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기지 금리 7% 근접에 주택시장 4년째 정체...중동 불안·국채금리 상승이 회복 기대 눌러
미국의 8월 기존주택 판매가 1년여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중동 전쟁 장기화와 인플레이션 우려로 국채금리가 오르고, 이에 연동된 모기지 금리가 다시 7%에 가까워지면서 주택시장 회복 기대가 약해지고 있다.
전미부동산중개인협회(NAR)는 8월 기존주택 판매가 전월보다 2% 감소한 연율 환산 398만채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6월 393만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조사한 경제학자들은 8월 기존주택 판매가 2.2%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으며, 실제 감소폭은 전망과 대체로 비슷했다.
주택 판매, 4년째 침체 국면
미국 주택시장은 사실상 4년째 정체 상태에 머물고 있다. 팬데믹 이후 급등한 주택 가격과 높은 모기지 금리가 맞물리면서 매수자들의 구매력이 크게 약해졌기 때문이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부동산 업계는 금리 하락과 재고 증가를 바탕으로 주택시장이 회복될 수 있다는 기대를 가졌다. 그러나 이란 전쟁이 시작된 뒤 국채금리가 뛰고 모기지 금리도 다시 상승하면서 회복 기대는 약해졌다.
NAR에 따르면 8월 기존주택 판매는 7월의 1.7% 감소에 이어 두 달 연속 부진한 흐름을 보였다.
30년 고정 모기지 금리 6.76%
주택시장 부진의 가장 큰 원인은 금리다.
프레디맥에 따르면 이번 주 30년 고정 모기지 평균 금리는 6.76%를 기록했다. 이는 4월의 6.23%, 2월의 6% 미만 수준보다 크게 오른 것이다.
모기지 금리는 10년물 미 국채금리와 밀접하게 움직인다. 최근 국채시장은 중동 전쟁 장기화, 끈질긴 인플레이션 우려, 미국 재정적자 확대 부담으로 매도세를 보였다.
10년물 미 국채금리는 10일 4.9%까지 올라 2023년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이는 미 재무부가 장기 국채 매입 확대 방침을 밝힌 뒤에도 금리 상승 압력이 계속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값은 여전히 상승
판매는 줄었지만 집값은 내려가지 않고 있다.
NAR에 따르면 8월 미국 기존주택 중간가격은 전년 동월보다 1.6% 오른 42만9,100달러를 기록했다. 매수 수요는 약해졌지만, 공급이 여전히 충분하지 않아 가격이 쉽게 떨어지지 않는 구조다.
일부 주택 소유자들이 높은 금리를 감수하고도 이사를 결정하면서 매물은 조금 늘었다. 8월 미분양 기존주택 재고는 전월보다 3.2% 증가한 162만채로 집계됐다.
하지만 재고 증가가 아직 가격 하락으로 이어질 정도는 아니다. 기존 주택 보유자 상당수는 과거 낮은 금리로 받은 모기지를 유지하고 있어, 현재의 높은 금리로 새 대출을 받으며 이사하는 것을 꺼리고 있다.
매수자 부담은 계속 커져
주택 구매자 입장에서는 가격과 금리가 동시에 부담이다.
집값이 크게 내려가지 않는 상황에서 모기지 금리가 7%에 가까워지면 월 상환액은 급격히 늘어난다. 같은 가격의 집을 사더라도 2월보다 지금 훨씬 높은 월 페이먼트를 감당해야 한다.
Homes.com의 브래드 케이스 수석 주거경제학자는 모기지 금리가 내려가려면 불확실성이 크게 줄어야 하지만, 현재로서는 그런 상황이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는 주택 구매를 미루는 소비자들이 더 늘어날 수 있음을 의미한다. 특히 첫 주택 구매자들은 높은 집값, 높은 금리, 제한된 재고라는 세 가지 부담을 동시에 안고 있다.
임차인으로 남는 선택도 증가
WSJ는 주택 구매를 포기하고 임차 생활을 이어가는 소비자 사례도 소개했다.
맷 로머는 지난 1월 6% 미만 금리로 주택을 구매하기로 했지만, 주택 검사 과정에서 계약을 철회했다. 이후 금리가 급등하자 그는 더 저렴한 지역을 찾기 시작했지만, 현재는 여전히 렌트 생활을 하고 있다.
그는 집세를 내는 것이 돈을 버리는 것처럼 느껴진다고 말하면서도, 감당하기 어려운 모기지를 떠안는 것보다는 낫다고 밝혔다. 특히 금리가 조만간 내려가 재융자를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신호도 거의 없다고 우려했다.
이 사례는 현재 미국 주택시장의 심리를 보여준다. 많은 매수자들이 집을 사고 싶어 하지만, 월 상환 부담과 금리 불확실성 때문에 실제 구매 결정을 미루고 있다.
고용·임금은 수요를 떠받치지만 역부족
NAR의 로런스 윤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임금 상승과 일자리 증가가 주택 구매 수요를 어느 정도 뒷받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현재 시장에서는 고용과 임금만으로 금리 부담을 이기기 어렵다. 매수자들은 소득이 늘어도 모기지 금리 상승으로 인해 구매 가능한 주택 가격대가 낮아지고 있다.
특히 중동 충돌이 계속되면 유가 상승과 인플레이션 압력이 이어질 수 있고, 이는 연방준비제도가 금리를 더 오래 높게 유지하거나 추가 인상에 나설 가능성을 키운다. 그렇게 되면 모기지 금리 하락도 늦어질 수밖에 없다.
주택시장 회복, 금리에 발목
8월 기존주택 판매 감소는 미국 주택시장이 여전히 금리 장벽을 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재고는 조금 늘었고, 고용과 임금도 수요를 일부 떠받치고 있다. 그러나 집값은 여전히 높고, 모기지 금리는 다시 7%에 가까워지고 있다. 이 조합은 매수자에게 매우 불리하다.
결국 주택시장 회복의 핵심은 금리다. 중동 전쟁과 인플레이션 우려, 재정적자 부담이 국채금리를 끌어올리는 한 모기지 금리도 쉽게 내려가기 어렵다.
미국 주택시장은 매물이 조금씩 늘어나는 긍정적 변화에도 불구하고, 높은 금리와 높은 가격이라는 이중 부담 속에서 4년째 침체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