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공격·원유시설 장악 위협 거둔 트럼프, "며칠 내 합의 가능" 주장... 이란은 신중한 입장 유지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대통령이 이란과의 평화 협상이 막바지에 이르렀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란은 아직 최종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고 밝혀, 양측의 온도 차가 여전히 남아 있음을 드러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목요일 백악관에서 이란의 새 지도부가 "더 합리적"이라며, 이란 최고지도자가 합의안에 서명했다고 말했다. 그는 관련 문서가 "거의 최종 단계"에 있으며, 수일 내 합의가 마무리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번 합의가 체결되면 이란 핵 프로그램을 둘러싼 추가 협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이란 측의 반응은 달랐다. 이란 외무부 대변인 에스마일 바가에이(Esmail Baghaei)는 국영매체를 통해 "이란은 아직 합의에 대한 최종 결론에 도달하지 않았다"며 "결론이 나면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협상의 핵심 쟁점 중 하나는 미국 제재로 동결된 이란 자금의 해제 문제다. 이란은 경제적 압박을 완화하기 위해 수백억 달러 규모의 동결 자금에 즉시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고 요구해왔다. 협상에 정통한 일부 관계자들은 자금 해제 시기와 방식에 대한 이견이 좁혀지고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이란이 미국의 조건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추가 군사공격을 단행하고, 하르그섬(Kharg Island)을 비롯한 이란의 원유 인프라를 장악하겠다고 위협했다.
하르그섬은 이란 원유 수출의 대부분을 처리하는 전략적 요충지다. 그러나 몇 시간 뒤 그는 돌연 입장을 바꿔 합의가 임박했다며 군사공격 계획을 일단 보류했다.
카타르도 중재에 나섰다. 협상에 정통한 관계자들에 따르면 카타르 대표단은 테헤란 방문을 마치고 돌아오며 미국과 이란이 논의 중인 초안에 포함될 새로운 문구를 가져온 것으로 전해졌다.
카타르의 타밈 빈 하마드 알사니(Sheikh Tamim bin Hamad al-Thani) 국왕은 트럼프 대통령의 합의 주장 자체를 확인하지는 않았지만, 중재 노력이 "진행 중인 협상 틀 안에서 논의 중인 제안들에 진전을 가져왔다"고 밝혔다.
미국 관리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테헤란이 핵 관련 요구에 더 가까워졌다는 보고를 받은 뒤 공격 계획을 중단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미국은 양해각서 작성을 마무리하고, 이르면 이번 주말 유럽에서 서명식을 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JD 밴스(JD Vance) 부통령이 유럽으로 가서 서명식에 참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자신은 직접 참석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전에도 여러 차례 합의가 임박했다고 밝혔지만, 이후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진 사례가 있었다. 그는 이번 합의의 구체적인 조건이나 기존 쟁점들이 실제로 해소됐는지에 대해서는 자세히 설명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서명이 이뤄지면 호르무즈 해협은 공식적으로 개방될 것"이라며 "곧, 아주 곧 가능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합의문이 최종 협정으로 전환되는 시점에 대해서는 명확한 기한을 제시하지 않았다.
미국의 이란 항구 봉쇄는 합의가 완료될 때까지 유지될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서명 장소와 시간이 곧 발표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발표는 지난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격하면서 시작된 3개월간의 갈등 속에서 나온 것이다. 양측은 4월 초 불안정한 휴전에 합의했지만, 이후에도 여러 차례 군사 충돌을 이어왔다.
협상은 그동안 호르무즈 해협 봉쇄 해제와 이란 핵 프로그램 문제를 둘러싸고 난항을 겪어왔다. 이란은 해협을 통한 교역 봉쇄를 해제하거나 핵 프로그램을 해체하라는 미국의 요구를 거부해왔다. 반면 미국은 이란이 해협을 열기 전 제재 완화를 먼저 제공하라는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미 의회 내 공화당 강경파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에 지나치게 유화적인 합의를 수용해서는 안 된다고 압박하고 있다. 린지 그레이엄(Lindsey Graham) 상원의원은 이란과의 합의가 2015년 버락 오바마(Barack Obama) 행정부 당시 체결된 이란 핵합의, 즉 JCPOA와는 근본적으로 달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란 핵 프로그램과 관련된 어떤 합의도 의회의 검토와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최근 며칠 동안 미군은 이란 드론이 호르무즈 해협 인근에서 미군 아파치 헬기를 격추한 뒤 여러 차례 공습을 감행했다. 미군은 전략 수로 인근의 방공망, 지상통제소, 레이더 시설 등을 공격했지만, 최근에는 이란의 에너지 인프라를 직접 타격하지는 않았다고 미국 관리들은 밝혔다.
이란은 이에 맞서 바레인, 쿠웨이트, 요르단의 미군 시설을 겨냥했다고 주장했다. 이로 인해 불안정한 휴전이 다시 전면전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도 커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하르그섬 장악은 실제 실행 가능성이 낮다는 평가도 나온다. 군사 전문가들은 이 작전이 매우 복잡하며 지상군 투입과 미군 사상자 발생 위험을 수반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현재 미 중부사령부 관할 지역에는 제31 및 제11 해병원정대 소속 병력이 4척의 군함에 배치돼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전쟁 기간 대부분 공습에 의존해왔으며, 이란 내부에 병력을 투입한 사례는 격추된 조종사를 구조하기 위한 작전 정도에 그쳤다.
미국은 지난 3월에도 하르그섬을 폭격했지만, 당시에는 원유 수출 시설 자체가 아니라 주변 군사 목표물을 타격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하르그섬의 에너지 터미널을 파괴하지 않기로 했다면서도,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계속할 경우 다시 검토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후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에너지 수송 대부분을 봉쇄하며 국제 에너지 시장을 흔들었다. 미국은 이에 맞서 이란 정부의 핵심 수입원인 원유 수출을 차단하기 위해 해상 봉쇄를 시행해왔다. 동시에 미국은 일부 상업 선박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할 수 있도록 전투기와 헬기를 동원해 이란의 미사일과 드론 위협으로부터 보호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