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료·수리비 급등에 협회 재정 압박...체납 관리비 놓고 콘도부터 고급주택까지 압류 절차 확대

미국 전역의 주택소유자협회, 즉 HOA(Homeowners Association)가 관리비를 체납한 주민들을 상대로 더 강경한 징수에 나서고 있다. 운영비와 보험료, 수리비가 급등하면서 협회 재정이 악화되자, 체납 주민에게 주던 비공식 유예기간을 줄이고 변호사를 통한 추심과 압류 절차를 서두르는 사례가 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의 보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HOA 관련 압류 신청이 접수된 주택은 6,376건에 달했다. 이는 최초 채무불이행 통지부터 실제 매각 절차까지 포함한 수치로, 2년 전보다 약 40%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전체 모기지 압류 증가율보다 더 빠른 속도다.

부동산 기술업체 베누테크(Benutech)의 공동창업자 브라이언 폭스(Brian Fox)는 "HOA들이 자체 재정 붕괴를 피하기 위해 더 공격적인 징수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HOA 재정 압박 커져

HOA는 동네와 콘도 단지의 공용 공간 관리, 조경, 보험, 수리, 보안, 인력 운영 등을 위해 주택 소유자들이 내는 회비와 특별부과금을 모아 운영된다.

HOA
(HOA. Home Owners Association)

문제는 한 명이 관리비를 내지 않으면 나머지 주민들이 그 부족분을 사실상 나눠 부담해야 한다는 점이다. 체납이 늘어날수록 협회는 공용 시설 관리나 수리 계획을 미루거나, 다른 주민들에게 회비 인상 또는 특별부과금을 요구할 수밖에 없다.

최근 HOA들은 체납 문제뿐 아니라 비용 급등에도 시달리고 있다. 인건비, 잔디 관리비, 건축 자재비가 올랐고, 특히 보험료 부담이 크게 늘었다. 커뮤니티협회연구재단에 따르면 2024년부터 2025년 초 사이 HOA의 공용 재산 및 일반 책임보험료는 전체 커뮤니티 협회 중 91%에서 상승했다. 이 가운데 17%는 보험료가 100% 넘게 뛰었다.

HOA의 비상금 역할을 하는 적립금도 빠르게 소진되고 있다. 2020년에는 건전했던 적립금이 지붕 수리 등 대형 보수 비용 급등으로 줄어든 곳이 많다.

뉴욕 콘도 단지, 202가구 중 15가구 체납

뉴욕주 미들아일랜드의 페어뷰 콘도 1(Fairview Condo 1)은 HOA 재정 압박을 보여주는 사례다.

이 단지는 전체 202가구 중 15가구가 월 595달러 관리비를 체납하고 있다. 이로 인한 월간 부족액은 약 8,900달러다. 이는 이사회가 통상 예산에 반영해두는 체납 가구 8곳보다 훨씬 많은 수준이다.

데버라 아밀로스키(Deborah Amilowski) 콘도협회장은 "모든 체납에는 각자의 사연이 있다"고 말했다.

이 단지에서는 10개 주택이 압류 절차에 들어갔다. 일부는 실직이나 이혼 같은 개인적 재정난에서 비롯됐고, 일부는 임차인이 임대료를 내지 않자 투자자 소유주가 HOA 관리비 납부를 중단한 경우다.

체납 관리비만으로도 압류 가능

HOA 관련 법은 주마다 다르다. 대부분의 주에서는 HOA가 유치권을 설정하거나 변호사를 통해 압류 절차를 시작하기 전 30~45일 정도의 공식 통지 기간을 요구한다.

HOA를 대표하는 커뮤니티협회연구소(Community Associations Institute)는 많은 협회가 재정난을 겪는 주택 소유자에게 분할 납부 계획을 제공하고 직접 협의한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법적 절차가 늘고 있다. 베누테크에 따르면 HOA들은 지난해 28만5,000건 이상의 유치권을 신청했다. 이는 전년보다 약 8.8% 증가한 수치다.

많은 주에서는 주택 소유자가 모기지를 정상적으로 납부하고 있더라도, HOA 관리비를 체납하면 협회가 압류를 진행할 수 있다. 약 20개 주에서는 HOA 유치권에 '슈퍼 우선권'이 인정돼, 경우에 따라 1순위 모기지 대출기관보다도 우선권을 가질 수 있다.

펜실베이니아주 노스웨일스의 압류 전문 변호사 스티븐 흘라딕(Stephen Hladik)은 이 점이 HOA 압류의 법적 힘을 키운다고 설명했다.

법률비용까지 더해져 부담 확대

소비자 보호단체들은 HOA 체납 추심에 따른 법률비용이 빠르게 불어나면서 주택 소유자들을 더 깊은 재정난에 빠뜨릴 수 있다고 지적한다.

관리비 체납액 자체는 비교적 작을 수 있다. 그러나 유치권, 변호사 비용, 이자, 절차 비용이 더해지면 부담은 크게 커진다. 결국 체납자는 집을 잃을 위험뿐 아니라, 갚아야 할 금액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문제에 직면한다.

반대로 HOA 입장에서는 체납이 장기화되면 다른 주민들에게 피해가 전가된다. 공용시설 수리나 조경, 보험료 납부, 안전 점검을 해야 하는데 현금 흐름이 막히기 때문이다.

고급주택도 예외 아니다

HOA 체납은 저소득층이나 중산층 주택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라스베이거스 교외 서머린(Summerlin)에서는 복싱 챔피언 플로이드 메이웨더 주니어(Floyd Mayweather Jr.)와 관련된 부동산이 최근 HOA 압류 절차에 들어갔다. 클라크카운티 기록에 따르면 해당 부동산은 미납 관리비, 이자, 법률비용 등을 합쳐 약 2만5,000달러를 체납한 것으로 나타났다.

메이웨더 측 변호인 바비 사미니(Bobby Samini)는 이 문제가 회계상 실수였으며, 관리비는 이미 납부됐다고 밝혔다. 그는 메이웨더가 최근 새 회계팀과 최고재무책임자를 고용했다고 설명했다.

이 사례는 HOA 체납이 단순한 빈곤 문제가 아니라, 행정 착오나 투자용 부동산 관리 실패에서도 발생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플로리다 콘도 붕괴 이후 안전 규제 강화

HOA 재정 압박은 2021년 플로리다주 서프사이드에서 발생한 챔플레인타워스 사우스(Champlain Towers South) 콘도 붕괴 이후 더 커졌다.

이 사고 이후 여러 주와 지역에서는 콘도와 HOA에 더 엄격한 안전 기준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특히 구조물 수리 적립금을 부족하게 유지하는 것을 금지하는 규정이 강화됐다.

문제는 많은 오래된 커뮤니티가 수십 년 동안 관리비를 낮게 유지하기 위해 보수 작업을 미뤄왔다는 점이다. 이제 안전 기준을 맞추려면 대규모 수리비가 필요하고, 일부 HOA는 큰 폭의 특별부과금을 부과하거나 관리비를 인상해야 했다.

뉴욕 부동산 변호사 마크 슈나이더(Marc Schneider)는 최근 롱아일랜드의 한 HOA를 대리했는데, 이 협회의 연간 보험료는 6만달러에서 36만달러로 뛰었다.

슈나이더는 체납과 압류 때문에 HOA가 유지·보수를 줄이거나 미루게 되면 결국 전체 동네의 부동산 가치가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공용 관리 축소로 주민 전체 피해

페어뷰 콘도 1 이사회는 현금 흐름을 관리하기 위해 적립금을 쓰거나 특별부과금을 매기는 대신 지출을 줄이고 있다.

그 결과 건물 외벽 고압 세척, 새 꽃 심기 같은 일상적인 관리 작업이 지연됐다. 이런 관리 축소는 단기적으로는 비용을 아끼는 방법이지만, 장기적으로는 단지 이미지와 주택 가치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아밀로스키 협회장은 법률비용을 먼저 부담하는 것도 비싸고, 압류 절차도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우리는 전체 커뮤니티에 가장 좋은 일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주별 법 차이가 갈등 키워

HOA가 체납금을 회수하는 방식은 주법에 크게 좌우된다.

일부 주에서는 HOA가 비교적 쉽게 유치권과 압류 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 반면 일부 주에서는 사전 통지, 분할 납부 기회 제공, 법률비용 상한 등 절차적 제한이 강하다.

페어뷰커머셜렌딩(Fairview Commercial Lending)의 창업자 글렌 와인버그(Glen Weinberg)는 일부 주법이 체납 주민에게서 돈을 회수하기 어렵게 만들어 HOA를 지급불능 직전까지 몰아넣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거주지인 콜로라도에서도 법률비용 상환 제한과 엄격한 압류 전 절차 때문에 HOA들이 어려움을 겪는 사례를 봤다고 설명했다.

이는 주민 보호와 협회 재정 안정 사이의 균형 문제가 점점 더 첨예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결론: 관리비 체납, 개인 문제 넘어 커뮤니티 위기로

HOA 압류 증가는 미국 주택시장 안에서 조용히 커지고 있는 또 다른 부담을 보여준다.

높은 모기지 금리와 보험료, 수리비, 생활비 상승은 주택 소유자뿐 아니라 HOA의 재정에도 압박을 가하고 있다. 체납자가 늘어나면 협회는 공용 관리와 안전 기준을 유지하기 어려워지고, 나머지 주민들은 더 높은 비용을 부담하게 된다.

결국 HOA는 더 빠르고 강경한 징수 절차를 택하고 있다. 그 결과 관리비 체납이 주택 압류로 이어지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번 흐름의 핵심은 관리비 체납이 더 이상 사소한 연체가 아니라는 점이다. HOA 재정이 빠듯해진 상황에서 몇 달치 미납은 곧 유치권, 법률비용, 압류 절차로 이어질 수 있다.

미국 주택 소유자들에게 HOA 관리비는 모기지나 재산세만큼이나 중요한 고정 의무가 되고 있다. 이를 놓치면 집을 잃을 수도 있다는 현실이 점점 더 분명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