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진 이슬람 무장세력인 '이슬람국가'(IS)를 격퇴하는 미국의 전략에 러시아가 강하게 반발해 새로운 냉전 구도가 형성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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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IS 격퇴를 위해 이라크에 이어 시리아로 공습을 확대하겠다고 밝히자 시리아 정부와 시리아의 우방인 러시아는 11일(현지시간) 시리아의 승인 없는 공습은 불법이라며 반발했다.

미국이 지원을 약속한 온건 반군은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도 제거해야 한다고 강조했으며 영국과 독일은 공습에는 참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공격 대상인 IS는 아직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고 있으나 이미 위협한 대로 인질 추가 살해 등 보복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오바마 "미국 위협하면 피란처 없어"…이라크·시리아 두개 전선

오바마 대통령은 9·11 테러 13주년을 하루 앞둔 10일 백악관 스테이트 플로어에서 한 정책연설을 통해 "미국을 위협하면 어디든 안전한 피란처가 없다는 것을 IS가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특히 "IS는 이슬람도 아니고 국가도 아니라는 두 가지 점을 분명히 하자"고 단언한 뒤 "우리의 목적은 분명하다. IS를 분쇄하고 궁극적으로는 파괴할 것"이라면서 ▲IS에 대한 체계적 공습 ▲이라크와 시리아 내부세력 지원 ▲실질적인 테러방지능력 강화 ▲인도적 구호노력 강화 등 4대 원칙을 제시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시리아 공습 시점 등 구체적인 내용은 거론하지 않았지만, 그동안 주저해 온 시리아 공습을 천명한 그 자체로 대(對) 중동전략의 큰 변화가 예상된다고 현지 외교소식통들은 전망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먼저 공습 계획과 관련해 시리아 공습 방침을 처음으로 밝히면서 "IS 격퇴를 위해 체계적인 공습을 단행할 것이며, 이라크 정부와 더불어 미국인들을 보호하고 인도적 임무를 수행하는 우리의 노력을 확대해 그들이 어디에 있든 미국을 위협하는 테러리스트를 끝까지 추적해 파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내부 우군 지원 대책에 대해서는 "우리는 국민을 테러 대상으로 삼는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정권을 믿지 않는다. 대신 IS와 같은 테러리스트에 맞서 싸우는 (온건한) 반군에 대한 지원을 강화할 것"이라면서 "의회에 시리아 온건 반군을 훈련시키고 지원할 수 있는 추가 권한과 자원을 승인해 줄 것을 다시 한번 요청한다"고 촉구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4대 전략 설명 후 "IS와 같은 암(cancer)을 근절하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면서 "이번 대(對)테러 캠페인은 우리의 공군력과 (이라크·시리아) 지상 파트너에 대한 지원 강화를 바탕으로 꾸준하고 단호하게 진행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의 노력에 광범위한 동맹과 파트너들이 동참할 것이며 이미 많은 동맹이 이라크 공습에 나섰고, 이라크 보안군과 시리아 온건 반군에 무기와 원조를 제공하고 있다"면서 "앞으로 미국이 IS 위협을 물리치기 위한 광범위한 연합전선을 이끌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은 현재 IS 격퇴를 위해 국제연합전선을 추진 중이며, 현재 37개국과 아랍연맹 등 국제기구가 지지의사를 밝혔다고 백악관이 전했다.

◇시리아 반군 "환영"…러시아·시리아 "불법 침략" 반발

오바마 대통령의 전략 발표에 시리아 반군은 즉각 환영했으나 시리아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과 우방인 러시아와 이란 등은 반발하고 나섰다.

미국의 지원 대상인 자유시리아군이 소속된 '시리아연합'의 하디 알바흐라 의장은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미국의 공습 계획에 협력하겠다며 알아사드 정권도 제거해야 한다고 밝혔다.

알바흐라 의장은 "알아사드 정권이 시리아에 만연한 폭력과 잔혹의 근본 원인임을 깨닫는 것은 급진 세력을 제거하기 위해 시리아를 공습하는 것만큼 중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시리아 정부는 이미 시리아 정부와 협력하지 않는 국제사회의 군사행동은 통치권 침해라고 경고한 입장을 재확인했다.

알리 하이다르 시리아 국민화해부 장관은 이날 수도 다마스쿠스에서 기자들과 만나 "시리아 정부가 동의하지 않은 행동은 모두 시리아를 공격하는 것"이라며 "국제법에 따라 군사 또는 비군사적 행동이 시리아 영토에서 이뤄진다면 시리아 정부의 동의를 받거나 협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알아사드 정권의 우방인 러시아와 이란 등은 미국의 공습 계획에 반기를 들었다.

러시아 외무부는 대변인 명의의 논평을 통해 "오바마 대통령은 시리아 정부의 동의도 없이 시리아 영토 내 IS 기지를 공습하겠다고 천명했다"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가 없이 이루어진 이런 행보는 도발행위이자 심각한 국제법 위반"이라고 비난했다. 

외무부는 "이번 공습에서 시리아 정부군이 공격을 받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며 이는 시리아 사태에 추가적 긴장을 고조시키는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정례브리핑에서 "국제 반(反) 테러 투쟁 과정에서 반드시 국제법과 관련국의 주권 독립 및 영토 안정은 존중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주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동맹국 가운데 영국과 독일은 공습에 참여하지 않고 프랑스만 참여하기로 했다.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외무장관은 독일은 공습 참여 요청을 받지 않았으며 요청을 받더라도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으며 필립 해먼드 영국 외무장관도 공습에는 가세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나토 동맹국 중 유일하게 시리아 및 이라크와 접경한 터키도 총영사 등 자국민 49명이 IS에 인질로 억류된 상황으로 인도적 지원과 병참기지 역할만 수행할 계획이다.

한국은 군사작전에 참여하지 않고 인도주의적 지원을 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