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은 18일 서울 명동성당에서 평화와 화해를 위한 미사를 집전하며 "죄 지은 형제들을 아무런 남김없이 용서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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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인 남북한이 서로 간 무력충돌과 반목을 중단하고 진심 어린 대화로써 평화와 화해를 위한 노력에 나설 것을 강력히 주문한 것으로 풀이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미사 강론을 통해 "주님은 '형제가 죄를 지으면 일곱 번이나 용서해줘야 하냐'고 베드로가 묻자, 일곱 번이 아니라 일흔일곱 번까지라도 용서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며 "이 말씀은 화해와 평화에 관한 예수님 메시지의 깊은 핵심을 드러낸다"고 설명했다.

또 "만일 우리에게 잘못한 사람들을 용서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면 우리가 어떻게 평화와 화해를 위하여 정직한 기도를 바칠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그는 "예수님께서는 용서야말로 화해로 이르게 하는 문임을 믿으라고 우리에게 요청하신다. 우리의 형제들을 아무런 남김없이 용서하라는 명령을 통해 예수님께서는 전적으로 근원적인 무언가를 하도록 우리에게 요구하시고, 그것을 실행하기 위해 필요한 은총도 우리에게 주신다"고 강조했다.

이어 "바로 이것이 제가 한국 방문을 마치며 여러분에게 남기는 메시지"라면서 "그리스도 십자가의 힘을 믿고, 그 화해시키는 은총을 여러분의 마음에 기쁘게 받아들이고, 그 은총을 다른 이들과 함께 나누라"고 당부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제 대화하고, 만나고, 차이점들을 넘어서기 위한 새로운 기회들이 샘솟듯 생겨나도록 우리 모두 기도하자"면서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 인도주의적 원조를 제공함에 있어 관대함이 지속될 수 있도록, 그리고 모든 한국인이 같은 형제자매이고 한 가정의 구성원들이며 하나의 민족이라는 사실에 대한 인식이 더욱더 널리 확산될 수 있도록 함께 기도하자"고 제안했다.

미사에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7명과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해군기지와 송전탑 건설 반대운동을 벌여 온 제주 강정마을과 밀양 주민들, 용산 참사 피해자, 새터민, 납북자 가족, 장애인 등 1천여 명이 참석했다.

또 북한 출신 사제 및 수녀와 평신도, 환경미화원, 일선 경찰관, 교도관, 평양교구 기초를 닦은 메리놀외방전교회 관계자들도 초대됐으며, 박근혜 대통령도 참석했다.

전국 16개 교구 성당 사무장 및 사무원 등 교회 직원 700여 명도 성당 밖에서 대형 스크린을 통해 미사에 참여했다.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는 "교황을 만난다는 설렘에 며칠을 잠 못자고 오늘 미사만 기다렸다"고 말했다.

미사에서 성경내용을 낭독하는 '독서'는 배우 안성기 씨가 했고, 미사에 사용할 제병과 포도주를 봉헌하는 예물봉헌은 다문화가정의 가족들이 맡았다.

신자들이 함께 기도하는 보편지향기도는 세상의 평화와 분쟁지역, 분단으로 아픔을 겪는 이들,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과 교회를 주제로 진행됐다.

교황은 미사에 앞서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총무 김영주 목사, 남궁성 원불교 교정원장 등 한국의 12개 종단 종교지도자들을 만나 "형제들로 서로 인정하고 함께 걸어가자"고 말했다.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은 이날 평화와 화해의 상징물로 '파티마의 성모상'과 휴전선 철조망으로 만든 '가시면류관'을 교황에게 봉헌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미사를 마치고 성남 서울공항으로 이동해 출국인사를 한 뒤 로마로 떠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