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째 각종 ‘설'만 난무하며 끊임없이 불거져온 홈플러스 매각설이 최근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최근 여러 유통업체에 점포 매각과 관련된 제안서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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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에서는 영남지역 기반의 농심 계열 유통업체 메가마트가 인수 후보자로 거론됐다. 홈플러스가 실적이 다소 부진한 영남지역 5∼6개 개별 점포 인수를 메가마트에 제안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농심 측은 확대 해석을 경계하며 홈플러스 인수설에 선을 긋고 있다. 농심 관계자는 “홈플러스 쪽의 제안을 받은 것은 맞지만 현재 홈플러스 인수를 전혀 검토하지 않고 있고, 인수 협상을 한 사실도 없다”고 말했다.

홈플러스 매각설이 나올 때마다 유력 인수 후보로 거론되는 현대백화점도 내부적으로 홈플러스 인수를 검토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이 와중에 당사자인 홈플러스 측은 매각설에 대해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홈플러스 모기업인 영국 최대 소매 유통업체 테스코가 사상 최악의 실적 부진에 빠진 가운데 홈플러스의 한 관계자는 "매각은 영국 테스코 본사에서 진행해 우리는 내용을 전혀 알 수 없고, 테스코에 확인을 요청해도 '노코멘트'라고만 한다"고 말했다.

테스코가 홈플러스를 매각한다는 소문이 도는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매각설이 처음 등장한 것은 2007년이다. 국내 대형마트 업계가 포화 상태에 이르러 성장이 어렵고, 테스코가 수익성 높은 중국 투자를 강화한다는 등의 이유에서 매각설이 흘러나왔다.

그러나 당시 테스코 본사가 직접 나서서 "해외 사업의 중심이자 성공적인 투자의 표본인 홈플러스를 매각할 이유가 전혀 없다"며 매각설을 공식적으로 부인했다.

홈플러스 지분을 100% 보유한 영국 테스코는 이윤을 부풀리는 분식 회계를 저지른 사실이 드러나 주가가 폭락하는 등 휘청대고 있다.

테스코는 납품업자들에게 지급해야 하는 외상 대금을 장부에서 빠뜨리고, 상품 유통 기한이 지나거나 도둑맞았다면서 손실로 처리하는 방식으로 비용을 과다 계상해 올해 상반기 이윤을 2억5000만 파운드(약 4270억원) 가량 부풀렸다. 이 같은 사실은 지난 9월 내부 고발자의 제보로 세상에 알려졌다.

또 올 상반기 40년 만에 최악의 실적을 거두는 등 경영 악화로 퇴진 압력에 시달려 온 필립 클라크 최고경영자(CEO)는 실적 부진 책임을 지고 사임했다. 테스코는 2011년 클라크 CEO 부임 이후 주가가 27% 하락해 주주들의 손실이 88억 파운드(약 15조원) 규모에 이르렀다.

이처럼 테스코가 사상 초유의 위기에 놓인 가운데 데이브 루이스 신임 회장이 지난 10월 극비리에 한국을 방문하자 홈플러스 매각설에 불이 붙었다.

지금까지 7년간 홈플러스의 분리 또는 일괄 매각설이 수차례 불거졌다. 그때마다 테스코와 홈플러스, 인수 후보로 물망에 오른 업체들이 완강히 부인하는 패턴을 되풀이했다. 하지만 이번에 비교적 구체적인 매각 물밑작업 정황이 포착됐고, 모기업 테스코가 상황이 어려운 만큼 예전과는 소문의 중량감이 다르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테스코가 최근 아시아 자산을 매각하기 위해 유럽계 투자은행인 크레디트 스위스(CS)를 자문사로 내정했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홈플러스 매각이 곧 가시화할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홈플러스가 매물로 나오더라도 새 주인을 찾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매각 대금이 최대 7조원에 이를 정도로 덩치가 커서 일괄 매각이 쉽지 않은데다, 국내 대형마트 성장이 한계에 달했다는 점도 변수로 꼽힌다. 재무 구조 개선과 경영 정상화가 시급한 테스코가 자금난을 메우는 방법으로 홈플러스 일부 점포 매각을 택하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점포별 매각은 개연성이 떨어진다"며 "테스코가 경영 손실이 많이 났는데 실적이 좋지 않은 홈플러스 지방 점포 몇 개를 매각해 무슨 효과를 보겠느냐"고 반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