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관련 회사채 발행 올해 6550억달러...내년에는 1조달러 전망
CoreWeave 채권 수익률 15% 넘어...네오클라우드 고수익채 시장 사실상 막혀
"AI 투자 수익 입증하라"...Broadcom·Meta·OpenAI까지 자금조달 경쟁

미국 인공지능(AI) 투자 붐의 가장 큰 병목이 반도체나 전력에서 자금조달로 옮겨가고 있다.

지난 수년 동안 AI 기업과 대형 기술회사들은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전력시설을 건설하기 위해 수천억달러를 비교적 쉽게 조달했다. 하지만 최근 월가의 대출기관과 채권 투자자들이 AI 투자에 훨씬 까다로운 조건을 요구하기 시작하면서 자금조달 환경이 빠르게 바뀌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돈을 빌려주기 전에 수익성부터 보여라"

투자자들의 가장 큰 고민은 AI 인프라 투자가 실제로 약속된 수익으로 이어질 수 있느냐는 것이다.

AI 최대 병목은 돈?
(AI의 최대 병목은 돈? . AI)

데이터센터 건설에 대한 지역사회의 반발이 커지면서 프로젝트가 지연될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동시에 Anthropic과 OpenAI 같은 AI 기업, 그리고 대형 클라우드 사업자들이 막대한 투자비용을 얼마나 빠르게 수익으로 전환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도 커졌다.

Pimco의 최고투자책임자 댄 아이바신(Dan Ivascyn)은 "투자가 충분한 매출로 연결될 것이라는 점을 대출기관에 입증해야 하는 기준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약한 고리부터 먼저 고통을 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SpaceX·Meta 채권도 할인 거래

시장 변화는 대형 기술기업에도 나타나고 있다.

SpaceX와 Meta가 발행한 일부 채권은 최근 상당한 할인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CoreWeave와 Nebius, Nscale 같은 AI 클라우드 업체들은 최근 몇 주 동안 사실상 회사채 시장에서 신규 자금을 조달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인 것으로 전해졌다.

신용도가 낮은 AI 인프라 기업들은 특히 타격이 크다.

CoreWeave 채권금리 15% 넘어

CoreWeave가 올해 초 9.75% 금리로 발행한 채권은 현재 유통시장에서 수익률이 15% 이상으로 올라갔다.

채권 가격과 수익률은 반대로 움직이기 때문에, 이는 투자자들이 CoreWeave의 신용위험에 훨씬 높은 보상을 요구하고 있다는 뜻이다.

은행들은 최근 AI 네오클라우드 업체들이 15% 이상의 이자를 부담하면서 새로운 고수익채권을 발행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보고 있다.

WSJ에 따르면 이 때문에 네오클라우드 회사들이 이용하던 고수익채권 시장은 사실상 신규 발행이 막힌 상태다.

네오클라우드, AI 투자에서 가장 취약

네오클라우드는 대형 데이터센터를 보유하거나 임차한 뒤 Nvidia GPU 등 AI 서버를 설치하고 컴퓨팅 능력을 다른 기업에 판매하는 회사들이다.

CoreWeave와 Nebius, Nscale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빠른 성장 과정에서 대규모 차입에 의존해왔기 때문에 금리 상승의 영향을 가장 직접적으로 받는다.

많은 네오클라우드 기업들은 원래 가상자산 채굴업체에서 출발했거나 AI 인프라 운영 경험이 짧아 전통적인 대형 기술회사보다 신용도가 낮다.

Nebius도 고수익채 발행 포기

Nebius는 올해 여름과 초가을 고수익채권 발행을 준비했다.

투자은행들은 Nebius 경영진과 펀드매니저들의 미팅을 주선했고 회사는 첫 고수익채권 발행을 검토했다.

하지만 9월 들어 채권시장이 흔들리면서 계획을 철회했다.

Nebius 최고경영자 아르카디 볼로즈(Arkady Volozh)는 일부 자금조달 창구가 일시적으로 닫혔다며 고객 선납금 등 새로운 방식으로 자금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고객에게 먼저 돈 받는 방식까지

자금조달이 어려워지자 AI 인프라 기업들은 전통적인 채권이나 대출 외의 방법을 찾고 있다.

Nebius는 고객들이 향후 사용할 컴퓨팅 서비스 비용을 미리 지불하는 'customer advances'를 활용하고 있다.

일종의 선수금 형태다.

금융시장 대신 실제 고객에게 먼저 돈을 받아 데이터센터 건설에 사용하는 방식으로, AI 인프라 기업의 자금조달 환경이 얼마나 어려워졌는지를 보여준다.

OpenAI도 목표액 절반 못 채워

주식시장에서도 돈을 구하기가 쉬운 것은 아니다.

WSJ에 따르면 OpenAI는 최근 투자라운드에서 당초 300억달러 조달을 목표로 했지만 현재까지 절반에도 못 미치는 금액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Lambda는 상장 전 마지막 투자라운드에서 40억달러를 조달하려 하고 있지만 목표 기업가치를 145억달러에서 130억달러로 낮췄다.

일부 주요 투자자들이 참여하지 않기로 결정하면서 협상력이 약해진 것이다.

Nscale IPO도 연기 가능성

영국의 AI 클라우드 업체 Nscale은 11월 기업공개를 검토했지만 시장 불안 때문에 12월로 연기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Nscale은 Anthropic을 위한 웨스트버지니아 450억달러 규모 데이터센터 프로젝트의 자금조달도 진행하고 있다.

Nvidia 등 잠재적 투자자들이 시장 상황이 악화된 뒤 더 엄격한 조건을 요구하면서 Nscale의 IPO 일정까지 늦어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목표 기업가치 300억~350억달러도 부담

Nscale의 일부 투자은행들은 현재 시장 상황에서는 회사가 목표로 했던 300억~350억달러의 기업가치를 인정받기 어려울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게다가 Anthropic의 IPO가 예정돼 있어 시장의 투자자금이 먼저 Anthropic으로 몰릴 가능성도 있다.

Nscale 내부에서도 Anthropic보다 먼저 상장하기는 어렵다는 판단이 커지고 있다.

Broadcom도 은행 요구조건 받아들여

신용도가 높은 대기업도 자유롭지는 않다.

Broadcom은 Anthropic에 반도체를 임대하기 위한 630억달러 규모의 대형 금융조달을 추진하면서 은행들과 긴장된 협상을 벌였다.

경영진은 결국 은행들의 우려를 달래기 위해 더 유리한 조건을 제공해야 했다.

WSJ는 Hock Tan 최고경영자가 협상 막판 직접 개입해 은행들을 설득했다고 전했다.

AI 자금조달 기록 몇 시간 만에 경신

AI 인프라 투자 규모는 이미 전례 없는 수준이다.

SpaceX는 이번 주 Nvidia 최신 AI 반도체를 구매하기 위해 400억달러 규모의 금융조달을 발표했다.

당시 AI 반도체 관련 사상 최대 금융조달이었다.

그러나 불과 몇 시간 뒤 Broadcom이 Anthropic과 관련한 630억달러 규모 조달을 성사시키면서 기록을 갈아치웠다.

Meta는 최대 975억달러 주식 발행

Meta 역시 AI 투자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최대 975억달러 규모의 주식 발행을 추진하고 있다.

Meta는 증권신고서에서 Alphabet과 SpaceX, Anthropic, OpenAI 등이 동시에 대규모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는 점을 시장 위험요인으로 지적했다.

모든 대형 기술기업이 같은 시기에 주식과 채권을 발행하면 투자자들이 이를 모두 소화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유동성이 마르기 전에 돈부터 확보"

Carnegie Investment Counsel의 최고투자책임자 벤 코너드(Ben Connard)는 현재 AI 기업들의 행동을 단적으로 설명했다.

그는 "모두가 유동성이 말라버리기 전에 자신의 데이터센터 건설자금을 먼저 확보하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 이 모든 AI 인프라 건설을 자금조달할 만큼 충분한 돈이 시장에 없을 수도 있다"며 "금융이 AI 확장을 늦추는 최종 병목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올해 AI 관련 채권 발행 6550억달러

실제 AI 기업들이 금융시장에서 가져가는 돈의 규모는 빠르게 커지고 있다.

Bank of America에 따르면 미국 기업 채권시장에서 AI 관련 발행액은 2025년 3940억달러였다.

올해는 10월 중순까지만 이미 6550억달러를 기록했다.

시장전문가들은 내년 신규 AI 관련 채권 발행 규모가 약 1조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1조달러 AI 채권 물량 시장이 소화할 수 있나

문제는 누가 이 채권을 모두 사줄 것인가다.

대형 보험사와 연기금, 자산운용사들은 이미 Meta, Alphabet, Amazon, Microsoft 등 대형 기술기업의 채권을 대량으로 보유하고 있다.

신용등급이 매우 높은 회사들이기 때문에 각각의 회사에 대한 부도위험은 낮다.

하지만 투자자 입장에서는 포트폴리오가 AI와 기술기업 한쪽으로 지나치게 집중되는 것이 새로운 위험이 되고 있다.

"한 테마를 얼마나 더 살 수 있나"

Pimco의 아이바신은 이를 "투자자들이 하나의 회사나 하나의 테마를 얼마나 더 많이 보유할 수 있느냐의 현실적인 문제"라고 표현했다.

Meta와 Amazon, Alphabet, Microsoft 같은 회사들은 최상위 수준의 신용등급을 갖고 있기 때문에 추가 채무를 감당할 능력이 충분하다.

그러나 이들 모두가 동시에 수백억달러의 채권을 반복적으로 발행하면 투자자들의 한도 자체가 문제가 된다.

대형 기술회사 채권가격도 하락

이 같은 공급 부담은 이미 채권가격에 나타나고 있다.

여러 대형 AI 기업이 발행한 채권 가격은 30일 기록적인 수준까지 떨어졌으며 시장 평균 투자등급 회사채보다 훨씬 높은 수익률에 거래되고 있다.

신용위험이 크게 높아졌다는 의미라기보다 투자자들이 대규모 물량을 계속 받아주는 대가로 더 높은 금리를 요구하고 있다는 의미가 크다.

9월 연준 금리인상도 결정타

시장 분위기가 바뀐 시점은 9월이었다.

연방준비제도(Fed)가 3년 만에 처음으로 단기금리를 인상하면서 자금조달 비용이 다시 상승하기 시작했다.

동시에 전력 공급과 인허가 문제로 일부 대형 데이터센터 프로젝트 일정도 늦어졌다.

Oracle은 뉴멕시코의 대형 데이터센터 개발업체에 완전한 임대료 지급 시점을 연기하겠다고 통보했고, 이 사건은 대출기관들이 다른 데이터센터 프로젝트의 건설위험까지 다시 평가하는 계기가 됐다.

Alphabet·Intel 폭락까지 겹쳐

주식시장에서도 AI 투자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

Alphabet은 검색사업 성장 둔화와 AI 인프라 지출 급증이 동시에 나타나면서 29일 약 5000억달러의 시장가치를 잃었다.

다음 날에는 Intel 주가가 PC 사업 부진으로 29% 폭락했다.

30일 Nasdaq 지수도 2.9% 하락해 6월 이후 최악의 하루를 기록했다.

주식시장 변동성이 계속될 경우 기업들의 신규 주식발행과 IPO도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

AI 기업보다 전력회사가 먼저 막힐 수도

AI 데이터센터의 자금조달 문제는 기술기업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Anthropic은 최근 공개한 IPO 투자설명서에서 데이터센터에 전기를 공급하는 전력회사의 자금조달 능력을 위험요인으로 직접 언급했다.

AI 데이터센터를 건설해도 발전소와 송전망을 건설할 전력업체가 돈을 구하지 못하면 프로젝트 자체가 완성될 수 없기 때문이다.

AI 붐, 새로운 단계 진입

지난 몇 년간 AI 투자경쟁의 질문은 "GPU를 구할 수 있는가", "데이터센터를 얼마나 빨리 지을 수 있는가", "전력을 확보할 수 있는가"였다.

이제는 여기에 또 하나의 질문이 추가됐다.

"이 모든 것을 지을 돈을 누가 빌려줄 것인가"다.

AI 기업들은 지금까지 벤처캐피털과 주식시장, 회사채, 은행대출, 사모신용 등 거의 모든 자금원을 활용해왔다.

하지만 금리가 오르고 AI 투자 규모가 기하급수적으로 커지면서 금융시장 자체의 수용능력이 시험대에 올라왔다.

AI 투자 경쟁의 '최종 병목' 될 수도

시장에 자금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SpaceX와 Broadcom처럼 신용도가 높고 강력한 보증구조를 갖춘 회사들은 여전히 수백억달러를 조달할 수 있다.

하지만 그들조차 과거보다 더 높은 금리와 까다로운 조건을 받아들여야 한다.

반면 CoreWeave나 Nebius, Nscale처럼 막대한 차입에 의존하는 네오클라우드 업체들은 가장 먼저 시장에서 밀려나고 있다.

AI 투자 붐은 지금까지 반도체와 전력, 데이터센터 건설 능력을 중심으로 확대돼왔다.

그러나 올해 AI 관련 회사채 발행액이 이미 6550억달러를 넘어섰고 내년에는 약 1조달러가 추가로 시장에 나올 것으로 예상되면서 새로운 제약이 등장했다.

돈은 여전히 있지만 과거처럼 싸고 무조건적인 자금은 더 이상 아니다.

미국 AI 산업의 다음 경쟁은 누가 가장 좋은 AI 모델이나 반도체를 만들 수 있느냐뿐 아니라, 누가 가장 낮은 비용으로 수백억달러의 자금을 계속 확보할 수 있느냐에 의해 결정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