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커 63억달러 탈취...테더·서클 등 30억달러 동결, 33억달러는 여전히 해커 통제
SAFU 비상기금 12억3천만달러뿐...바이낸스 "회사 준비금까지 동원해 고객 전액 보전"
자오창펑, 머스크 조롱성 게시물에 "지금은 트롤할 때 아니다"
세계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바이낸스(Binance)가 사상 최대 규모의 가상자산 해킹으로 발생한 63억달러 손실을 메우기 위해 비상기금과 회사 준비금을 총동원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해커들은 바이낸스 엔지니어의 노트북 침해 등을 통해 회사 디지털 지갑에서 총 63억달러 상당의 가상자산을 탈취했다. 테더(Tether)와 서클(Circle)을 비롯한 가상자산 업체들이 이 가운데 약 30억달러를 동결했지만 약 33억달러는 여전히 해커들의 통제 아래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바이낸스는 고객 손실을 전액 보전하겠다고 밝혔다.
비상기금만으로는 부족
바이낸스는 대형 해킹사건에 대비해 'Secure Asset Fund for Users', 이른바 SAFU라는 비상기금을 운영하고 있다.
블록체인 자료에 따르면 29일 기준 SAFU에는 약 12억3,000만달러 상당의 비트코인이 보관돼 있었다.
하지만 이번 해킹 피해 규모가 워낙 커 SAFU만으로는 손실을 충당할 수 없다.
더구나 해킹 이후 비트코인 가격이 하락하면서 비상기금 가치도 약 1억달러 감소했다.
바이낸스 "회사 자금으로 부족분 채운다"
바이낸스는 SAFU로 부족한 부분을 회사 자체 준비금에서 충당하기로 했다.
리처드 텅(Richard Teng) 공동 최고경영자는 30일 X에 "바이낸스는 SAFU 기금과 회사 자금을 이용해 모든 손실을 보전할 것"이라고 밝혔다.
바이낸스 대변인은 이미 고객자산 보전을 위해 63억달러 이상의 회사 자금을 별도로 확보했다고 말했다.
이 가운데 약 50억달러는 해커들이 탈취한 것과 동일한 종류의 가상자산으로 준비돼 있다.
동결된 30억달러는 나중에 회수
바이낸스가 당장 고객들에게 지급할 돈을 모두 자체적으로 마련한 뒤, 테더와 서클 등이 동결한 약 30억달러를 돌려받으면 회사 자금으로 다시 채우는 방식이다.
즉 고객에게는 바이낸스가 먼저 돈을 지급하고 이후 회수된 도난자산으로 회사가 자신에게 상환하는 구조다.
바이낸스 측은 이를 통해 고객 계좌에 표시되는 가상자산 수량에는 변화가 없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나머지 13억달러는 시장에서 직접 구매
문제는 해커가 훔친 자산과 동일한 가상자산을 모두 회사가 보유하고 있지는 않다는 점이다.
바이낸스는 부족한 약 13억달러 상당의 가상자산을 시장에서 직접 매입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과정은 시간이 더 걸릴 수 있다.
대규모 자산을 한꺼번에 시장에서 구매하면 가격 자체를 움직일 수 있기 때문에 바이낸스는 시장상황을 보면서 단계적으로 매입해야 한다.
"우리는 이 폭풍을 견뎌낼 것"
바이낸스 대변인은 "우리는 이 폭풍을 견뎌낼 것"이라고 밝혔다.
회사는 해킹 피해가 심각하지만 전체 자산규모와 비교하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블록체인 분석업체 Nansen에 따르면 바이낸스가 관리하는 디지털 지갑에는 총 약 1,670억달러 상당의 가상자산이 보관돼 있다.
이 수치에는 고객자산뿐 아니라 바이낸스 자체 자산과 SAFU 비상기금도 포함된다.
바이낸스가 블록체인 밖에서 보유하고 있는 별도 자산도 있어 실제 전체 자산규모는 이보다 더 클 수 있다.
해킹은 엔지니어 노트북에서 시작
바이낸스는 이번 공격 과정에서 회사 엔지니어의 노트북이 침해됐다고 밝혔다.
해커들은 여러 보안장벽을 뚫고 회사가 관리하는 대형 디지털 지갑에 접근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앙화 거래소는 고객들의 가상자산을 대형 '핫월렛'에 보관한다.
바이낸스 내부 장부에는 각 고객이 어떤 토큰을 얼마나 보유하고 있는지가 기록되지만 실제 가상자산은 회사가 통제하는 대형 지갑에 보관된다.
이 구조 때문에 하나의 핵심 지갑이 뚫릴 경우 피해규모가 막대해질 수 있다.
무디스 "중앙화 거래소의 집중위험 보여줘"
무디스레이팅스의 크리스티아노 벤트리첼리(Cristiano Ventricelli) 부사장은 이번 사건이 대형 중앙화 금융중개기관에 자산이 집중되는 위험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그는 내부 보안통제를 강화하면 일부 취약점을 줄일 수 있지만 한 기관이 보관하는 자산 자체가 워낙 많으면 단 한 번의 성공적인 침입이 엄청난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바이낸스가 세계 최대 거래소라는 점이 오히려 공격 성공 시 피해규모를 키운 셈이다.
출금 막은 바이낸스...이틀 뒤 재개 목표
바이낸스는 해킹 직후 고객들의 출금을 중단했다.
회사는 보안점검과 지갑 재구성, 자금 동결작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출금서비스는 이틀 안에 재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바이낸스는 사실상 아랍에미리트(UAE)를 주요 거점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미국 고객은 받지 않는다고 설명하고 있다.
별도 법인인 Binance.US는 이번 해킹의 영향을 받지 않았다고 밝혔다.
북한 TraderTraitor 배후 지목
사이버보안 연구기관들은 이번 공격 배후로 북한 연계 해킹조직 TraderTraitor를 지목하고 있다.
TraderTraitor는 최근 몇 년 동안 대형 가상자산 해킹사건에 반복적으로 연루돼온 조직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기관들의 분석이 맞다면 이번 사건은 북한 연계 해킹조직이 저지른 가상자산 탈취 가운데서도 압도적으로 큰 규모가 된다.
기존 사상 최대 가상자산 해킹으로 꼽혔던 2025년 Bybit 사건의 피해액은 약 15억달러였다.
이번 바이낸스 사건은 그 네 배가 넘는다.
63억달러...가상자산 역사상 최대 해킹
이번 해킹 규모는 이전 기록을 크게 넘어선다.
바이낸스가 확인한 전체 탈취액은 63억달러다.
이 가운데 약 30억달러가 동결돼 있지만 나머지 약 33억달러는 현재도 해커들의 통제 아래 있다.
따라서 바이낸스가 실제로 부담해야 할 최종 손실액은 향후 얼마나 많은 도난자산을 추가로 회수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시장 전체도 충격
이번 사건은 바이낸스에만 타격을 준 것이 아니다.
가상자산 시장 전반이 흔들리면서 비트코인 가격도 하락했다.
해킹이 발생하면서 바이낸스가 보유한 SAFU 기금의 가치까지 내려갔다는 점은 대형 가상자산 사고가 가져오는 연쇄적인 위험을 보여준다.
고객 손실을 보전하기 위해 보유한 비트코인의 가격이 해킹 충격으로 함께 떨어지는 구조다.
자오창펑 "남은 격차 감당할 수 있다"
바이낸스 창업자이자 최대주주인 자오창펑(Changpeng Zhao)은 30일 X를 통해 "남아 있는 격차는 여전히 고통스럽지만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밝혔다.
자오는 1,000억달러가 넘는 개인 자산을 보유한 것으로 평가되는 세계적인 가상자산 부호다.
바이낸스가 이번 손실을 감당할 수 있는지를 둘러싼 논쟁이 소셜미디어에서 확산하면서 자오도 직접 대응에 나섰다.
머스크와 X에서 충돌
논쟁은 일론 머스크(Elon Musk) SpaceX 최고경영자와의 공개 설전으로까지 이어졌다.
머스크는 X에서 한 이용자가 올린 샘 뱅크먼-프리드(Sam Bankman-Fried)의 과거 게시물 캡처에 찡그린 얼굴 이모지를 달았다.
뱅크먼-프리드는 2022년 붕괴한 가상자산 거래소 FTX의 창업자로 현재 수감 중이다.
바이낸스 위기와 FTX 붕괴를 연상시키는 듯한 이 게시물에 머스크가 반응하자 자오가 직접 반박했다.
"일론, 지금 트롤할 때 아니다"
자오는 바이낸스가 보유한 SpaceX 지분가치가 10억달러를 넘는다고 강조했다.
바이낸스는 2022년 머스크가 Twitter를 인수할 당시 5억달러를 투자한 바 있다.
이후 Twitter, 즉 X가 올해 SpaceX에 인수되면서 바이낸스의 투자지분도 SpaceX 지분으로 연결됐다.
자오는 머스크를 향해 "일론, 당신을 많이 존중하지만 지금은 트롤할 때가 아니다. 그만해달라"고 적었다.
바이낸스 "SpaceX 주식 팔 필요 없다"
자오의 연인이자 바이낸스 공동 최고경영자인 이허(Yi He)도 공개 논쟁에 참여했다.
이허는 자오와 세 자녀를 두고 있으며 바이낸스의 핵심 경영진이다.
그는 바이낸스의 연간 매출만으로도 이번 해킹 손실을 감당할 수 있다며 "당신이 낙관적으로 보는 SpaceX 주식을 아직 팔 필요는 없다"고 자오에게 말했다.
바이낸스는 지난해 약 34조달러 규모의 가상자산 거래를 처리했다.
회사는 각 거래에서 수수료를 받는다.
자오 "SpaceX 지분 매각 고려 안 해"
자오는 자신도 SpaceX 지분을 매각할 생각은 없다고 답했다.
그는 SpaceX 지분을 언급한 이유가 머스크에게 바이낸스의 재정상태를 보여주기 위한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머스크가 덜 걱정하게 해주기 위해" 자산을 언급했다는 것이다.
바이낸스가 고객 손실을 보전할 수 있는 재무능력이 충분하다는 점을 강조한 셈이다.
핵심은 '신뢰 회복'
이번 사건에서 바이낸스가 직면한 가장 큰 문제는 단순히 63억달러의 손실만은 아니다.
세계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의 핵심 지갑이 뚫렸다는 사실 자체가 고객 신뢰에 큰 충격을 줬다.
바이낸스는 SAFU라는 비상기금을 오랫동안 고객보호 장치로 홍보해왔지만 이번 해킹은 그 기금 규모를 몇 배 뛰어넘었다.
SAFU가 12억3,000만달러인데 전체 탈취액은 63억달러였다.
결국 바이낸스는 비상기금뿐 아니라 일반 회사 준비금까지 동원해야 했다.
사상 최대 해킹에도 바이낸스 생존 가능성 시험대
현재 바이낸스는 약 63억달러를 별도로 확보해 고객 손실을 전액 보전하겠다고 약속하고 있다.
이 가운데 50억달러는 이미 해커가 훔친 것과 같은 종류의 가상자산으로 확보했고, 나머지 13억달러도 시장에서 구매하고 있다.
또한 동결된 약 30억달러가 회수되면 이를 회사 자금에 다시 충당할 계획이다.
전체 1,670억달러 규모의 가상자산을 관리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손실이 바이낸스 자체를 무너뜨릴 정도는 아니라는 것이 회사 측 입장이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중앙화 거래소에 막대한 고객자산이 집중될 때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극명하게 보여줬다.
바이낸스가 실제로 고객자산을 전액 복구하고 출금서비스를 정상화한다면 재정적인 위기는 넘길 수 있다.
그 다음 문제는 63억달러라는 사상 최대 해킹이 어떻게 가능했는지, 그리고 세계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가 다시는 같은 공격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신뢰를 고객들에게 어떻게 회복시키느냐가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