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500 올해 고점 대비 6% 하락

미국 증시가 최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상승분을 거의 반납한 가운데, 시장에서는 경기침체(recession)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미국의 황금기가 시작됐다고 공언해온 트럼프 대통령은 9일(현지시간) 올해 경기침체 가능성에 대해 "그런 것에 대해 예상하는 것을 싫어한다"라면서 "과도기(transition)가 있다"고 방어했다.

외신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침체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은 데 대해 주목하고 있다.

◇ '트럼프 효과' 어디에...달러도 약세

지난해 말까지 신고가 랠리를 펼쳤던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주가 지수는 올해 들어 1.9% 하락한 상태다. 종가 기준으로 지난달 19일 고점 대비 6.08% 낮다.

미국 뉴욕 증권 거래소

(뉴욕 증권 거래소. 자료화면)

이는 올해 들어 홍콩 항셍지수가 중국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딥시크의 돌풍에 따른 AI 붐 기대감으로 20.8% 오르고 범유럽 지수인 스톡스 유럽 600지수가 9.0% 급등한 것과 대비된다. 코스피도 올해 들어 전 거래일까지 6.8% 오른 상태다.

전기차 시장 경쟁 격화 속에 테슬라 주가가 올해 들어 35% 가까이 내리는 등 미국 빅테크 '매그니피센트 7' 주가가 올해 11% 빠져 고전 중인 반면 중국 전기차 선두 주자 비야디(BYD) 주가는 25% 넘게 올랐다.

미 달러화 역시 약세로 전환, 올해 장중 고점 대비 6% 정도 떨어졌다.

유로화·엔화 등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는 1월 중순 장중에 110.176까지 올랐다가 이달 7일에는 103.458까지 내렸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 당선 당시 감세·관세에 따른 경제 성장 기대감이 나오고 금융시장이 랠리를 펼친 것과 대비된다.

블룸버그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 불확실성, 우크라이나전 종전 관련 입장, 공무원 해고 등으로 인해 투자 심리가 약해지고 있다면서 이제 증시에서 '트럼프 효과'가 '트럼프 급락'으로 바뀌었다고 평가했다.

미국 경제와 증시를 긍정적으로 보는 '미국 예외주의'가 흔들리고 있다는 것이다.

◇ JP모건 "올해 미국 침체 가능성 40%"...'S 공포'도

채권시장 등에서는 미국 경제 침체에 대한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경제적 불확실성 속에 투자자들이 단기물 국채에 몰리면서 2년물 국채 금리는 지난달 4.355% 수준에서 최근 3.98%대로 내려온 상태다. 이는 침체에 따른 기준금리 인하 기대를 반영한다는 평가다.

TD증권의 겐나디 골드버그 전략가는 "몇주 전만 해도 미국 경제성장이 재가속될지에 대한 질문이 나왔는데 이제 갑자기 모두 'R'(recession)을 거듭 거론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브랜디와인글로벌의 트레이시 첸은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를 먼저 실행하고 감세를 이후에 하겠다는 입장인 만큼 "침체 위험이 명확히 높아졌다"고 봤다.

미국 경제 지표상으로도 인플레이션이 여전한 가운데 경기 둔화 가능성이 감지되면서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 상승) 가능성도 거론된다.

1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전년 동기 대비 3.0%로 작년 6월 이후 7개월 만에 가장 높았으며, 이번 주 발표될 2월 CPI 상승률 역시 2.9% 정도로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목표치를 상회할 전망이다.

1월 개인소비지출은 전월 대비 0.2% 감소해 팬데믹 시기인 2021년 2월(-0.6%) 이후 4년 만에 가장 큰 감소율을 기록, 미국 소비자들이 씀씀이를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2월 비농업 일자리는 전월 대비 15만1천명 증가해 전월(12만5천명)보다 많았지만, 시장 전망치(17만1천명)에는 미치지 못했다. 실업률은 전월(4.0%)보다 높은 4.1%였다.

JP모건 이코노미스트들은 고용지표 발표 후 극단적 정책을 이유로 올해 미국의 침체 가능성을 40%로 전망했다.

◇ 트럼프노믹스 속도조절?...트럼프 "시간 걸려"

트럼프 행정부 인사들은 최근 들어 경제 성장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연이어 밝히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9일 방영된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올해 경기침체를 예상하느냐는 질문에 "그런 것에 대해 예상하는 것을 싫어한다"라면서 "(이런 일에는) 과도기가 있다. 우리가 하는 것은 부(富)를 미국으로 다시 가져오는 큰일이며 이것은 시간이 조금 걸린다"라고 말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일 취임 후 첫 상·하원 합동회의 연설에서는 고물가의 상징이 된 달걀값 급등을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 탓으로 돌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대선 기간 미국 주식 시장의 상승세를 '트럼프 랠리'라고 부르면서 자신의 공으로 돌렸지만, 최근의 증시 부진과 관련해선 "난 (주식) 시장을 보지 않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부 장관은 7일 CNBC방송 인터뷰에서 "시장과 경제는 정부 지출에 중독됐다"라면서 "디톡스(해독) 기간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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