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Elon Musk)의 스페이스X(SpaceX)가 나스닥 상장 첫날 주가가 19% 급등하며 시가총액 2조 달러를 넘어섰다. 이에 따라 스페이스X는 미국에서 여섯 번째로 큰 상장사가 됐고, 머스크는 세계 최초의 '조만장자' 반열에 올랐다.

로이터에 따르면 스페이스X 주식은 12일 나스닥 데뷔 첫날 공모가 150달러로 거래를 시작한 뒤 장중 상승세를 이어갔다. 주가는 160.95달러로 마감했고, 회사 가치는 2조1,000억 달러에 이르렀다.

이번 상장은 750억 달러 규모의 기업공개(IPO)로, 2019년 사우디 아람코(Saudi Aramco)가 세운 종전 기록을 넘어선 사상 최대 규모다.

스페이스 x 상장
(스페이스 X 뉴욕증시 상장 첫날 19% 상승)

스페이스X의 첫날 상승으로 회사 가치는 브로드컴(Broadcom)을 넘어섰고, 시가총액 2조6,000억 달러 수준의 아마존(Amazon)을 추격하게 됐다.

"머스크 프리미엄"에 투자자 몰려

스페이스X는 현재 흑자를 내지 못하고 있고, 매출 규모도 비슷한 가치 평가를 받는 대형 기술기업들과 비교하면 훨씬 작다. 그럼에도 투자자들은 로켓, 위성, 인공지능(AI)을 아우르는 머스크의 사업 제국에 투자할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상장 첫날 5억1,000만 주 이상, 약 840억 달러어치의 주식이 거래됐다. 기관투자자뿐 아니라 머스크를 지지하는 개인투자자들도 대거 참여했다.

인디애나폴리스의 마인드셋 웰스 매니지먼트(Mindset Wealth Management) 최고투자책임자 세스 히클(Seth Hickle)은 "많은 투자자들에게 스페이스X는 산업혁명 당시 철도에 투자하는 것과 가장 가까운 기회"라며 "그들은 그 기회를 위해 '일론 머스크 프리미엄'을 지불할 의사가 있다"고 말했다.

개인투자자들은 전체 배정 물량의 약 20%를 받았다. 이는 일반적인 IPO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다. 일부 투자자들은 단 한 주를 배정받은 것만으로도 축하하는 분위기였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시가총액 대비 매출 비율 112배

스페이스X의 높은 가치 평가는 논란도 불러오고 있다. 회사의 연매출은 187억 달러 수준으로, 시가총액을 기준으로 한 주가매출비율은 약 112배에 달한다. 이는 다른 초대형 기술주들과 비교해도 매우 높은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상장 초기 스페이스X 주가가 큰 변동성을 보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유통 주식 수가 상대적으로 적고, 기대가 과도하게 반영된 높은 가치 평가가 주가를 흔들 수 있기 때문이다.

워싱턴D.C.의 크로스체크 매니지먼트(Crosscheck Management) 최고투자책임자 토드 쇼엔버거(Todd Schoenberger)는 "문제는 몇 주 뒤에 무슨 일이 벌어지느냐다"라며 "지금은 사람들이 이 주식을 승자로 보고 더 높은 가격에 사려 하지만, 그것이 계속될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나스닥 100 편입 기대도 수요 자극

스페이스X는 아직 수익성이 없어 S&P 500 지수 편입 요건은 충족하지 못한다. 그러나 나스닥의 새 신속 편입 규정에 따라 약 한 달 안에 나스닥 100 지수에 편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나스닥 100에 들어가면 해당 지수를 추종하는 패시브 펀드와 상장지수펀드(ETF)가 스페이스X 주식을 매수해야 한다. 이는 상장 이후 추가 수요를 만들어낼 수 있다.

일부 분석가들은 스페이스X의 상장이 투자자 포트폴리오 재편을 촉발할 수 있다고 본다. 펀드들이 스페이스X 비중을 확보하기 위해 다른 대형 기술주를 팔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상장 첫날 다른 우주·위성 관련 기업 주가는 약세를 보였다. 플래닛랩스(Planet Labs)는 9%, 에코스타(EchoStar)는 11% 하락했다.

직원·초기 투자자도 대규모 수혜

이번 IPO는 스페이스X 직원들과 초기 투자자들에게도 큰 수익을 안겼다. 로이터는 힐닷컴(Hill.com)을 인용해 약 4,000명의 현직 또는 전직 스페이스X 직원들이 보유 주식 가치 기준으로 백만장자가 될 것으로 추산된다고 전했다.

스페이스X의 초기 임원이자 18년간 회사에서 일한 톰 뮬러(Tom Mueller)는 "종이에 그린 스케치에 불과하던 시절 합류했던 회사가 이렇게 가치 있는 기업이 된 것을 보는 것은 거의 비현실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우주선 스타트업 임펄스 스페이스(Impulse Space)의 최고경영자다.

세쿼이아캐피털(Sequoia Capital)의 숀 맥과이어(Shaun Maguire) 파트너는 "일론은 기술 흐름을 일찍 읽어내는 비전과 실적 때문에 극단적인 프리미엄을 받을 자격이 있다"고 말했다. 세쿼이아는 스페이스X에 20억 달러를 투자했으며, IPO 가격 기준 해당 투자 가치는 200억 달러를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IPO 규모, 아람코 기록 넘어

스페이스X의 IPO 조달액 750억 달러는 2019년 사우디 아람코의 기록적 IPO 규모의 두 배를 넘는다. 주관사들이 추가 주식 매각 옵션을 행사할 경우 스페이스X의 평가액은 더 높아질 수 있다. 일반적으로 이 결정은 상장 후 30일 안에 이뤄진다.

이번 상장은 나스닥 거래 시스템이 대형 상장을 원활하게 처리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 속에서 진행됐다. 특히 최근 기술주 하락과 AI 관련 종목의 급등 부담이 맞물리면서 시장의 긴장감이 컸다.

그러나 거래는 비교적 순조롭게 시작됐다. 2012년 페이스북 상장 당시 발생했던 거래 지연과 혼란은 나타나지 않았다. 스페이스X 경영진은 뉴욕 타임스스퀘어의 나스닥 마켓사이트에서 개장 벨을 울리며 상장을 기념했다. 그윈 숏웰(Gwynne Shotwell) 사장과 브렛 존슨(Bret Johnsen) 최고재무책임자도 행사에 참석했다. 머스크는 텍사스에서 직원들을 위한 별도 행사를 열었다.

"인류 역사상 최대 시장 기회" 주장

스페이스X는 자사의 시장 기회를 28조5,000억 달러 규모로 제시했다. 회사는 이를 "인류 역사상 가장 큰 시장 기회"라고 표현했다.

스페이스X는 최근 3년 동안 궤도에 올린 물체 질량의 80% 이상을 자사 발사가 담당했다고 주장한다. 또한 위성 인터넷 서비스 스타링크(Starlink) 매출도 회사의 핵심 기반으로 꼽힌다.

투자자들은 스페이스X가 로켓 발사, 위성통신, 국방 우주사업, 스타링크, 향후 우주 인프라 시장까지 장기 성장 가능성을 갖고 있다고 보고 있다. 반면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모닝스타(Morningstar)는 이달 스페이스X의 적정가치를 약 7,800억 달러로 평가했고, CFRA는 상장 첫날 매도 의견으로 분석을 시작했다.

래퍼 텡글러 인베스트먼트(Laffer Tengler Investments)의 낸시 텡글러(Nancy Tengler) 최고경영자 겸 최고투자책임자는 "이 주식은 펀더멘털을 보고 사는 이름이 아니다"라며 "나에게 비유하자면 아마존이다. 우리 삶의 방식을 바꾼 회사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AI 대형 IPO 앞두고 시장 분위기 가늠자

스페이스X의 성공적 데뷔는 향후 대형 기술기업 IPO 시장에도 중요한 신호가 될 수 있다. 인공지능 기업 앤스로픽(Anthropic)과 오픈AI(OpenAI)의 대형 상장이 뒤를 이을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스페이스X의 강한 첫날 흐름은 투자자들이 여전히 초대형 성장주에 높은 가격을 지불할 의사가 있음을 보여준다.

다만 스페이스X는 상장 첫날부터 높은 기대와 높은 밸류에이션이라는 부담을 동시에 안게 됐다. 투자자들은 머스크의 장기 비전과 우주산업의 성장 가능성에 베팅하고 있지만, 회사가 실제 수익성과 현금흐름으로 현재의 2조 달러 가치 평가를 뒷받침할 수 있을지는 앞으로 검증돼야 한다.

상장 첫날의 분위기는 분명 뜨거웠다. 그러나 스페이스X가 아마존에 근접하는 미국 대표 초대형 기업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는, 스타링크 성장과 우주 발사 시장 지배력, 국방·정부 계약, 그리고 장기적으로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