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한 달 Apple +1.4%...Alphabet·Meta·Nvidia는 두 자릿수 하락
AI 설비투자 부담 적고 현금흐름 강점...올해 설비투자 90억달러에 그쳐
선행 PER 35배로 18년 만의 최고 수준..."안전하지만 싸지는 않다"
애플(Apple)이 최근 기술주 급락장에서 상대적인 'AI 안전지대'로 부상하고 있다. Alphabet과 Meta Platforms, Nvidia 등 주요 기술기업들이 인공지능(AI) 투자비 급증과 수익성 우려로 큰 폭의 주가 조정을 받는 동안, Apple은 막대한 AI 데이터센터 투자에서 상대적으로 한발 떨어져 있다는 점이 오히려 장점으로 평가받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Apple 주가는 2일 종가 기준 최근 한 달 동안 1.4% 상승했다. 같은 기간 Alphabet과 Meta, Nvidia 주가는 모두 두 자릿수 하락률을 기록했다.
AI 투자 부담 적은 빅테크
현재 세계 최대 기술기업 대부분은 AI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
대형 클라우드 기업들은 GPU와 데이터센터, 전력설비를 확보하기 위해 수백억달러씩 지출하고 있으며, 투자 규모는 계속 커지고 있다.
반면 Apple은 이러한 AI 투자경쟁에 상대적으로 적은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
Apple의 최근 회계연도 설비투자는 약 90억달러에 불과했다.
이는 주요 하이퍼스케일러 5개사가 올해 AI 인프라를 포함해 투자할 것으로 예상되는 약 8000억달러와 비교하면 매우 작은 규모다.
현금 567억달러 보유
Apple의 또 다른 강점은 강력한 재무구조다.
회사는 현재 약 567억달러의 현금과 시장성 유가증권을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 AI 데이터센터 건설이나 대규모 GPU 구매를 위해 앞으로 막대한 자금을 새로 투입해야 할 부담도 상대적으로 적다.
최근 9월 분기에는 300억달러가 넘는 잉여현금흐름을 기록했다.
대부분의 빅테크 기업이 AI 설비투자로 현금유출이 급증하는 상황에서 Apple은 여전히 막대한 현금을 만들어내고 있다.
스마트폰 시장 22% 감소에도 iPhone은 4% 감소
Apple의 핵심 사업인 iPhone도 예상보다 강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IDC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전 세계 스마트폰 판매량은 전년 동기보다 22% 감소했다.
하지만 같은 기간 iPhone 판매량은 4% 감소하는 데 그쳤다.
전체 스마트폰 시장이 크게 위축되는 상황에서도 Apple은 상대적으로 판매량을 방어한 것이다.
판매량 줄어도 매출은 증가
Apple은 판매량이 줄어도 제품 가격을 높이는 방식으로 매출과 이익을 유지하고 있다.
회사는 올여름 iPhone과 Mac 가격을 최대 33%까지 인상했다.
그 결과 최근 분기 제품 매출은 829억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12.5% 증가했다.
이는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수준이었다.
Apple이 판매량 자체보다는 고가 제품 비중을 높이는 전략으로 수익성을 지키고 있다는 의미다.
접는 iPhone Duo 출시
신제품에 대한 초기 수요도 비교적 긍정적인 것으로 평가된다.
Apple은 지난달 첫 폴더블 스마트폰인 iPhone Duo를 출시했다.
동시에 iPhone 18 Pro와 Pro Max도 판매를 시작했다.
Goldman Sachs는 최근 공급망 자료를 근거로 신제품 수요가 "고무적"이라고 평가했다.
고가 모델 판매가 늘어날 경우 Apple의 평균판매가격과 이익률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다른 빅테크는 AI 비용과 전쟁 중
Apple의 상대적 강점은 경쟁사들의 상황과 비교할 때 더욱 두드러진다.
Alphabet과 Meta, Amazon, Microsoft 등은 AI 데이터센터와 반도체에 막대한 돈을 쓰고 있다.
AI 관련 매출은 늘고 있지만 투자비 증가속도가 훨씬 빠르다는 우려가 최근 주식시장에서 커지고 있다.
특히 투자자들은 이제 단순히 AI 매출이 성장하는 것보다 투자한 수백억달러를 언제 수익으로 회수할 수 있는지를 더욱 엄격하게 따지고 있다.
Apple은 이 경쟁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하지만 선행 PER 35배
문제는 주가다.
Apple은 AI 투자 위험이 낮다는 이유로 투자자들의 피난처 역할을 하고 있지만, 그만큼 밸류에이션도 크게 높아졌다.
Apple 주가는 2일 기준 향후 12개월 예상이익의 약 35배에 거래됐다.
이는 약 18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즉 Apple은 다른 기술주보다 안전해 보일 수 있지만 결코 싸게 거래되는 주식은 아니다.
'안전 프리미엄' 너무 높아졌나
현재 시장이 Apple에 부여하고 있는 프리미엄에는 여러 이유가 있다.
AI 투자비 부담이 적고, iPhone 사업이 예상보다 안정적이며, 현금흐름도 강하다.
하지만 이러한 장점들이 이미 주가에 상당 부분 반영돼 있다는 점이 투자자들의 고민이다.
Apple의 실적이 앞으로 조금만 기대에 못 미쳐도 높은 밸류에이션 자체가 주가 하락 요인이 될 수 있다.
가격 인상 전략 지속 가능할까
Apple의 또 다른 위험요인은 가격이다.
회사는 올해 iPhone과 Mac 가격을 크게 올렸다.
현재까지는 소비자들이 높은 가격을 받아들이고 있지만, 이런 전략이 장기간 지속될지는 불확실하다.
가격이 너무 높아지면 소비자들이 신제품 구입을 미루고 기존 스마트폰을 더 오래 사용할 가능성이 있다.
iPhone 교체주기 이미 4년 넘어
실제로 스마트폰 교체주기는 이미 길어지고 있다.
Assurant 자료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보상판매된 iPhone의 평균 사용기간은 처음으로 4년을 넘어섰다.
1분기에는 3.7년이었다.
소비자들이 스마트폰을 점점 더 오래 사용하고 있다는 뜻이다.
현재는 이동통신사들이 보상판매와 할부 프로그램을 제공하면서 고가 iPhone 구매를 지원하고 있지만, 이런 지원이 줄어들 경우 판매량에 영향을 줄 수 있다.
AI 붐이 Apple에도 비용 증가시켜
Apple이 AI 투자비를 많이 쓰지 않는다고 해서 AI 붐의 영향을 전혀 받지 않는 것은 아니다.
가장 큰 문제는 메모리 가격이다.
AI 서버용 메모리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반도체업체들이 생산능력을 AI용 제품에 집중하고 있다.
그 결과 스마트폰과 PC에 사용하는 메모리 가격도 급등하고 있다.
Apple 역시 최근 메모리 조달비 상승으로 원가 부담이 커지고 있다.
마진 47.9%→45~46% 전망
아직까지는 높은 부품가격이 Apple의 수익성에 큰 타격을 주지는 않았다.
최근 분기 전체 매출총이익률은 47.9%로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최근 일부 관세 환급도 원가 상승을 상쇄하는 데 도움이 됐다.
하지만 최고재무책임자 케반 파레크(Kevan Parekh)는 이번 분기 매출총이익률이 45~46%로 낮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이 전망이 발표된 뒤 Apple 주가는 시간외 거래에서 하락했다.
App Store 수익성도 압박
Apple의 또 다른 고수익 사업인 App Store 역시 규제압력을 받고 있다.
Apple은 오랫동안 앱 내부 결제에 높은 수수료를 부과하면서 막대한 서비스 매출을 올렸다.
하지만 미국과 유럽연합(EU) 등에서 법률과 규제가 바뀌면서 개발자들이 Apple 결제시스템을 사용하지 않고 외부 결제를 이용할 수 있는 길이 넓어지고 있다.
이는 App Store 수수료 매출과 Apple 서비스 사업의 성장률을 낮추는 요인이 되고 있다.
새 CEO John Ternus도 변수
Apple의 새로운 최고경영자 존 터너스(John Ternus)도 향후 주가를 결정할 변수다.
터너스는 최근 취임 후 첫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 참석했지만 Apple의 장기 전략에 대해 기존과 크게 다른 방향을 제시하지는 않았다.
앞으로 그가 AI 투자와 제품전략, 서비스 사업을 어떻게 재편하느냐가 Apple이 현재와 같은 'AI 안전지대' 지위를 유지할 수 있을지를 결정하게 된다.
AI에 덜 투자한 것이 오히려 장점
불과 얼마 전까지 Apple은 AI 경쟁에서 뒤처졌다는 비판을 받았다.
Microsoft와 Google, Meta, Amazon이 생성형 AI에 수백억달러를 투자하는 동안 Apple은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최근 AI 투자비 부담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커지면서 같은 특징이 오히려 장점으로 평가되기 시작했다.
다른 빅테크 기업들이 데이터센터와 GPU에 막대한 돈을 쓰면서 현금흐름이 악화되는 동안 Apple은 여전히 소비자 제품 판매를 통해 막대한 현금을 창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AI 붐의 역설
현재 시장에서는 흥미로운 역설이 나타나고 있다.
AI 산업의 가장 큰 승자가 될 가능성이 높은 기업들이 동시에 AI 투자비 때문에 주가 압박을 받고 있다.
반면 AI 경쟁에서 상대적으로 공격적이지 않았던 Apple은 그 점 때문에 안전자산처럼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안전성에는 가격이 붙는다.
Apple의 선행 PER 35배는 이미 상당한 기대가 주가에 반영돼 있음을 보여준다.
'AI 안전지대'지만 싸지는 않다
Apple의 투자 매력은 현재 분명하다.
AI 데이터센터 투자비에 대한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고, iPhone 판매는 전체 스마트폰 시장보다 견조하며, 300억달러 이상의 분기 잉여현금흐름을 만들어내고 있다.
하지만 동시에 주가는 18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의 밸류에이션으로 거래되고 있다.
여기에 iPhone 가격 인상 지속 가능성과 메모리 가격 상승, App Store 규제, 새로운 CEO의 전략이라는 변수도 남아 있다.
결국 현재 Apple을 둘러싼 가장 중요한 질문은 AI에 과도하게 노출되지 않았다는 안전성이 아니라, 투자자들이 그 안전성을 얻기 위해 너무 높은 가격을 지불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점이다.
AI 투자광풍 속에서 Apple은 빅테크 가운데 보기 드문 피난처가 됐다. 하지만 WSJ의 표현대로 그 안전은 결코 싸지 않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