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상·하원 장악하며 트럼프 집권 후반기 분점정부 전환
이란전쟁·우크라이나·이스라엘 외교부터 대법관 인선까지 즉각 결정 압박
민주당과 협상할지 정면대결할지도 선택해야...백악관 인적쇄신 가능성도 변수
미국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상원과 하원을 모두 장악하면서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대통령의 집권 후반기 정치환경이 완전히 달라졌다. 지금까지 공화당 의회의 지원을 받으며 정책을 추진해온 트럼프는 내년 1월부터 민주당이 장악한 의회와 협상하거나 충돌해야 하는 분점정부를 이끌게 된다. Reuters와 AP는 민주당이 양원에서 다수당을 확보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남은 임기 동안 의회의 견제가 크게 강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의 데미안 팔레타(Damian Paletta)는 이번 결과로 트럼프가 사실상 '레임덕' 대통령의 위치에 들어갔으며, 선거 이전처럼 공화당 전체를 통제하기도 어려워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트럼프에게 당장 닥친 문제는 단순한 국내 정치가 아니다.
이란전쟁을 어떻게 끝낼지,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를 어떻게 압박할지, 이스라엘과의 관계를 어떻게 재정립할지부터 대법원과 백악관 인사 문제까지 동시에 결정해야 한다.
가장 급한 문제는 이란전쟁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과제는 이란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간선거 직후 WSJ와의 인터뷰에서 이란전쟁이 공화당의 선거 부진에 일부 영향을 줬다고 인정했다. 그는 "이란이 한 부분이었다"고 말하면서도 전쟁을 시작한 결정 자체에는 후회가 없으며 같은 상황이라면 다시 같은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밝혔다. Reuters도 트럼프가 이란전쟁이 민주당의 대승에 일정 부분 영향을 줬다고 인정했다고 전했다.
문제는 전쟁이 아직 완전히 끝나지 않았다는 점이다. 미국은 최근까지 이란과 제한적인 군사충돌을 이어왔고, 동시에 외교적 해결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트럼프는 이제 추가 공습을 통해 이란을 더 압박할지, 협상을 통해 전쟁을 끝낼지 결정해야 한다.
유가 급등이라는 정치적 비용도 확인
트럼프는 전쟁 자체보다 그 결과 나타난 유가 상승이 공화당에 더 큰 정치적 부담이었다고 보고 있다.
호르무즈해협을 둘러싼 긴장이 장기간 이어지면서 국제유가와 미국 내 휘발유 가격이 상승했고, 생활비 문제와 결합해 유권자들의 불만을 키웠다. 이번 선거에서도 생활비와 에너지가격, 이란전쟁은 유권자들이 중요하게 본 문제로 나타났다. Reuters는 선거 결과에 생활비와 이란전쟁, 관세정책 등이 함께 영향을 미쳤다고 전했다.
따라서 트럼프에게 이란 문제는 이제 외교·안보 이슈이면서 동시에 국내 경제와 정치 문제다. 전쟁이 장기화할수록 그의 남은 임기 전체에 부담이 될 수 있다.
우크라이나에서도 푸틴 상대 전략 다시 결정해야
우크라이나 문제도 미해결 상태다.
트럼프는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Vladimir Putin) 대통령과 협상을 통해 전쟁을 끝내겠다는 목표를 여러 차례 제시했지만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공격을 계속하고 있다. 미국은 최근 러시아 에너지시설에 대한 우크라이나의 공격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력망 공격을 함께 멈추는 에너지 휴전도 추진하고 있다.
WSJ는 중간선거 이후 트럼프가 기존 대러시아 전략을 유지할지, 푸틴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일지 다시 결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이 의회를 장악하면서 우크라이나 지원 문제 역시 이전과 다른 정치환경에서 논의될 가능성이 있다.
이스라엘과의 관계도 재정립해야
이스라엘 문제도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트럼프는 최근 미국이 이스라엘에 제공해온 연간 약 40억달러의 직접 군사원조를 올해 말까지 끝내겠다고 밝혔다. 이는 베냐민 네타냐후(Benjamin Netanyahu) 총리가 제시했던 장기적인 단계적 감축보다 훨씬 빠른 일정이다.
앞으로 미국과 이스라엘 관계를 무상 군사원조에서 무기판매와 공동 방산개발 중심의 파트너십으로 바꿀지, 중동의 안보상황에 따라 지원을 다시 확대할지도 결정해야 한다.
트럼프의 남은 임기 동안 이란과 이스라엘, 걸프국가를 하나의 중동전략 안에서 조정해야 하는 상황이 된 셈이다.
의외의 긴급과제는 대법원
외교 문제 못지않게 시급한 국내 정치 문제도 있다.
민주당이 내년 1월부터 상원을 장악하면 트럼프가 지명하는 연방대법관 후보의 인준을 차단할 수 있다. 대법관은 대통령이 지명하고 상원이 인준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보수진영에서는 새 의회가 출범하기 전에 새뮤얼 얼리토(Samuel Alito) 대법관이 사퇴하고 공화당이 현재의 상원 다수당을 이용해 후임자를 인준해야 한다는 압력이 커질 수 있다고 WSJ는 분석했다.
얼리토가 지금 물러나야 하나
얼리토는 대법원 보수파의 핵심 인물 가운데 한 명이다.
문제는 내년 이후 그가 은퇴하거나 갑작스럽게 자리가 비게 될 경우 민주당 상원이 트럼프가 지명하는 후임 보수 대법관의 인준을 거부할 수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공화당 입장에서는 올해 말까지 남은 이른바 '레임덕 세션'이 보수 대법관을 추가로 확정할 마지막 기회가 될 수 있다.
WSJ는 트럼프가 얼리토에게 조기 사퇴를 요구할지 여부가 선거 직후 가장 민감한 결정 가운데 하나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현재 얼리토가 실제 사퇴를 결정했다는 보도는 없다.
상원 잃으면 인사권도 크게 제한
대법관만의 문제도 아니다.
내년부터 민주당이 상원을 장악하면 연방판사와 행정부 고위직 등 대통령이 지명하는 주요 인사의 인준도 훨씬 어려워진다. AP 역시 민주당의 상원 장악으로 트럼프 행정부의 인사와 정책 추진에 새로운 제약이 생길 것으로 전망했다.
따라서 공화당이 아직 상원 다수당인 올해 남은 기간 동안 백악관이 미처 처리하지 못한 인준을 서둘러 추진할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에게는 앞으로 두 달이 인사 측면에서도 중요한 시간이 된 셈이다.
헤그세스 교체할까
백악관과 내각의 인적쇄신 여부도 주목된다.
선거 전부터 워싱턴에서는 중간선거가 끝나면 트럼프가 백악관 참모진과 일부 장관을 교체할 수 있다는 전망이 이어져왔다. 특히 이란전쟁을 지휘해온 피트 헤그세스(Pete Hegseth) 국방장관의 거취가 관심을 받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는 선거 당일 밤 WSJ 인터뷰에서 대규모 인사교체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헤그세스에 대해서도 "아주 훌륭하다"고 평가하며 신뢰를 나타냈다.
다만 미국 대통령들이 큰 선거 패배 이후 참모와 내각을 재편하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는 점에서 실제 인사가 발표될지 여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
더 중요한 선택은 민주당과 어떻게 상대할 것인가
트럼프의 국내정치에서 가장 중요한 결정은 민주당과의 관계다.
공화당이 의회를 모두 장악했던 집권 전반기에는 민주당과 대규모 타협을 할 필요가 거의 없었다.
그러나 내년부터는 상황이 완전히 달라진다.
예산과 정부지출, 주택정책, 외교정책을 비롯한 주요 법안을 처리하려면 민주당과 일정 수준의 협상이 불가피해질 수 있다.
민주당 내부 분열 활용할 수도
WSJ는 트럼프가 민주당 전체와 싸우기보다 당내 온건파나 특정 정책에서 협상 가능성이 있는 의원들과 거래하는 전략을 택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민주당 역시 중도파와 진보파 사이에 예산과 의료, 외교, 주택 등 여러 정책을 둘러싼 의견 차이가 존재한다.
트럼프가 이런 내부 차이를 활용해 특정 민주당 의원들과 협상을 성사시킨다면 의회를 잃고도 일부 정책을 추진할 수 있다.
반대로 민주당 전체를 적으로 돌릴 경우 내부적으로 갈라져 있는 민주당을 오히려 하나로 결집시킬 가능성도 있다.
트럼프 "협력할 수 있다"
트럼프 자신도 선거 당일 밤 협상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는 WSJ에 민주당과 함께 일할 수 있으며 "잘 지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민주당이 자신이 반대하는 법안을 보내면 대통령의 거부권을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이 의회를 장악했더라도 트럼프의 거부권을 무력화하려면 상·하원에서 각각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기 때문에 대통령은 여전히 강력한 방어수단을 갖고 있다. AP도 향후 2년간 민주당 의회와 트럼프의 거부권 사이에서 상당한 정치적 대립이 예상된다고 전했다.
동시에 의회 조사도 시작될 가능성
민주당의 의회 장악은 단순히 입법에만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니다.
하원과 상원 위원회 운영권이 민주당으로 넘어가면서 백악관과 행정부에 대한 조사와 청문회도 확대될 수 있다. Reuters는 새 의회가 출범하면 민주당이 트럼프 행정부를 상대로 조사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할 것으로 전망했다.
행정부 자료 제출 요구와 고위 관계자 증언, 각종 정책에 대한 청문회가 크게 늘어날 수 있다.
트럼프는 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한 협상뿐 아니라 의회의 조사에도 대응해야 하는 상황이 된다.
백악관 건설 프로젝트 계속할지도 선택
WSJ가 제기한 또 하나의 흥미로운 문제는 트럼프가 추진해온 워싱턴의 각종 건설 프로젝트다.
백악관 연회장 프로젝트는 법적 도전을 넘겼지만 골프장과 개선문 형태의 기념건축물 등 트럼프가 관심을 가져온 여러 사업이 아직 남아 있다.
선거에서 생활비와 휘발유 가격이 중요한 이슈로 등장한 상황에서 대통령이 이런 프로젝트에 계속 상당한 시간과 정치적 에너지를 투입할지도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다.
WSJ는 유권자들이 생활비와 경제문제에 더 집중하라는 신호를 보낸 것으로 해석할 경우 일부 프로젝트의 우선순위를 낮출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선거로 트럼프의 공화당 장악력도 시험대
트럼프가 직면한 또 하나의 문제는 공화당 내부다.
이번 선거 전까지 공화당 의원과 후보들에게 트럼프의 지지는 사실상 가장 중요한 정치적 자산 가운데 하나였다.
그러나 민주당이 공화당 강세지역까지 상당수 가져가면서 공화당 의원들이 앞으로 백악관과 어느 정도 거리를 둘지를 놓고 새로운 계산을 시작할 수 있다.
Reuters도 이번 선거가 트럼프의 남은 임기뿐 아니라 공화당의 향후 지도체제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평가했다.
공식적으로 '레임덕' 국면
트럼프는 헌법상 현재 임기가 마지막이기 때문에 다시 대통령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
중간선거까지 끝나면서 워싱턴 정치권의 관심은 자연스럽게 2028년 대선과 차기 공화당 지도자로 이동하기 시작한다.
WSJ는 이런 의미에서 트럼프가 이제 공식적으로 레임덕 단계에 들어갔다고 평가했다.
다만 대통령에게는 여전히 거부권과 행정명령, 외교·군사 권한이 남아 있고 공화당 내 영향력도 상당하기 때문에 단순히 정치적 힘을 잃었다고 보는 것과는 구분할 필요가 있다.
앞으로 2년, 협상 대통령이 될까
결국 이번 선거가 트럼프에게 던진 가장 큰 질문은 통치방식이다.
2025년 집권 이후처럼 공화당 의회와 함께 자신의 정책을 밀어붙이는 방식은 더 이상 가능하지 않다. 민주당이 양원을 장악하면 예산과 주요 법안은 협상을 거치지 않고서는 통과하기 어렵다.
트럼프는 민주당과 거래하면서 일부 정책을 성사시키는 방향으로 갈 수도 있고, 민주당 의회를 정치적 상대방으로 규정해 거부권과 행정권을 중심으로 국정을 운영할 수도 있다.
그 선택에 따라 트럼프의 남은 2년은 전혀 다른 모습이 될 수 있다.
첫 결정들이 곧 시작된다
시간적 여유도 많지 않다.
이란에서는 전쟁을 끝낼 것인지 추가 군사압박을 할 것인지 결정해야 하고, 우크라이나에서는 푸틴에 대한 새로운 전략을 선택해야 한다. 이스라엘과의 군사원조 관계도 재편해야 한다.
국내에서는 얼리토 대법관의 거취와 인사개편, 남은 레임덕 회기 동안의 인준 문제를 처리해야 한다.
그리고 내년 1월부터는 민주당이 장악한 의회를 상대해야 한다.
WSJ의 분석처럼 중간선거 자체는 끝났지만 트럼프에게 더 어려운 선택은 오히려 지금부터 시작된다. 민주당이 의회를 장악한 이후 그가 타협과 협상을 선택할지, 대통령 거부권과 행정권을 앞세운 정면대결을 선택할지가 집권 마지막 2년의 방향을 결정하게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