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김진규 기자] = 현대차그룹이 서울 삼성동 한국전력 본사 부지 낙찰자로 선정되면서 컨소시엄으로 참여했던 현대차, 현대모비스 주가가 일제히 폭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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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찰가가 시장 예상금액은 물론, 경쟁상대였던 삼성전자의 입찰가보다 훨씬 높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면서 ‘호재’가 오히려 '악재'로 둔갑한 것이다.

낙찰자로 선정된 현대차그룹은 부지 감정가이자 입찰 하한선인 3조3천346억원보다 무려 3배 이상 높은 10조5500억원을 입찰가로 제시했다. 실질 인수 가격은 1평당 5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18일 유가증권시장에서 현대차[005380]는 낙찰 소식이 전해진 직후부터 내리막을 탄 끝에 전 거래일보다 9.17% 내린 19만8천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현대차는 이날 장중 한때 25만7천원까지 떨어지며 52주 신저가를 기록했다.현대차의 이날 하락률은 2011년 8월 19일 10.97% 이후 3년만에 가장 큰 폭이다.

특히 외국인들의 매도 움직임이 거셌다. 매도 상위 창구에는 노무라와 씨티그룹, CLSA 등 외국계 증권사 다수가 올랐다.

또 현대차와 함께 컨소시엄에 참여한 기아차[000270]와 현대모비스[012330]의 주가도 각각 7.80%, 7.89% 급락했다. 현대모비스 주가도 장중 52주 최저가 밑까지 내려갔다.

입찰에서 고배를 마신 삼성전자[005930] 역시 주가가 전날보다 1.31% 하락하긴 했지만 현대차그룹주에 비하면 낙폭이 훨씬 작았다.

전문가들은 비상식적인 수준의 낙찰가라며 혀를 내둘렀다. ‘높아도 너무 높다' 는 반응이다.

익명을 요청한 증권사 연구원은 “시장에선 낙찰가가 높아 봐야 5조원 정도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며 "경쟁이 치열했던 것도 아닌데 낙찰가가 시장 예상의 두 배를 웃돌면서 업계에서는 온갖 음모론이 난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컨소시엄에 참여한 3사의 현금성 자산은 30조원 수준으로 이날의 주가 급락이 재무적인 위험을 반영한 것은 아니다" 라며 "다만 급변하는 자동차 시장에서 10조원이라는 큰 자금을 연구개발(R&D) 등에 활용됐다면 더욱 의미 있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일각에선 부지 매입가가 지나치게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이번 부지 매입이 장기적으로는 현대차그룹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란 진단도 나왔다.

서성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차그룹에 통합사옥이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었고 새 부지를 중심으로 세계적인 비즈니스 타워를 건설함으로써 현대차그룹의 브랜드 가치가 높아질 것"이라며 "부지 매입을 통해 창출된 무형가치가 부정적 영향을 상쇄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현대차그룹도 '100년 앞을 내다본 과감한 결단'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한전부지 인수를 최종 결단한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과거에도 여러 차례 주변의 우려섞인 시선을 무릅쓰고 과감하게 조 단위의 대형 투자를 밀어붙였고 이는 번번이 성공을 거뒀다.

정 회장이 2000년대 초반 미국 현지공장 건설을 추진할 때도 정 회장은 반대 여론을 물리치고 공장 건설을 추진했다. 결국 총 11억달러가 투자돼 2005년 완공된 현대차[005380] 미국 앨라배마 공장은 쏘나타와 엘란트라(국내명 아반떼) 등을 생산하며 현대차의 글로벌 성장을 이끄는 계기가 됐다.

현대차그룹이 총 9조8천845억원을 들여 완성한 현대제철[004020] 일관제철소 사업 역시 주변의 우려를 불식시킨 또다른 반전이었다. 이 투자는 현대차그룹뿐만 아니라 국가경제적으로도 막대한 부가가치를 창출했다. 한국산업조직학회 연구결과에 따르면 7년간의 투자로 인한 고용창출 효과는 총 20만6천100명에 달했고, 생산유발 효과 또한 45조8천81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현대차그룹은 이런 '통큰' 투자를 통해 글로벌 5위의 자동차회사로 성장했고 더불어 국가경제 발전과 일자리 창출 등 다양한 성과로 이어질 수 있었다고 자부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현대차 특유의 도전정신과 과단성을 보여준 한판 승부였다"며 "다소 걱정이 되기도 하지만 엄청난 투자로 국가경제에 파급되는 효과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