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러시아 해커부터 랜섬웨어 조직까지 AI 공격도구 활용 확산
PHP2Shell 이어 실제 공격 시작...NSA·FBI는 "패치 못 하면 사이트 내려라"
인공지능(AI)을 이용한 사이버공격이 최근 몇 주 사이 급격하게 늘어나면서 글로벌 인터넷 보안업계가 대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국가 지원 해킹조직부터 랜섬웨어 범죄집단, 비교적 기술수준이 낮은 해커들까지 AI 기반 자동화도구와 에이전트를 활용하기 시작하면서 공격 속도와 규모가 과거와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빨라지고 있다.
같은 시기 AI가 소프트웨어에 숨어 있던 대규모 보안취약점까지 빠르게 찾아내면서 방어자들은 새로 발견되는 취약점을 수정하는 동시에 공격자들이 이를 악용하기 전에 시스템을 보호해야 하는 이중 부담에 직면했다.
(AI를 이용한 해킹에 대한 경고가 높아지고 있다. 자료화면)
보안업계 일부에서는 최근 상황을 'Black October'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AI 공격자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사이버보안업체 CrowdStrike의 애덤 마이어스(Adam Meyers) 수석부사장은 최근 현장에서 AI를 이용하는 공격자들이 급격하게 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에이전트형 공격자들의 폭발적인 증가를 보고 있다"며 "고도로 숙련된 공격자들도 사용하고 있고, 기술수준이 매우 낮은 공격자들도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과거에는 복잡한 네트워크 공격을 수행하려면 상당한 기술지식과 경험이 필요했다.
하지만 AI가 정보수집과 취약점 분석, 공격코드 작성, 침투 이후 데이터 분석까지 자동화하면서 상대적으로 숙련도가 낮은 공격자도 훨씬 복잡한 사이버공격을 시도할 수 있게 되고 있다는 것이다.
밤새 AI 계정에서 수십건 결제
스타트업 창업자인 콜린 파슨스(Colin Parsons)는 최근 이러한 공격의 피해자가 됐다.
한 금요일 밤 11시부터 누군가 그의 온라인 인증정보를 이용해 OpenAI와 Anthropic 서비스를 구매하기 시작했다.
파슨스는 다음 날 아침 약 50개의 이메일을 확인했다.
각 이메일에는 AI 서비스 사용료가 몇 달러씩 추가 결제됐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최종 피해액은 449달러였다.
금액 자체는 대형 기업 해킹사건과 비교하면 크지 않지만 공격방식은 최근 사이버범죄가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공격자들은 돈 자체보다 AI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인증키와 계정 접근권한을 노리고 있었다.
AI 서비스 인증정보가 새로운 공격목표
파슨스가 피해를 입은 결제에는 AI 코딩서비스 OpenCode에 저장돼 있던 인증정보가 사용됐다.
OpenCode 공동창업자 댁스 라스(Dax Raas)는 10월 16일부터 회사가 "멈추지 않는" AI 기반 사이버공격을 받고 있다고 X에 밝혔다.
그는 이후 상황이 계속 악화되자 "상대가 24시간 AI 에이전트를 돌리고 있기 때문에 우리도 사실상 24시간 에이전트를 가동해야 한다"고 말했다.
방어자와 공격자가 모두 AI 자동화 시스템을 이용하기 시작하면서 사이버보안이 인간 대 인간의 경쟁에서 AI 시스템 대 AI 시스템의 경쟁으로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고객지원 채널까지 자동공격
파슨스가 OpenCode의 고객지원 Discord 채널에 접속했을 때 상황은 이미 혼란스러웠다.
정상적인 고객문의 대신 "Yo"나 "Delete telegram" 같은 의미 없는 메시지가 약 2초에 하나씩 계속 올라오고 있었다.
파슨스가 자신의 부정결제 피해를 알리는 글을 올렸지만 순식간에 자동으로 생성되는 메시지들 사이에 묻혔다.
그는 결국 X에서 OpenCode를 태그한 뒤 "해킹당한 것인가"라고 공개적으로 질문했다.
곧 다른 이용자들도 같은 피해를 신고하기 시작했다.
한 이용자는 1,700달러의 피해를 입었다고 밝혔고 다른 이용자는 자신의 인증키가 유출됐으며 OpenAI 계정까지 정지됐다고 말했다.
AI가 해킹 전체 과정을 자동화
최근 공격자들이 AI를 사용하는 영역은 단순한 악성 이메일 작성 수준을 넘어섰다.
LMG Security 창업자 셰리 데이비도프(Sherri Davidoff)에 따르면 해커들은 AI를 이용해 공격대상을 사전에 조사하고 대량으로 훔친 데이터를 분석하며 네트워크 침입에 사용할 공격코드까지 빠르게 만들어내고 있다.
데이비도프는 데이터유출 대응업체 NetDiligence와 함께 3개월마다 실제 사이버사건을 처리하는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공격기법을 조사한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실제 공격현장에서 AI 사용 흔적을 봤다는 응답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최근 분기에는 AI 사용이 일반적인 현상이 됐다고 그는 말했다.
중국산 AI 해킹도구 'Artex' 확산
공격자들이 사용하는 대표적인 도구 가운데 하나는 중국에서 개발된 오픈소스 해킹도구 'Artex'다.
Artex는 AI를 이용해 컴퓨터 네트워크 침투 과정을 자동화한다.
Microsoft는 이번 주 여러 지역의 공격자들이 Artex를 이용해 수백개 기업에 대한 공격속도를 높이고 있다고 밝혔다.
이달 초에는 Artex를 이용한 사이버공격으로 한국 은행권에서 약 6만8,000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사건도 발생했다.
AI 기반 공격도구가 실험단계를 넘어 실제 금융기관 공격에 사용되고 있다는 의미다.
국가 지원 해킹조직도 적극 사용
AI 해킹도구를 이용하는 주체는 일반 사이버범죄자들만이 아니다.
Volexity 등 사고대응업체들은 중국과 러시아를 포함한 국가 지원 해킹조직도 AI를 활용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이들은 AI를 이용해 공격대상 네트워크를 조사하고 탈취한 대규모 데이터를 분석하며 새로운 취약점을 찾아내는 작업을 자동화하고 있다.
랜섬웨어 조직들도 같은 기술을 빠르게 받아들이고 있다.
러시아 랜섬웨어 조직 'Aurora'도 AI 의존
사이버보안업체 Sophos 연구진은 올해 러시아어를 사용하는 랜섬웨어 조직 'Aurora'의 시스템 내부를 관찰할 기회를 얻었다.
연구진은 이 조직이 시간이 지나면서 AI에 점점 더 의존하는 모습을 확인했다.
초기에는 랜섬웨어 공격에 필요한 도구와 서버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AI를 사용했다.
그러나 연말로 갈수록 이미 침투한 기업 네트워크 내부를 AI로 탐색하면서 추가 계정이나 다른 시스템으로 이동할 방법까지 자동으로 찾기 시작했다.
Sophos의 위협정보 담당 콜린 카위(Colin Cowie)는 이들의 작업속도에 대해 "평균적인 인간보다 빠르다"고 말했다.
상용 AI에서 오픈소스 AI로 이동
Aurora 조직이 사용하는 AI 모델도 바뀌었다.
초기에는 Anthropic 같은 회사가 제공하는 상용 AI 모델을 이용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Moonshot AI의 Kimi와 같은 오픈소스 모델로 이동했다.
오픈소스 모델은 사용제한이나 안전장치를 공격자가 직접 제거하거나 수정할 수 있다는 점에서 사이버범죄에 악용될 위험이 더 크다.
연구진에 따르면 이 조직은 AI 코딩서비스 Cursor의 월 200달러짜리 라이선스를 이용해 AI 모델에 접근했다.
과거라면 고도로 숙련된 해커 여러 명이 필요했던 작업을 월 수백달러 수준의 AI 서비스로 보조할 수 있게 된 셈이다.
PHP2Shell까지 등장...전 세계 웹사이트 최대 70% 영향
AI 해킹 공격이 급증한 시점에 대규모 인터넷 취약점까지 동시에 발견되면서 상황은 더욱 심각해졌다.
PHP 개발진은 이번 주 전 세계 웹사이트의 최대 70%에서 사용되는 것으로 알려진 PHP에서 'PHP2Shell'이라는 치명적인 취약점을 공개했다.
이 문제 역시 AI를 활용한 소스코드 분석 과정에서 발견됐다.
공격자가 PHP2Shell을 악용하면 패치되지 않은 서버에서 임의의 프로그램을 실행하고 시스템을 장악할 수 있다.
일부 환경에서는 공격 성공까지 몇 초밖에 걸리지 않을 수 있다.
Amazon "해커들이 이미 실제 공격 시도"
취약점이 공개되자 우려는 곧 현실이 됐다.
Amazon은 공격자들이 PHP2Shell 관련 취약점을 이용해 실제 웹사이트에 침투하려는 시도를 이미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는 패치가 공개된 뒤 해커들이 공격방법을 개발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급격하게 짧아지고 있다는 보안업계의 우려를 뒷받침한다.
과거에는 패치가 공개된 뒤 공격자가 코드를 분석해 취약점의 원인을 파악하고 실제 공격코드를 만드는 데 상당한 시간이 필요했다.
AI는 이 과정을 크게 단축할 수 있다.
NSA·FBI "패치 못 하면 사이트 내려라"
미 국가안보국(NSA)과 연방수사국(FBI)은 즉시 PHP 관련 취약점을 수정할 수 없는 기업과 기관에 웹사이트 자체를 일시적으로 중단하라고 권고했다.
실제 캐나다와 벨기에, 프랑스, 네덜란드 등 여러 국가의 정부 운영 웹사이트 일부가 서비스를 중단했다.
인터넷 이미지 게시판 4chan도 패치가 나오기 전 댓글 기능을 일시적으로 정지했다.
단순히 취약점을 감수하면서 서비스를 계속하는 것보다 웹사이트를 끄는 편이 안전하다는 판단이 내려질 정도로 위험도가 높았다는 의미다.
보안업계 "Black October"
최근 몇 주 동안 AI 기반 해킹과 초대형 취약점이 동시에 쏟아지면서 보안업계에서는 2026년 10월을 'Black October'라고 부르는 표현까지 등장했다.
사이버사고 대응업체들도 급증하는 사건을 처리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Volexity의 스티븐 어데어(Steven Adair) 사장은 앞으로 상황이 더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몇 주와 몇 달 동안 엄청난 숫자의 침해사고 공개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미 발생한 공격 가운데 상당수가 아직 피해기업이나 기관에 의해 발견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공격자보다 방어자가 느린 구조
현재 사이버보안업계가 가장 우려하는 것은 공격자와 방어자 사이의 속도 차이다.
공격자는 취약점 하나만 발견하면 수천개 또는 수만개의 시스템을 자동으로 스캔할 수 있다.
AI 에이전트는 공격 가능한 서버를 찾고 취약점을 확인한 뒤 침투까지 계속해서 자동으로 시도할 수 있다.
반면 기업은 취약점이 발견되면 패치를 검토하고 테스트한 뒤 실제 서비스에 적용해야 한다.
대형 기업이나 정부기관의 경우 패치 하나를 적용하는 데도 여러 단계의 내부 검증이 필요하다.
공격자가 몇 분 안에 움직이는 동안 방어자는 며칠이 걸릴 수도 있는 구조다.
AI가 발견한 버그를 AI가 공격
더 큰 문제는 AI가 공격도구 역할뿐 아니라 새로운 취약점을 찾는 역할도 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최근 AI 시스템은 방대한 소스코드를 분석하면서 인간 보안연구자가 오랫동안 발견하지 못했던 문제를 찾아내고 있다.
PHP2Shell 역시 수년 동안 코드 안에 존재했지만 실질적인 공격방법을 찾아내기 어려워 잊혔던 문제였다.
AI가 실제 공격 가능한 방법을 찾아내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AI가 소프트웨어 취약점을 찾아내고 다른 AI가 이를 분석해 공격코드를 만드는 구조가 가능해진 것이다.
오픈소스 프로젝트는 취약점 폭증에 부담
AI가 발견하는 취약점 수가 급격하게 늘면서 오픈소스 프로젝트들도 새로운 문제에 직면했다.
보안 측면에서는 더 많은 버그를 발견하는 것이 긍정적이다.
하지만 실제 개발팀이 수정할 수 있는 속도보다 취약점이 발견되는 속도가 더 빨라질 경우 미처 패치되지 않은 문제가 쌓이게 된다.
공격자는 그 가운데 실제 악용 가능한 취약점을 찾아 자동으로 공격할 수 있다.
AI가 보안을 강화하는 동시에 인터넷 전체의 취약점을 더 빠르게 드러내는 역설적인 상황이다.
사이버공격 진입장벽도 급격히 낮아져
AI의 또 다른 영향은 해킹에 필요한 기술적 진입장벽을 낮추고 있다는 점이다.
CrowdStrike가 지적했듯 AI 도구는 고도로 숙련된 국가 지원 해커뿐 아니라 경험이 많지 않은 공격자도 사용할 수 있다.
과거에는 네트워크 구조를 분석하고 공격코드를 작성하려면 상당한 프로그래밍 지식이 필요했다.
이제 AI가 공격방법을 제안하고 코드를 작성하며 오류까지 수정할 수 있다.
공격자가 직접 모든 기술을 이해하지 못해도 AI와 대화를 주고받으며 공격을 진행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다.
월 200달러 AI 서비스로 공격 자동화
러시아 랜섬웨어 조직이 월 200달러짜리 AI 코딩서비스를 이용했다는 사실은 이러한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과거에는 정교한 사이버공격을 위해 전문개발자와 보안전문가를 직접 고용해야 했다.
이제는 비교적 저렴한 AI 서비스와 오픈소스 모델을 결합해 상당 부분을 자동화할 수 있다.
사이버범죄의 비용은 낮아지고 공격속도는 빨라지는 구조다.
인터넷 보안, '사람 대 사람'에서 '에이전트 대 에이전트'로
OpenCode 공동창업자가 "상대가 24시간 에이전트를 돌리고 있기 때문에 우리도 24시간 에이전트를 돌려야 한다"고 말한 대목은 앞으로 사이버보안이 어떻게 변화할지를 보여준다.
인간 보안담당자가 공격 로그를 확인하고 직접 대응하는 방식만으로는 자동화된 AI 공격을 따라잡기 어려울 수 있다.
결국 기업들도 AI 기반 방어시스템을 상시 운영하면서 공격 AI를 다른 AI가 탐지하고 차단하는 체계를 구축해야 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Black October'가 일시적 현상 아닐 수도
보안업계가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이번 10월의 공격 급증이 일시적인 현상으로 끝나지 않을 가능성이다.
AI 모델은 계속 발전하고 있으며 오픈소스 모델 역시 빠르게 성능이 향상되고 있다.
AI가 코딩과 데이터분석, 네트워크 탐색을 더 잘 수행할수록 공격자가 자동화할 수 있는 영역도 늘어난다.
동시에 AI가 찾아내는 새로운 취약점의 수도 계속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결국 'Black October'는 하나의 특별한 달이라기보다 AI가 사이버보안의 공격과 방어 양쪽을 동시에 가속하기 시작한 전환점으로 기록될 가능성이 있다.
지금 인터넷 보안이 직면한 가장 큰 문제는 공격자가 더 영리해졌다는 것만이 아니다.
공격의 속도 자체가 인간이 대응할 수 있는 속도를 넘어가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