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나 행사장 앞에 가면 손님맞이용 공기 인형이 너울대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Like Us on Facebook


이런 공기 인형을 제작하는 사업자가 '피에로'에서 착안한 디자인으로 조형물을 만들고, 저작권을 주장한다면 받아들여질까.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2부(홍이표 부장판사)는 이모(48)씨가 "동일·유사한 디자인을 제작·판매해 저작권 등을 침해한 데 대해 배상하라"며 윤모(42)씨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고 7일 밝혔다.

이씨는 윤씨가 2012년 7∼9월 자신이 고안한 피에로 인형과 유사한 조형물을 제작·판매해 저작권을 침해했다며 1억원 상당의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의 쟁점은 '피에로'에서 착안한 디자인을 '응용미술저작물'로 볼 수 있느냐는 문제였다. 응용미술저작물이란 산업적인 목적 등으로 복제해 사용할 수 있으면서도 그 자체로 독자성을 가진 디자인을 말한다.

원고 측은 중절모에 연미복 차림을 하고, 양손에 벙어리장갑을 낀 모양 등이 고유 특성이라고 주장했다. 디자인 등록을 거쳐 디자인권을 보호받고 있다고도 강조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피에로 공기 인형의 저작권을 인정하지 않았다. 기존 피에로를 발전시켜 나름대로 특색을 구성한 디자인이라고 하더라도, 오랜 옛날부터 있었던 형상의 응용품에 대한 저작권은 제한적인 선에서만 보호돼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피에로는 16세기 이탈리아 희극에서 유래한 인물로 17세기 프랑스 무언극에 '익살스런 광대'로 등장하면서 널리 알려지게 됐다.

재판부는 "저작권법은 (디자인권과는 달리) 별도의 등록절차 없이도 물품의 종류·크기 등에 상관없이 실질적으로 유사한 모든 형태의 디자인에 대해 권리를 인정한다"며 "보호기간도 저작자의 사후 70년까지일 뿐 아니라 경쟁 사업자와 일반 공중 모두를 상대로 권리를 주장할 수 있고, 침해시 형사처벌도 받게 된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이미 오래전부터 존재하던 '피에로'를 상업적인 목적의 조형물 형태로 제작한 사람에게 저작권법상의 여러 강력한 보호를 준다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공기 인형에 일부 미적 특색이 있다 하더라도 사람들의 주의를 끈다는 기능적 목적을 떠나서는 (조형물의 가치가) 독립적으로 존재한다고 보기 어렵다"고도 덧붙였다.

재판부는 윤씨가 유사 조형물을 판매한 시기가 디자인 등록 전이라는 이유를 들어 디자인권 침해를 주장하는 이씨 주장도 기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