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인터뷰서 "이란이 한 부분이었다"...유가 급등이 더 큰 정치적 부담이었다고 평가
"나는 투표용지에 없었다"...선거 결과를 자신의 대통령직에 대한 심판으로 보는 해석은 일축
헤그세스 국방장관 재신임..."필요하면 민주당과 협력, 아니면 거부권 행사"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미국 대통령이 3일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부진한 성적을 거둔 데 이란전쟁이 일정 부분 영향을 미쳤다고 인정했다. 다만 이란과의 전쟁을 시작한 결정 자체에 대해서는 후회하지 않는다며 같은 상황이 다시 오더라도 같은 결정을 내렸을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영상 메시지
(트럼프 대통령. 자료화면)

트럼프는 선거 당일 밤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이란전쟁이 공화당의 선거 부진에 영향을 줬느냐는 질문에 "이란이 한 부분이었다"고 말했다. 트럼프가 중간선거 결과와 이란전쟁 사이의 정치적 연관성을 직접 인정한 것은 주목할 만한 변화다.

"이란이 한 부분이었다"

트럼프는 그동안 이란전쟁이 자신의 정치적 지지율에 미친 영향을 크게 부각하지 않았다.

그러나 선거가 끝난 뒤에는 전쟁이 공화당에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점을 일부 인정했다.

트럼프는 다만 "전쟁 자체보다 유가 상승이 더 큰 정치적 부담이었다"고 평가했다.

이란과의 충돌 이후 휘발유와 디젤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미국 유권자들이 생활비 부담을 느낀 것이 선거에 직접적인 영향을 줬다는 설명이다.

"전쟁 결정 다시 해도 똑같이 할 것"

그럼에도 트럼프는 전쟁 결정 자체를 후회하지 않는다고 분명히 했다.

그는 "나는 그것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다"며 "나는 옳은 일을 했다. 다시 하더라도 똑같이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는 최근 수개월 동안 이란전쟁을 끝내기 위해 여러 외교적·군사적 선택지를 검토해왔고, 참모들에게 전쟁이 계속 정치적 부담이 되고 있다는 불만을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전쟁을 시작한 판단 자체는 여전히 정당했다고 주장했다.

유가가 가장 큰 정치적 부담

트럼프는 이란전쟁이 공화당에 영향을 준 가장 직접적인 경로로 에너지가격을 꼽았다.

전쟁 이후 국제유가가 급등하면서 미국 내 휘발유와 디젤 가격도 크게 올랐고, 이는 특히 자동차 의존도가 높은 지역과 노동계층 유권자들에게 직접적인 부담이 됐다.

트럼프는 이 같은 에너지 가격 상승이 전쟁 자체보다 유권자들의 판단에 더 큰 영향을 미쳤다고 봤다.

최근 공화당 내부에서도 이란전쟁과 높은 휘발유 가격이 당에 부담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공개적으로 나온 바 있다.

"나는 투표용지에 없었다"

트럼프는 이번 선거 결과가 자신의 대통령직에 대한 거부라고 보는 해석에는 동의하지 않았다.

그는 "그것은 특정 시점의 결과였고, 나는 투표용지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가장 큰 문제는 내가 투표용지에 없었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즉 자신의 지지층이 대통령선거 때만큼 적극적으로 투표에 참여하지 않은 것이 공화당 후보들의 성적에 영향을 줬다는 취지다.

경제 때문이라는 해석도 부인

트럼프는 경제에 대한 불만이 공화당 패배의 주요 원인이었다는 해석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는 유권자들이 경제정책이나 트럼프 행정부 내부의 각종 논란에 실망해 공화당을 심판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또 선거운동 과정에서 경제문제를 더 자주 언급하지 않은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전쟁과 유가 문제는 일부 영향을 미쳤지만 선거 결과 전체를 자신의 정책에 대한 부정적 평가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일부 후보는 더 나았어야 했다"

트럼프는 공화당 후보들의 경쟁력도 문제였다고 지적했다.

그는 "일부 후보들은 더 나았어야 했다"며 "그들 가운데 일부는 많은 결함이 있었고, 유권자들에게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이어 "할 수 있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자신이 지지하고 선거운동을 지원했던 후보들 가운데서도 패배한 사례가 나온 데 대해 후보 개인의 경쟁력 문제도 있었다는 설명이다.

자신이 밀었던 후보 패배에도 거리 두기

트럼프는 공화당 사우스캐롤라이나 상원의원 후보 달린 그레이엄(Darline Graham)과 텍사스 상원의원 후보 켄 팩스턴(Ken Paxton)을 직접 언급했다.

그는 "달린은 정말 열심히 했고, 두 사람 모두 열심히 했다"며 "하지만 둘 다 성공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두 후보 모두 자신의 지지를 받았지만 선거 결과에 대해서는 후보 개인의 책임도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헤그세스 국방장관은 재신임

트럼프는 선거 결과 때문에 행정부 인사를 교체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특히 이란전쟁을 주도해온 피트 헤그세스(Pete Hegseth) 국방장관에 대해서는 강한 신뢰를 표시했다.

트럼프는 "나는 그가 아주 훌륭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란전쟁이 공화당의 정치적 부담이 됐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전쟁을 수행한 국방부 지도부에 책임을 묻지는 않겠다는 뜻이다.

전쟁 책임과 선거 책임은 분리

트럼프의 발언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이란전쟁과 선거 결과를 분리해 평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전쟁이 정치적으로 불리하게 작용했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군사적 결정 자체는 잘못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즉 전략적 판단은 옳았지만 그 결과 나타난 유가 상승과 생활비 부담이 선거에서는 부정적으로 작용했다는 논리다.

민주당과 협력 가능성도 언급

트럼프는 선거 결과의 정당성을 문제 삼지 않았다.

그는 민주당과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는 "민주당과 함께 일할 수 있다고 생각하며 잘 지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렇지 않다면 우리는 그들에게 매우 강하게 대응할 것이고, 그들도 우리에게 강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필요하면 거부권 사용할 것"

트럼프는 향후 의회와의 관계에서 대통령의 거부권도 적극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필요할 경우 자신의 "거부권"을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어떤 민주당 의원들과 협력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하지만 선거 결과 자체를 부정하지 않고 향후 의회와 협상에 나설 준비가 돼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때로는 공이 그렇게 튀는 것"

트럼프는 이날 선거 결과를 비교적 담담하게 평가했다.

그는 "때로는 공이 그렇게 튀는 것"이라며 결과를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였다.

이는 선거 결과를 부정하거나 광범위한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지 않고 정치적 패배의 원인을 전쟁과 후보 경쟁력, 투표 참여 문제 등 여러 요인으로 설명하려는 태도다.

이란전쟁, 처음으로 정치적 비용 인정

이번 인터뷰에서 가장 중요한 변화는 트럼프가 이란전쟁의 정치적 비용을 직접 인정했다는 점이다.

그동안 트럼프 행정부는 이란전쟁을 미국의 전략적 승리로 평가해왔으며 트럼프 역시 "우리가 이겼다"고 반복적으로 주장해왔다.

그러나 이번에는 전쟁이 선거에서 공화당에 부담이 됐다는 점을 처음으로 명시적으로 인정했다.

특히 전쟁 자체보다는 그로 인해 오른 석유와 휘발유 가격이 유권자들의 판단에 영향을 줬다고 진단했다.

전쟁에는 후회 없지만 정치적 부담은 인정

결국 트럼프의 메시지는 두 가지로 정리된다.

첫째, 이란전쟁과 그로 인한 유가 상승은 공화당에 정치적으로 불리하게 작용했다.

둘째, 그렇다고 해서 이란을 상대로 전쟁을 시작한 결정 자체가 잘못됐다고 보지는 않는다.

트럼프는 "다시 같은 상황이 와도 같은 결정을 할 것"이라고 분명히 했다.

선거 패배의 원인을 일부 인정하면서도 자신의 핵심 정책과 군사적 판단은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중간선거 이후 트럼프 행정부가 이란전쟁을 어떻게 마무리하고 유가와 생활비 문제를 얼마나 빠르게 안정시키느냐가 향후 정치적 부담을 줄이는 중요한 과제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