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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2010년 세계 경제 성장을 뒷받침했던 BRICs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공) 국가 중 2개국이 경기 침체에 빠져있다고 진단했다. 브라질과 러시아가 직면한 위험요소는 환율 하락, 높은 물가상승률, 저성장이다.
지난해 대형은행 모건스탠리는 브라질의 헤알화, 인도네시아 루피화, 인도 루피화, 터키 리라화, 남아프리카공화국 랜드화를 ‘5대 허약체질 통화(fragile five・F-5)’로 선정하기도 했다.
동시에 이들 이멍징마켓 5개국의 통화는 통화가치가 하락할 듯한 리스트에서 상위를 차지했다. 높은 물가상승률과 큰 재정 적자 규모, 유동성 부족, 낮은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등으로 중기에 화폐 가치 하락이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실제로 특히 6번째 신흥국 통화인 러시아 루블화는 미 달러대비 큰 하락세를 보였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루블화가 급락하자 10일 루블화를 강화 대책을 축소하고 전격적으로 변동 환율제를 도입하기도 했다.
이코노미스트지는 이들 국가가 높은 물가상승률이라는 공통의 문제를 안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들 6개 국가는 채무가 쌓이고 있음을 의미하는 재정적자와 해외에서 조달한 자본유입에 의존하는 경상수지 적자문제가 있다.
하지만 각국의 전망은 엇갈리고 있다. 인도와 인도네시아는 비교적 평탄해 보인다. 인도 루피화는 달러 강세 기조에도 지난달 1.8% 절하에 그치는 등 안정된 흐름을 보이고 있고, 공공부문 적자도 감소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루피화 가치도 최근 들어 대선 이후 구조개혁에 대한 기대감 등으로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남아프리카 공화국과 터키는 경상수지 적자와 높은 물가상승률로 랜드화와 리라화는 향후 더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몇 가지 밝은 요소도 있다.
우선 에너지 가격이 하락했다. 이것은 터키에게 희소식이다. 석유와 천연가스는 터키 에너지 공급의 60%를 차지하며 90% 이상을 수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남아공은 광물 수출의 장벽이었던 파업이 수습되었고 남아공 경제는 내년 2.5%의 성장을 보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반면, 브라질과 러시아는 최악의 상태에 있다. 신흥국으로 중국에 이어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양국 규모를 합하면 독일에 필적하는 수준이다.
그러나 양국 모두 통화 가치가 하락하고있다. 브라질에서는 9월 재정적자가 사상 최고치에 도달한 후 11월 헤알화는 최저치를 경신했다. 러시아 루블화는 더 빠른 속도로 하락하고 있으며, 1년에 27%, 지난 1개월간 10% 하락했다.
양국 모두 높은 물가상승과 연1%를 밑돌는 성장률 전망되는 등 스태그플레이션에 직면하고 있는 것이다.
또 양국 모두 대외 여건이 악화돼 브라질의 주요 무역 상대국은 중국처럼 감속하거나 유로권처럼 침체되거나 아르헨티나럼 급강하 하고있다. 수출량이 감소하고있는 것 뿐만 아니다. 브라질이 수출하고 있는 철광석, 석유, 설탕, 콩 등 가격은 세계 수요 감소에 따라 하락하고 있다.
에너지 가격 하락에 따라 러시아도 감속을 실감하고있다. 러시아는 세계 최대의 석유 · 천연 가스 생산국 중 하나로 주요 에너지기업 5개사는 총 100만 명에 가까운 노동자를 고용하고있다. 지난해에는 3500억 달러 상당의 연료가 파이프 라인을 통해 유럽과 아시아에 수출되었다. 에너지 가격이 하락하면 터키에게 이익인 반면 러시아에게는 손실이다.
이에 더해 양국은 나라살림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1990년대 이후 브라질은 부채를 줄이고자 GDP대비 3%에 가까운 기초재정수지(프라이머리 밸런스) 흑자를 목표로 해왔다. 그러나 올해 세출이 세입의 2배 속도로 확대되면서 브라질 GDP 대비 부채비율은 빠르게 상승하고있다.
러시아는 그 이상으로 심각하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건은 미국과 유럽의 러시아에 대한 경제적 제재조치를 초래했다. 러시아는 7월 제재 조치 이후 점차 어려워지고 있다.
러시아 기업은 이 규제로 인해 미국 채권 시장에 대한 접근이 제한되고있다. 또한 미국 기업은 러시아 주요 에너지기업과의 거래가 금지되어 있다. 따라서 미국의 석유회사들은 러시아 석유회사의 석유 · 가스 개발에 도움을 줄 수 없다. 또 푸틴의 보복성 정책인 서양 제품에 대한 수입 관세는 국내 물가를 더욱 끌어 올렸다.
이코노미스트지는 양국의 경제상황은 더욱 악화 될지도 모른다고 경고하고 있다. 높아지는 물가상승률과 환율 하락을 막기 위해 양국 중앙 은행은 지난달 금리를 인상했다. 현재 브라질 기준 금리는 11.25 %, 러시아는 9.5 %이다.
동시에 양국 재무부는 재정을 강화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브라질에서는 연료세 인상이 검토되고 있어 자동차 구입에 대한 세제 혜택이 폐지 될 가능성이 있다. 러시아는 재정적자를 GDP 대비 1% 이내로 억제하기 위해 긴축 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다.
그러나 이 긴축정책은 러시아에 타격을 줄 전망이다. 공공부문 지출 삭감은 소득에 타격을 주고, 높은 금리로 대출 상환이 어려워지면 은행 또한 취약함을 드러낼 수 있다. 현재 러시아에서는 부실 채권이 증가하고 있고 예금자는 은행에서 루블화를 되찾고 있다.
채권 시장은 또 다른 불씨가 될 수 있다. 러시아와 브라질은 막대한 외화준비금을 보유하고있다. 러시아는 1년에 1000억 달러 안팎 잃었음에도 아직 3700억 달러 규모의 외환 보유액이 있다.
하지만 양국은 동시에 거액의 달러화 부채도 안고 있어 환율 하락이 진행되면 상환이 어렵게 된다. 러시아는 향후 6개월에 약 900 억 달러의 상환을 실시 해야한다. 이에 비관론자들은 환율 급락, 채권 시장 폭락과 은행의 뱅크런을 예상하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