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500 기업 40곳 이상 96억달러 환급 보고...일부 기업은 고객에게 돌려주기로
미국 대기업들이 연방정부로부터 대규모 관세 환급금을 받기 시작하면서, 일부 기업의 분기 실적이 크게 개선되고 있다. 당초 환급 절차가 느리고 복잡할 것이라는 우려와 달리, 상당수 기업은 예상보다 빠르게 환급금을 수령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최근 한 분기 안팎의 기간 동안 S&P500 기업 40곳 이상이 약 96억달러 규모의 관세 환급을 보고했다. 이 가운데 최소 21억달러는 이미 현금으로 지급됐다.
환급 규모가 큰 기업으로는 애플(Apple)이 약 22억달러, 나이키(Nike)가 9억8,600만달러, 페덱스(FedEx)가 약 8억달러, 아마존(Amazon)이 6억4,000만달러, 제너럴모터스(GM)가 5억달러를 보고했다.
대법원 판결 이후 환급 절차 본격화
이번 관세 환급은 미국 연방대법원이 올해 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관세 정책 일부를 위법하다고 판단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문제가 된 관세는 국제비상경제권한법(International Emergency Economic Powers Act·IEEPA)에 근거해 부과된 것이다. 대법원 판결 이후 기업들은 이미 납부한 관세를 돌려받기 위한 절차에 들어갔다.
미 세관국경보호국(CBP)은 7월 31일 기준 25만2,000건이 넘는 환급 신청을 접수했다. 세관 당국자는 지난주 연방법원에 제출한 자료에서 1,287억달러 규모의 환급 신청을 처리 대상으로 받아들였다고 밝혔다.
연방 자료에 따르면 무효화된 관세 규모는 1,660억달러에 이른다. 이 가운데 1,290억달러가 환급 심사 대상으로 접수됐고, 약 1,000억달러는 재무부 지급 절차로 넘어간 것으로 나타났다.
애플, 주당순이익 11센트 기여
일부 기업에게 관세 환급은 단순한 일회성 수입을 넘어 분기 실적에 의미 있는 영향을 줬다.
애플은 최근 분기 실적에서 관세 환급이 주당순이익에 11센트를 기여했다고 밝혔다. 이는 해당 분기 전체 주당순이익의 약 5%에 해당한다.
GE헬스케어 테크놀로지스(GE HealthCare Technologies)는 6월 30일 종료 분기에 보고한 주당순이익 1.24달러 가운데 18센트가 관세 환급 효과였다고 밝혔다. 회사는 1억700만달러의 환급금을 이미 받았고, 추가로 3,800만달러를 더 받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산업 측정장비와 자동화 기술을 만드는 포티브(Fortive)는 이미 받은 관세 환급을 반영해 450만달러의 이익 효과를 인식했으며, 향후 최대 2,500만달러의 추가 환급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회계 처리 방식은 기업마다 달라
다만 기업들이 보고한 환급액이 모두 은행 계좌에 들어온 현금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회계 처리 방식은 회사마다 다르다.
일부 기업은 현금이 실제로 들어왔을 때만 환급을 반영한다. 반면 다른 기업들은 받을 가능성이 높은 금액을 미수금으로 회계에 반영하고 있다.
바코드 스캐너와 프린터를 만드는 지브라 테크놀로지스(Zebra Technologies)는 2분기에 과거 관세 납부액 7,300만달러 전액을 환급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7월 4일 종료 분기 말까지 회사는 1,400만달러를 현금으로 받았고, 나머지는 미수금으로 반영했다. 이후 7월 31일까지 추가로 2,700만달러를 수령했다고 밝혔다.
나이키는 5월 31일 종료된 회계연도 마지막 분기에 3억200만달러의 환급금을 받았고, 7월 15일 주주 연례보고서를 낼 때까지 나머지 6억8,400만달러 대부분도 수령했다고 밝혔다.
관세 환급에도 계속되는 부담
그러나 관세 환급이 모든 부담을 없애는 것은 아니다. 많은 기업들은 환급 혜택을 받으면서도 여전히 다른 관세 비용을 계속 부담하고 있다.
캐터필러(Caterpillar)는 최근 분기에 예상 관세 회수액 3억9,200만달러를 반영했다. 하지만 회사는 올해 전체 관세 납부액이 환급분을 제외하고 22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즉 일부 기업에게 환급금은 실적을 끌어올리는 요인이지만, 동시에 계속되는 관세 부담을 일부 상쇄하는 수준에 그치기도 한다.
기술 하드웨어 기업 환급 규모 최대
업종별로는 기술 하드웨어 기업들이 가장 큰 환급을 보고했다.
기술 하드웨어 기업 6곳은 총 25억달러의 환급을 보고했다. 이 가운데 약 90%는 애플 한 회사에서 나왔다.
자본재 기업들도 큰 혜택을 받았다. 12곳이 넘는 자본재 기업들은 약 13억달러의 환급을 보고했다. 여기에는 캐터필러와 디어(Deere)의 2억7,200만달러, 방산업체 록히드마틴(Lockheed Martin)의 6개월간 1억4,000만달러, 공구업체 스탠리블랙앤데커(Stanley Black & Decker)의 1억1,800만달러가 포함됐다.
일부 기업은 고객에게 환급
관세 환급금을 고객에게 일부 돌려주겠다고 밝힌 기업들도 있다.
페덱스는 약 8억달러의 환급금을 8월부터 화주와 소비자에게 지급하기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회사는 자신들이 고객을 대신해 관세와 세금을 징수하는 통로 역할을 한다며, 고객들이 페덱스 웹사이트에서 관세 환급 상태를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코스트코(Costco)도 관세 환급금을 고객에게 "어떤 형태로든" 돌려줄 계획이라고 밝혔다. 회사는 고객에게 전가했던 관세 비용과 비슷한 수준으로 환급 혜택을 제공하겠다고 설명했다. 코스트코는 현재 환급을 요구하는 소비자들의 집단소송에도 직면해 있다.
펌프와 밸브를 판매하는 아이덱스(IDEX)는 받은 환급금 2,000만달러 이상 가운데 약 3분의 2인 1,470만달러를 고객에게 돌려줄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마존 "일부는 고객 환급, 나머지는 가격 인하 투자"
아마존은 관세 비용이 고객에게 전가된 일부 제한적 사례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브라이언 올사브스키(Brian T. Olsavsky) 최고재무책임자는 7월 실적 발표에서 해당 고객들에게 현금을 수령한 뒤 환급을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나머지 환급금에 대해서는 "고객을 위한 낮은 가격에 계속 투자하는 데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직접 환급과 가격 인하 투자를 병행하겠다는 의미다.
포드, 정부·공급업체로부터 30억달러 보상 예상
일부 기업은 환급 출처를 명확히 구분하기 어렵게 설명했다.
포드(Ford Motor)는 연방정부와 공급업체로부터 약 30억달러의 관세 보상을 받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약 13억달러는 대법원이 트럼프 대통령의 비상 관세를 무효화한 결정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기업들이 관세 환급을 정부로부터 직접 받는 경우뿐 아니라, 공급망 내 계약 관계와 비용 정산을 통해 일부 회수하는 경우도 있음을 보여준다.
관세 환급, 일회성 실적 부양 효과
관세 환급은 미국 기업들의 실적에 예상보다 빠르게 반영되고 있다. 애플, 나이키, 페덱스, 아마존, GM 등 대기업들이 이미 막대한 환급을 보고했고, 일부 기업은 실제 현금 수령까지 마쳤다.
이번 환급은 일부 기업의 주당순이익을 눈에 띄게 끌어올렸다. 그러나 이는 대부분 일회성 효과다. 또 기업들이 여전히 다른 관세 비용을 부담하고 있다는 점에서, 환급이 장기적인 비용 구조 개선을 의미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앞으로의 쟁점은 두 가지다. 첫째, 아직 처리되지 않은 수천억달러 규모의 환급 신청이 얼마나 빠르게 지급될 것인가다. 둘째, 기업들이 받은 돈을 이익으로 남길지, 고객에게 돌려줄지, 또는 가격 인하와 투자 재원으로 활용할지다.
대법원의 관세 무효 판결은 기업 실적에 즉각적인 숨통을 틔웠다. 그러나 환급금이 소비자에게 얼마나 돌아갈지는 기업별 판단에 달려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