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소득층의 살림살이가 나날이 어려워지고 있다. 각종 사회보험이나 세금 부담이 늘어난 가운데 원리금 상환 부담까지 증가해 소득이 하위 20%에 해당하는 1분위 계층의 삶이 한계 수준으로 치닫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 통계청이 2만 가구를 대상으로 실시한 '2014년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에 의하면 소득 하위 20% 가구 가운데 이 있는 가구는 가처분소득의 근 70%를 부채상환에 쓰는 것으로 밝혀졌다. 을 감당할 수 없어 개인회생을 신청하는 개인들도 빠르게 늘어나고 있어 저소득층 부채의 적극적인 구조조정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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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발표된 2014년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를 보면 최하위 소득계층인 1분위 계층 중 절반가량인 48.7%가 금융부채를 가지고 있는데, 이들의 가처분소득 대비 원리금 상환액비율이 평균 68.7%에 달한다. 소득에서 세금이나 사회보험료 등 비소비지출을 제외하고 개인이 마음대로 쓸 수 있는 가처분소득이 100만원이라면 금융부채의 원금과 이자를 갚는 데 약 69만원을 지출하고 있는 것이다. 1분위 계층의 원리금 상환액 비율은 2011년 45.3%, 2012년 42.2% 등 40%에 머물러 있었으나 지난해 급격히 높아졌다. 부채가 증가한 가운데 일시상환 방식의 비중은 줄고 원리금균등분할이나 원금분할 상환의 비중이 커졌기 때문이라고 한다. 실제로 을 진 1분위 가구의 가처분소득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지만 가구당 금융부채는 2012년 말 2천188만원에서 작년 말 2천590만원으로 15.4% 늘었다. 을 내서 을 갚는 상황인 것이다. 문제는 막대한 상환 부담에 시달리는 1분위 가구의 다수가 노인 가구라는 점이다. 근근이 최저생활을 하며 상환에 허덕이는 노인들의 삶은 팍팍하기만 하다. 극한에 처한 저소득 계층의 어려움은 개인회생 신청 증가로도 확인되고 있다. 지난해 에 쪼들려 개인회생을 신청한 경우는 10만5천885건으로 전년보다 17.2%가 늘면서 사상 처음으로 10만건을 돌파했다. 올해도 9월까지 이미 8만847건으로 작년 동기보다 8.8% 증가해, 다시 10만건을 넘을 전망이다.

지난해 가구 소득은 전체적으로는 평균 4천676만원으로 전년보다 4.4% 증가했지만 소비 지출은 평균 2천307만원으로 0.2% 늘어나는데 그쳤다. 비소비지출이 증가한 가운데 원리금 상환액이 많아져 여윳돈이 줄어든 탓이다. 지난해 각 가구가 원리금 상환에 쓴 돈은 평균 823만원으로 18.1%나 늘었다. 계속되는 불황에 전계층이 허리띠를 졸라매는 상황이 이어지면서 소비가 제약을 받아 내수 회복이 어려움에 부닥칠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 "가계부채가 소비를 제약하는 임계 수준에 가까이 가고 있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1천조원을 돌파한 가계부채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 같은 것이지만 뾰족한 해법이 보이지 않는다. 기준금리를 내리고, 부동산 규제를 푸는 등 갖가지 경기대책을 내놓았지만, 내수가 살아나지 않아 온기가 돌지 않는다. 이런 가운데 취약계층의 어려움이 가중되면서 빈부격차는 심화하고 있다. 문제가 더 커지기 전에 정부는 고금리 대출 리모델링 등 가계 빛 구조조정에 나서야 한다. 그리고 근본적으로는 경제를 살려 소비와 고용을 늘리고, 임금을 올려 가계소득을 증대시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