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구 거주자 2050년까지 1천만 명 미만 제한 추진... 주거비·교통·사회서비스 부담 속 찬반 격화
스위스가 이민 증가와 인구 확대를 둘러싼 중대한 국민투표를 앞두고 있다. 오는 일요일 스위스 유권자들은 2050년까지 영구 거주 인구를 1천만 명 미만으로 제한하는 방안에 대해 투표한다. 현재 스위스의 영구 거주 인구는 약 910만 명이다.
이번 제안은 우파 정당인 스위스국민당(SVP)이 추진한 것으로, 공식 구호는 "1천만 스위스 반대"다. 제안의 핵심은 스위스 국민과 외국 국적 거주자를 포함한 영구 거주 인구가 2050년까지 1천만 명을 넘지 못하도록 헌법상 상한을 두는 것이다.
스위스는 오랫동안 알프스 산맥과 지리적 특성 덕분에 외부 변화로부터 일정한 거리를 유지해온 나라로 여겨졌다. 그러나 최근 수십 년 동안 외국인 유입이 빠르게 늘면서 주택난, 생활비 상승, 교통 혼잡, 사회서비스 부담에 대한 불만이 커졌다.
2000년 이후 스위스의 외국 출생 거주자 비율은 전체 인구의 약 5분의 1에서 3분의 1 수준으로 증가했다. 이는 부유한 국가들 가운데 룩셈부르크 다음으로 높은 수준이다. 미국의 외국 출생 거주자 비율이 약 6분의 1인 것과 비교하면, 산악 지형의 작은 국가인 스위스에는 매우 큰 인구 구조 변화다.
특히 추크(Zug)는 이민과 글로벌 자본 유입이 지역 사회를 크게 바꾼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추크는 낮은 세율과 친기업 정책을 바탕으로 다국적 기업, 금융회사, 블록체인 기업들이 몰려든 지역이다. 이 과정에서 고숙련 외국인 인력이 늘었고, 세수와 일자리도 증가했다.
그러나 성장의 부작용도 커졌다. 추크의 인구는 1981년 약 7만6천 명에서 현재 약 13만4천 명으로 75%가량 늘었다. 주택 가격과 임대료는 크게 올랐고, 교통 혼잡과 건설 확대도 이어졌다. 현지 주민들 사이에서는 "고향이 예전 같지 않다"는 정서가 확산되고 있다.
추크의 재무장관 하인츠 텐러(Heinz Tännler)는 과거 고숙련 외국인 유치를 적극적으로 추진했던 인물이다. 그러나 그는 이제 인구 상한 제안에 찬성하고 있다. 텐러는 외국인 유입이 일자리와 세수를 늘렸지만, 더 많은 인구를 떠받치기 위해 또 다른 노동자를 계속 불러들이는 순환 구조를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대로 계속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번 국민투표가 통과되면 스위스 연방정부는 인구가 950만 명에 도달하는 즉시 이민자의 가족 재결합과 신규 망명 신청을 제한해야 한다. 인구가 1천만 명에 이르면 스위스는 유럽연합(EU)과의 자유이동 협정을 폐기해야 한다. 이는 스위스 수출의 절반 이상을 흡수하는 EU 시장 접근성에 큰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반대 진영은 인구 상한이 스위스 경제에 심각한 불확실성을 가져올 것이라고 경고한다. 스위스 경제는 국제무역과 외국인 노동력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특히 의료, 제조, 기술 분야에서는 외국인 인력 없이는 노동력 부족이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스위스 의료기술 기업 입소메드(Ypsomed)의 최고경영자 시몬 미셸(Simon Michel)은 "스위스에는 이민 문제가 아니라 인구 구조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고령화와 낮은 출산율로 인해 앞으로 10년 안에 스위스에서 사망자 수가 출생자 수를 넘어설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의 회사 직원 중 약 3분의 1은 스위스 여권을 갖고 있지 않다.
찬성 진영은 이민이 경제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새로운 문제를 만든다고 주장한다. 기업들이 현지 인력을 훈련하거나 생산성을 높이기보다 해외에서 노동자를 쉽게 데려오면서, 장기적으로 임금 상승과 기술 투자 압력이 약해졌다는 것이다. 또한 인구 증가로 인해 도로, 병원, 학교, 주택 등 사회 인프라에 대한 부담도 커졌다고 주장한다.
이민에 대한 서구 사회의 인식 변화도 이번 투표의 배경이다. 과거 많은 서방 국가들은 이민을 고령화, 노동력 부족, 연금 재정 문제를 해결할 수단으로 홍보했다. 그러나 코로나19 이후 외국인 유입이 급증하면서 주택난과 생활비 상승, 사회서비스 압박이 심화되자 여론이 달라졌다.
캐나다는 심각한 주택난 속에 유학생과 임시 노동자 수를 줄였다. 영국은 숙련 노동자 비자 수수료와 급여 기준을 높이며 법적 이민을 크게 줄였다. 독일은 국경 검문과 추방 절차를 강화했다. 미국도 고숙련 비자 심사와 이민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
경제학자들은 이민이 항상 경제에 긍정적인 효과만 주는 것은 아니라고 지적한다. 고숙련 이민자가 전체 인구보다 높은 기술 수준을 갖고 있다면 생산성 향상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이민자의 기술 수준이 기존 인구와 크게 다르지 않다면 생산성이나 노동력 부족 문제에 미치는 효과는 제한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런던정경대(LSE)의 앨런 매닝(Alan Manning) 교수는 이민이 고령화 문제를 일시적으로 완화할 수는 있지만 근본적으로 해결하지는 못한다고 지적했다. 새로 들어온 이민자들도 결국 나이를 먹기 때문에, 고령화의 경제적 영향을 완전히 피하려면 계속해서 더 많은 이민자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번 국민투표는 2016년 영국의 브렉시트 국민투표와 비교되기도 한다. 스위스가 EU 회원국은 아니지만, EU와의 자유이동 협정은 스위스 경제와 노동시장에 매우 중요한 기반이다. 만약 인구 상한으로 인해 자유이동 협정이 폐기된다면, 스위스와 EU의 관계는 큰 충격을 받을 수 있다.
스위스는 2014년에도 이민 제한 국민투표를 치른 적이 있다. 당시 이민 쿼터를 재도입하자는 제안이 근소한 차이로 통과됐지만, 정부와 의회는 EU와의 경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사실상 완전한 시행을 피했다. 이번 SVP 제안은 정부가 다시 빠져나갈 여지를 줄이기 위해 더 강한 헌법적 장치를 담고 있다.
그럼에도 많은 스위스 유권자들은 단순한 찬반 구도 속에서도 복잡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일부 주민들은 인구 증가와 이민 확대에 대한 문제의식에는 공감하지만, 1천만 명 상한이라는 방식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것이라고 본다.
추크 출신 전 시장 돌피 뮐러(Dolfi Müller)는 인구 상한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는 추크가 과거의 조용한 호숫가 도시에서 크게 변했으며, 정책 당국이 성장 속도를 낮출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뒤처지고 있다"며, 고성장과 이민 확대의 단점이 이제 장점보다 커졌다고 지적했다.
추크에서 약 50년을 살다 주택 가격 부담으로 다른 주로 이주한 이보 치머만(Ivo Zimmermann)도 변화의 필요성에는 동의한다. 그는 추크의 성장이 외국인 노동자 덕분인 것도 사실이고, 지역의 생활 수준과 문화적 기회가 좋아진 것도 인정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지 주민들이 합리적인 가격에 살 집을 구하기 어려워졌고, 독일어보다 영어가 더 많이 들리는 지역이 늘어나면서 고향의 정체성이 달라졌다고 했다. 다만 그는 인구 상한이 "단 하나의 문제도 해결하지 못한다"며 반대표를 던졌다.
이번 투표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스위스 국민투표는 서구 선진국들이 이민을 바라보는 방식이 바뀌고 있음을 보여준다. 과거에는 이민이 성장과 인구 구조 문제의 해법으로 여겨졌지만, 이제는 주택, 임금, 인프라, 문화적 정체성, 국가 통제권을 둘러싼 핵심 정치 쟁점이 되고 있다.
스위스의 선택은 단지 한 나라의 이민정책을 넘어, 고령화와 저성장, 글로벌 인재 경쟁 속에서 선진국들이 어느 정도의 개방성을 유지할 것인지에 대한 중요한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