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사회주의 성향 프란체스카 홍, 접전 끝 패배...밀워키 카운티장 데이비드 크롤리 본선행
미국 위스콘신주 주지사 선거 민주당 경선에서 상대적으로 온건한 노선을 내세운 데이비드 크롤리(David Crowley) 밀워키 카운티장이 민주사회주의 성향의 프란체스카 홍(Francesca Hong) 주 하원의원을 근소한 차이로 꺾었다. 최근 민주당 내부에서 커지던 급진 좌파 진영의 상승세가 핵심 경합주 위스콘신에서 일단 제동이 걸린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크롤리는 12일 개표율 98% 기준 39.8%를 얻어 39.4%를 기록한 홍을 앞섰고, AP통신은 크롤리를 민주당 주지사 후보 경선 승자로 판정했다.
홍은 경선 전 여론조사에서 앞서 있었고, 진보 진영과 사회주의 좌파의 지지를 받았다. 그러나 민주당 내 일부 전국적 진보 인사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지는 못했다. 반면 크롤리는 막판 토니 에버스(Tony Evers) 위스콘신 주지사의 지지를 받으며 접전 끝에 승리했다.
민주당 내부 노선투쟁 계속
이번 결과는 민주당 내부의 노선 갈등이 아직 끝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지난주 미시간주 연방상원 민주당 경선에서는 급진 좌파 성향의 압둘 엘사예드(Abdul El-Sayed)가 민주당 주류가 지지한 온건 진보 후보 헤일리 스티븐스(Haley Stevens) 연방하원의원을 근소하게 꺾었다. 이는 진보 진영이 올해 거둔 가장 큰 승리 가운데 하나로 평가됐다.
그러나 위스콘신에서는 반대 결과가 나왔다. 홍의 선전은 급진 좌파 흐름이 민주당 안에서 실제 동력을 갖고 있음을 보여줬지만, 최종 승리는 크롤리에게 돌아갔다.
WSJ는 위스콘신과 미시간의 박빙 결과가 민주당 내 급진 좌파가 분명히 상승세를 보이고 있지만, 동시에 많은 유권자들이 여전히 경합주 본선에서는 상대적으로 온건한 접근이 민주당의 승리 가능성을 높인다고 판단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크롤리는 경선 전날 WSJ 인터뷰에서 "두려워하는 사람들이 많다"며 "그녀는 스스로 사회주의자라고 말한다. 많은 사람들이 이 당뿐 아니라 이 나라가 그런 방향으로 가는 것을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재검표 가능성도 남아
위스콘신 선거 규정상 한 후보가 전체 투표수의 1% 미만 차이로 뒤질 경우 재검표를 요청할 수 있다. 크롤리와 홍의 격차가 매우 작기 때문에, 홍 측이 재검표를 요구할 가능성도 남아 있다.
크롤리는 11월 본선에서 공화당의 톰 티파니(Tom Tiffany) 연방하원의원과 맞붙는다. 티파니는 위스콘신 북부를 지역구로 하는 공화당 의원이다.
이번 주지사 선거는 현직 민주당 주지사 토니 에버스가 3선 도전을 포기하면서 열린 오픈시트 선거다. 위스콘신은 2024년 대선에서 가장 근소한 차이를 보인 핵심 경합주였던 만큼, 이번 주지사 선거 역시 전국 정치의 주요 승부처로 꼽힌다.
크롤리, 밀워키 첫 흑인 카운티장
크롤리는 전직 주 하원의원이자 의회 보좌관 출신이다. 그는 2020년 밀워키 카운티장에 당선되며 카운티 역사상 최연소 카운티장이자, 해당 직위에 선출된 첫 흑인 지도자가 됐다. 2024년에는 재선에 성공했다.
그의 경선 승리는 혼란스러웠던 민주당 주지사 경선의 끝을 장식했다.
한때 유력 후보였던 사라 로드리게스(Sara Rodriguez) 부지사는 선거자금 관리 문제를 둘러싼 의문이 제기된 뒤 7월 17일 후보직을 사퇴했다. 크롤리는 7월 8일 경선에서 물러나 로드리게스를 지지했지만, 로드리게스가 중도하차한 다음 날인 7월 18일 에버스 주지사의 전격 지지를 받고 다시 경선에 뛰어들었다. 전 부지사 만델라 반스(Mandela Barnes)도 7월 30일 사퇴했다.
홍, 강경 좌파 공약으로 논란
프란체스카 홍은 37세 주 하원의원이자 파트타임 바텐더 출신이다. 그는 민주사회주의 성향 후보로, 기존 민주당 주류보다 훨씬 왼쪽에 선 정책을 내세웠다.
홍은 마리화나 합법화를 통해 고속 인터넷망 재원을 마련하겠다고 주장했다. 또 주정부 운영 개발은행, 세금 보조 보육, 정부 운영 식료품점, 모든 대학 학자금 부채 탕감, 전 국민 건강보험, 임금 삭감 없는 주 32시간 근무제, 이민세관단속국(ICE) 폐지, 중범죄자 투표권 회복, 장기적으로 교도소와 경찰의 폐지 또는 축소를 지지했다.
그는 과거 추수감사절 폐지를 주장한 적도 있어, 본선 후보가 될 경우 민주당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우려를 불러왔다.
공화당은 홍이 11월 본선에서 가장 상대하기 쉬운 후보라고 판단해 민주당 유권자들 사이에서 그를 부각시키는 데 수백만 달러를 쓴 것으로 전해졌다.
공화당은 본선 전략 계산
위스콘신 주지사 선거는 민주당 내부 갈등뿐 아니라 공화당의 본선 전략과도 연결된다.
공화당은 홍이 민주당 후보가 될 경우 사회주의, 치안, 세금, 이민 문제를 집중적으로 공격할 수 있다고 봤다. 그러나 크롤리가 후보가 되면서 본선 구도는 보다 전통적인 경합주 선거 양상으로 흐를 가능성이 커졌다.
크롤리는 민주당의 핵심 도시 기반인 밀워키에서 정치 경력을 쌓은 인물이다. 본선에서는 밀워키와 매디슨 등 민주당 강세 지역의 투표율을 끌어올리는 동시에, 위스콘신 외곽과 북부 지역에서 공화당의 공세를 얼마나 방어할지가 핵심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미네소타에선 진보 후보 승리
한편 인근 미네소타주 민주당 상원 경선에서는 진보 진영이 승리했다.
페기 플래너건(Peggy Flanagan) 미네소타 부지사는 앤지 크레이그(Angie Craig) 연방하원의원을 꺾고 민주당 상원 후보로 선출됐다. 플래너건은 버니 샌더스(Bernie Sanders) 버몬트주 상원의원과 엘리자베스 워런(Elizabeth Warren) 매사추세츠주 상원의원 등 진보 진영을 대표하는 인사들의 지지를 받았다.
크레이그는 2018년 이후 경쟁이 치열한 지역구에서 승리해온 보다 온건한 성향의 민주당 의원이다. 그는 플래너건이 팀 월즈(Tim Walz) 주지사와의 관계, 그리고 월즈 재임 중 드러난 대규모 복지 사기 사건 때문에 본선에서 취약한 후보라고 주장했다.
플래너건은 본선에서 전 스포츠 방송인 미셸 타포야(Michele Tafoya)와 맞붙는다. 타포야는 낙태권을 지지하는 보기 드문 공화당 후보로, 공화당 상원 후보 경선에서 쉽게 승리했다.
미네소타에서는 에이미 클로버샤(Amy Klobuchar) 민주당 상원의원이 주지사 후보 경선에서 승리했다. 그는 공화당 후보인 리사 드무스(Lisa Demuth) 미네소타 하원의장과 본선에서 맞붙는다. 드무스는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를 받은 마이필로(MyPillow) 최고경영자 마이크 린델(Mike Lindell)을 꺾고 공화당 후보가 됐다.
민주당, 좌향좌 흐름 속 본선 경쟁력 고민
위스콘신 경선 결과는 민주당 내부의 현실적 고민을 드러냈다. 급진 좌파 성향 후보들은 당내 열성 지지층을 결집시키고 있지만, 경합주 본선에서 승리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도 함께 커지고 있다.
미시간에서는 엘사예드가 승리하며 급진 좌파 진영이 큰 성과를 거뒀다. 그러나 위스콘신에서는 홍이 근소한 차이로 패하면서 그 흐름이 일방적인 대세는 아니라는 점이 드러났다.
민주당 유권자들은 변화와 이념적 선명성을 원하면서도, 동시에 11월 본선에서 공화당을 이길 수 있는 후보를 찾고 있다. 위스콘신에서 크롤리가 승리한 것은 바로 그 균형감각이 작동한 결과로 볼 수 있다.
이번 경선은 민주당이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를 둘러싼 싸움의 일부다. 급진 좌파 진영은 계속 도전할 것이고, 민주당 주류와 상대적으로 온건한 후보들은 본선 경쟁력을 앞세워 방어에 나설 것이다. 위스콘신의 접전은 그 싸움이 쉽게 끝나지 않을 것임을 보여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