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대 ARM 금리, 재조정 때 7%대로 급등...월 상환액 수천달러 늘기도
내년 재조정 대상 18만6천건...2020년 7년 고정 ARM은 월 납입액 중간값 43% 상승 전망
미국에서 초저금리 시절 변동금리 모기지(ARM)를 선택했던 주택 보유자들이 대규모 금리 재조정 시기를 맞으면서 예상하지 못했던 상환 부담에 직면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과거 2~3%대의 낮은 금리로 ARM을 받은 주택 보유자 가운데 수만명이 앞으로 금리 재조정을 앞두고 있으며, 현재 모기지 금리가 3년 만의 최고 수준까지 올라 일부 가구의 월 상환액은 수백달러에서 수천달러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특히 내년에는 18만6,000건의 ARM이 재조정될 예정으로, 초기 월 상환액이 중간값 기준 645달러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각 대출에 설정된 금리상승 제한이 단계적으로 반영된 이후에는 증가폭이 754달러까지 확대될 수 있다.
2.75% 금리가 최대 7.75%로
미니애폴리스 지역에 사는 앤드루 헤커(Andrew Hecker)는 2019년 ARM을 선택할 당시 큰 위험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당시 대출기관은 일반적인 30년 고정금리 모기지 약 4%보다 1.25%포인트 낮은 초기 금리를 제시했다. 그는 7년 뒤 금리가 다시 조정되기 전에 집을 팔고 이사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는 여전히 같은 집에 살고 있다.
현재 2.75%인 그의 모기지 금리는 내년 1월 최대 7.75%까지 올라갈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월 최소 상환액이 현재 6,800달러에서 9,300달러로 2,500달러 늘어난다.
헤커는 "그동안 추가로 납부했던 돈이 이제 전부 이자로 들어가게 된다는 뜻"이라며 "2026년의 상황에서 보면 고정금리를 받았어야 했다"고 말했다.
ARM은 처음 몇 년간 금리 할인
ARM의 가장 큰 매력은 초기 금리가 고정금리보다 낮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ARM은 처음 3년에서 10년 정도 일정한 금리를 적용한 뒤 시장금리에 따라 금리가 변동한다.
예를 들어 '7/1 ARM'이라면 첫 7년간 금리가 고정되고 이후에는 일정 주기마다 금리가 재조정된다.
시중금리가 내려가거나 고정기간이 끝나기 전에 주택을 매각한다면 낮은 초기 금리의 혜택만 누리고 위험은 피할 수 있다.
반대로 재조정 시점에 시장금리가 크게 올라 있으면 월 상환액이 급증한다.
2008년 금융위기의 악명
변동금리 모기지는 2008년 미국 주택시장 붕괴의 주요 원인 가운데 하나로 악명을 얻었다.
2000년대 중반 대출기관들은 낮은 초기금리를 내세운 ARM을 신용도가 낮은 차주들에게 대규모로 판매했다.
초기 할인기간이 끝난 뒤 금리가 급등하면서 많은 주택 보유자가 대출금을 감당하지 못했고, 주택 압류가 급증하면서 서브프라임 모기지 위기와 금융위기를 악화시켰다.
당시 일부 시기에는 미국 전체 모기지 가운데 ARM 비중이 3분의 1에 달했고, 서브프라임 모기지에서는 변동금리 상품이 과반을 차지했다.
지금은 전체 모기지의 약 5%
현재 ARM 시장은 2008년 당시와는 상당히 다르다.
미국에서 현재 유지되고 있는 전체 모기지 가운데 ARM 비중은 약 5%에 불과하다.
금융위기 이후 대출규제가 강화됐고 차주의 소득과 상환능력에 대한 심사기준도 높아졌다.
따라서 이번 ARM 재조정이 2008년과 같은 대규모 주택 압류 사태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개별 가구 입장에서는 수천달러의 월 납입액 증가가 상당한 부담이 될 수 있다.
고금리에 ARM 다시 인기
역설적으로 최근 ARM의 인기는 다시 높아지고 있다.
30년 고정 모기지 금리가 7%를 웃돌면서 주택 구매자들이 초기 금리가 더 낮은 ARM으로 이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Mortgage Bankers Association에 따르면 10월 16일로 끝난 주에는 전체 모기지 신청 가운데 ARM 비중이 10.5%에 달했다.
올해 초에는 이 비율이 6.3%였다.
당시 고정 모기지 금리는 하락세를 보이며 일시적으로 6% 아래까지 내려갔다.
2020년 7년 ARM 차주가 가장 큰 충격
내년에 가장 큰 영향을 받는 사람들은 2020년 7년 고정기간 ARM을 받은 차주들이다.
Intercontinental Exchange(ICE)에 따르면 이들은 금리가 재조정되면서 월 상환액이 중간값 기준 43% 증가할 전망이다.
금액으로는 월 1,269달러 증가다.
즉 2020년 초저금리를 활용해 낮은 금리로 집을 구매했던 사람들이 7년의 고정기간이 끝나는 2027년부터 훨씬 높은 현재 금리를 적용받기 시작하는 것이다.
"이사할 생각이라면 돈 절약 가능"
Homes.com의 수석 주택경제학자 브래드 케이스(Brad Case)는 ARM이 본질적으로 차주에게 더 위험한 상품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장기간 같은 집에 살 계획이 없다면 상당한 금리를 절약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ARM의 핵심은 고정금리가 끝나기 전에 주택을 매각하거나 더 낮은 금리의 대출로 재융자할 수 있는지 여부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집을 팔지 못하거나 시장금리가 높은 상태에서 재융자도 어려우면 위험이 현실화된다.
ARM 차주들은 상대적으로 부유
이번 재조정이 대규모 연체로 이어질 가능성이 낮다는 분석도 있다.
ICE의 모기지·주택시장 연구 책임자 앤디 월든(Andy Walden)은 ARM 차주들이 일반적으로 다른 모기지 차주보다 자산이 많다고 설명했다.
ARM을 가장 적극적으로 취급하는 금융기관 가운데 상당수가 고가주택 구매에 사용되는 점보 모기지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2024년과 2025년에 처음으로 ARM 월 상환액이 증가한 차주들 가운데 재조정 이전에 연체가 없었던 사람의 98% 이상이 6개월 뒤에도 정상적으로 대출금을 상환하고 있었다.
2.375%에서 6천달러 이상으로
하지만 실제 차주들이 느끼는 부담은 상당하다.
비샬 미슈라(Vishal Mishra)는 2021년 기존 모기지를 5년 고정 ARM으로 재융자하면서 2.375%라는 매우 낮은 금리를 확보했다.
그는 당시 모기지 시장이 안정적이었고 필요하면 언제든 다시 재융자를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지난 9월 금리가 재조정되면서 월 상환액이 약 4,000달러에서 거의 6,500달러로 오를 상황에 놓였다.
10만달러 원금 추가 상환
미슈라는 상환액 증가를 줄이기 위해 대출원금을 10만달러 추가 상환했다.
그 결과 월 상환액을 약 5,000달러 수준으로 낮출 수 있었다.
하지만 기존 4,000달러와 비교하면 여전히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그는 앞으로 다른 생활비를 줄여 늘어난 모기지 비용을 감당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ARM 차주들 "원금부터 줄이자"
금리 재조정을 앞둔 주택 보유자들 사이에서는 대출원금을 미리 줄이는 전략도 확산되고 있다.
앤서니 푸모(Anthony Fumo)는 2020년 필라델피아의 주택을 구입하면서 10년 고정 ARM을 이용했다.
2023년 금리가 빠르게 상승하자 그는 대출원금 9만5,000달러를 추가로 갚았다.
그 결과 2030년 금리가 재조정될 때 남아 있을 원금은 약 5만달러 정도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금리가 올라가더라도 월 상환액 증가는 약 200달러에 그칠 전망이다.
재융자도 다시 ARM으로
헤커 역시 현재 약 60만달러의 모기지 잔액을 가지고 있다.
내년 1월 금리 재조정을 앞두고 여러 선택지를 검토하고 있으며, 현재는 초기금리 5.75%의 새로운 7년 ARM으로 재융자하는 방안을 가장 유력하게 보고 있다.
문제는 2019년에도 같은 생각을 했다는 것이다.
그는 당시에도 7년 안에 집을 떠날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실제로는 그대로 살고 있다.
그는 이번에도 "7년 뒤까지 여기 있을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생각한다"면서도 과거 자신의 판단을 떠올리며 다시 후회하게 될 가능성을 걱정했다.
7%대 고정금리에 ARM 선택 다시 늘어
이런 사례에도 불구하고 현재 주택 구매자들은 다시 ARM으로 향하고 있다.
고정금리가 너무 높기 때문이다.
30년 고정금리 모기지가 7%를 넘는 상황에서 초기 몇 년 동안이라도 금리를 낮출 수 있다면 월 상환액을 상당히 줄일 수 있다.
특히 가까운 시일 안에 집을 팔 계획이 있거나 소득 증가가 예상되는 차주에게는 여전히 매력적인 선택지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이번에 재조정을 맞는 차주들의 사례는 ARM의 초기 할인금리가 무료 혜택은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싼 금리'의 대가는 미래의 금리위험
ARM의 구조는 결국 현재의 낮은 금리와 미래의 금리위험을 교환하는 것이다.
고정금리 차주는 시장금리가 떨어져도 기존 금리를 계속 부담하지만 금리가 올라가더라도 영향을 받지 않는다.
반면 ARM 차주는 초기에는 더 낮은 금리를 누리지만 고정기간이 끝난 뒤 시장금리 변동을 직접 떠안는다.
초저금리였던 2019~2021년에 ARM을 받은 차주들에게는 당시 2~3%대 금리가 매우 매력적으로 보였다.
그러나 이후 연방준비제도의 급격한 금리인상으로 모기지 금리가 7%를 넘어서면서 당시 예상하지 못했던 위험이 현실화됐다.
내년 18만6천가구가 같은 시험대
ICE에 따르면 내년에만 18만6,000건의 ARM이 재조정된다.
전체 미국 모기지시장과 비교하면 작은 비중이지만 해당 가구들에는 상당한 현금흐름 변화가 발생한다.
중간값 기준 초기 월 납입액은 645달러 늘고, 금리상승 제한이 모두 반영된 뒤에는 754달러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2020년 7년 ARM 차주의 중간 월 상환액 증가는 1,269달러에 달한다.
초저금리 시절 "몇 년 안에 집을 팔거나 다시 재융자하면 된다"고 생각했던 차주들이 이제 전혀 다른 금리환경을 마주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현재 7%가 넘는 고정금리를 피하기 위해 또 다른 주택 구매자들이 ARM으로 이동하면서 같은 선택이 다시 반복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