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벽두부터 편의점과 대형마트의 담배 매출이 반 토막 났지만 업계에서는 아직 이런 현상이 새로운 ‘추세'가 됐다고 속단하기는 이르다는 의견이 많다.

장기적으로 매출이 감소할 수는 있지만 개인 고객들이 짬짬이 모아놓은 담배가 다 떨어지고 높아진 담뱃값이 익숙해지는 한 두 달 뒤의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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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 제조·수입업체 관계자는 2일 "이 정도 '거래절벽'이 있을 것이라는 분석은 지난해부터 나왔다"며 "담뱃세가 워낙 큰 폭으로 올랐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매출 감소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로 삼성증권은 지난달 국회가 담뱃세를 올리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개별소비세법과 지방세법 등 개정안을 통과시킨 직후 보고서를 통해 KT&G의 국내 담배시장 영업이익이 약 18%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국회 예산정책처 자료를 바탕으로 하면 담배 업계의 매출 감소는 약 5천억원, 조세재정연구원의 전망을 기초로 하면 업계의 매출 감소폭은 약 9천400억원 규모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아직 새해가 된 지 이틀밖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 당장은 앞으로의 전망 등에 대해 이야기하기 이르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담배 제조·수입업계에서는 매출이 다소 줄어들 것이라는 점은 받아들이는 분위기지만 감소폭이 얼마나 될지는 시간을 더 두고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 지배적이다.

개인들이 미리 모아놓은 담배 물량이 떨어지는 한 두 달 뒤에는 매출이 어느 정도 회복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실제로 인터넷 포털사이트 게시판이나 SNS(소셜네트워킹서비스)에는 하루에도 수차례 편의점에 들러 1∼2갑씩 담배를 사모으며 '월동준비'를 한 개인 소비자들의 글이 적지 않다.

아예 이렇게 사모은 담배를 직접 판매한다는 글도 찾을 수 있다.

담배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담배를 피우는 지인들 가운데는 한 달치 정도는 쟁여뒀다는 이들이 많다"며 "이런 물량이 다 떨어지는 2∼3월이 돼야 (앞으로의 전망을) 제대로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초에 굳건했던 금연 결심이 시간이 지나면 흔들리는 점, 소비자들이 4천원대가 된 담뱃값에 익숙해지는 점 등도 매출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다만, 담배 매출이 전체 매출의 30% 이상을 차지하는 편의점 업계에서는 담뱃세 인상에 따른 집객효과 감소도 걱정하고 있다.

특히 담배는 적극적으로 광고를 하거나 할인혜택을 줄 수 있는 상품이 아니기 때문에 손님을 끌어모을 뾰족한 대안도 없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이야기다.

A편의점의 관계자는 "담배 사러 편의점에 들어와서 다른 물건까지 같이 사는 고객들이 적지 않다"며 "집객효과가 떨어지면 다른 품목의 매출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종로구에서 B편의점을 운영하는 한 점주는 "담배 찾는 손님이 절반 이하로 줄었고, 값이 오르지 않은 제품(외산담배 일부)은 물량이 거의 없다"며 "(점주들 사이에서는) 담배와 전자담배를 같이 팔아야 할 판이라는 소리도 나온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