는 충격도 커질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인플레이션이 다시 상승하면 연준은 높은 금리를 더 오래 유지하거나 추가적인 금리인상에 나설 수 있다.

이는 기업들의 자금조달 비용과 주택담보대출, 자동차대출 등 미국 경제 전반의 금융비용을 끌어올린다.

금요일엔 은행·산업·소비주가 하락 주도

금요일 시장에서는 경기 변화에 민감한 기업들이 하락세를 주도했다.

은행과 산업주가 S&P500의 주요 하락종목에 포함됐다.

소비 관련주 역시 약세를 보였다.

Home Depot와 Nike, Coca-Cola, McDonald's 등 주요 소비주가 모두 이날 1.6% 이상 하락했다.

고유가가 소비자의 가처분소득을 줄이고 기업의 원가를 높이는 동시에 고금리 환경을 장기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반영됐다.

기술주는 반등했지만 AI 회사 채권은 계속 약세

금요일 기술주는 일부 회복세를 보였다.

그러나 AI 관련 기업들이 발행한 회사채에서는 우려가 계속됐다.

Oracle과 SpaceX, Meta Platforms 채권을 보유하기 위해 투자자들이 요구하는 추가금리, 즉 신용스프레드가 다시 상승했다.

이들 회사의 신용스프레드는 최근 2주 동안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주식 투자자들은 AI 기업들의 장기 성장 가능성에 여전히 기대를 걸고 있지만 채권 투자자들은 대규모 투자와 부채 증가가 기업의 재무건전성에 어떤 영향을 줄지를 더 신중하게 평가하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10년물 5% 시대, AI 자금조달 부담 급증

AI 투자붐의 가장 큰 변화 가운데 하나는 투자비용과 금리가 동시에 상승하고 있다는 점이다.

금리가 낮았던 시기에는 기업이 데이터센터 건설을 위해 대규모 자금을 빌리더라도 금융비용 부담이 상대적으로 작았다.

하지만 10년물 미 국채금리가 5% 수준에 접근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미 국채금리가 상승하면 기업이 발행하는 회사채 역시 더 높은 금리를 제공해야 한다.

여기에 AI 기업의 신용스프레드까지 확대될 경우 실제 차입비용은 더욱 높아진다.

AI 데이터센터 투자 자체가 경제성이 있더라도 자금조달 비용이 지나치게 높아지면 투자수익률은 크게 떨어질 수 있다.

AI 투자붐, 이제 '수익성 증명' 단계

펠드먼은 앞으로 AI 기업들이 실적발표를 통해 투자수익을 보다 분명하게 보여줘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AI 인프라 구축이 얼마나 오래 지속될 수 있는지, 지속 가능한지에 대한 논쟁이 훨씬 많아졌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들의 실적발표가 이어지는 과정에서 투자수익률에 대한 더 많은 증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AI 기업들이 수천억달러를 투자한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주가가 상승하던 단계에서 실제 그 돈이 얼마나 많은 매출과 이익으로 돌아오는지를 투자자들이 확인하려는 단계로 시장이 이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3분기 기업실적은 증시의 희망

시장에는 긍정적인 요인도 남아 있다.

미국 기업들의 3분기 실적이 강하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몇 주 동안 주요 기업들이 예상보다 좋은 실적을 발표할 경우 최근의 증시 불안을 완화할 가능성이 있다.

특히 AI 투자 규모가 큰 기업들이 데이터센터와 AI 서비스에서 실제 수익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증거를 보여줄 수 있을지가 중요하다.

다음 주 연준회의 주목

투자자들은 다음 주 열리는 연준의 통화정책회의에도 주목하고 있다.

현재 대부분의 시장 참가자는 연준이 이번 회의에서는 추가 금리인상을 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유가가 계속 상승할 경우 이후 회의에서 추가적인 긴축 가능성이 다시 커질 수 있다.

올해 이미 고유가가 물가전망을 흔들어 연준의 금리인상으로 이어졌기 때문에 에너지시장의 움직임은 다시 통화정책의 핵심 변수가 되고 있다.

두 개의 위험이 서로 반대 방향에서 시장 압박

현재 월가가 어려움을 겪는 이유는 AI와 유가라는 두 위험이 서로 다른 방향에서 시장을 압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AI 투자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 기술주가 하락하고 투자자들은 국채로 이동한다. 그 결과 국채금리가 내려간다.

반대로 유가가 오르면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고 연준의 금리인상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국채금리는 다시 상승한다.

한쪽에서는 AI 투자붐의 지속 가능성이 문제이고 다른 한쪽에서는 에너지발 인플레이션이 문제다.

이번 주 시장이 하루 단위로 방향을 크게 바꾼 이유다.

여름 이후 사실상 제자리걸음

미국 증시는 여름 말 이후 뚜렷한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다.

AI 관련 기업들의 성장 기대가 시장을 떠받치고 있지만 높은 금리와 유가, 지정학적 위험이 상승폭을 제한하고 있다.

여기에 중간선거가 다가오면서 정치적 불확실성까지 커지고 있다.

이번 주에도 주 초 AI 낙관론으로 기술주가 상승했다가 Meta의 자금조달 발표 이후 급락했고, 다시 기술주가 회복하는 순간 국제유가가 급등하며 시장을 압박했다.

월가가 당분간 어느 한 방향으로 쉽게 움직이기 어려운 이유다.

AI 붐이 실제 수익으로 이어진다는 증거가 나오기 전까지는 투자비용과 자금조달에 대한 의문이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동시에 중동 불안이 진정되지 않는다면 유가와 인플레이션도 시장의 또 다른 위험으로 남게 된다.

현재 미국 증시는 결국 두 가지 질문에 답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AI에 쏟아붓는 수천억달러가 충분한 수익을 만들어낼 수 있는가, 그리고 고유가가 다시 미국의 인플레이션과 금리를 끌어올릴 것인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