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김진규 기자] = 한때 주유소가 '알부자' '지역유지'란 말을 들을 때도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경영난으로 문을 닫고 싶어도 폐업비용이 없어 휴업 중인 주유소가 전국에 400곳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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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주유소 개수는 2010년 1만 3천 4개로 정점을 찍고 나서 과포화 상태에 따른 가격 경쟁과 수익률 하락으로 매년 감소하고 있다. 19일 한국 주유소 협회에 따르면 2014년 11월 말 기준 전국 1만 2천 498개 주유소가 영업 중이고, 436곳이 휴업 중이며 지난해 1∼11월 226곳이 폐업했다.

과거엔 주유소 간 거리제한이 있었다. 1990년대만 해도 서울은 700M 이상, 직할시와 시·읍 1km 이상, 기타지역 2km 이상 거리를 두고 주유소를 허가했기 때문에 전국의 주유소는 3천400여 개에 불과했다. 하지만 정부가 1991년 석유사업 자유화 정책을 시행하며 거리제한을 절반으로 완화했고, 점진적으로 규제를 완화해 1995년엔 전국적으로 거리제한을 철폐했다.

이에 따라 주유소 숫자가 급증하며 1995년만 해도 10%가 넘던 휘발유 매출이익이 지난해 6월 5.2%로 반 토막이 났다. 게다가 가격이 가장 큰 경쟁요인인 석유제품의 특성상 '치킨게임'이 날로 심해지고 있다. 주유소 관계자는 "인근 주유소와 ℓ당 10원 차이만 나도 손님을 빼앗기는 게 확연히 보이기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로 가격을 따라 내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15일 안동 VIP 주유소가 휘발유 판매가를 ℓ당 1천299원으로 내리자 현재 안동지역 주유소 총 7곳이 1천200원대로 낮췄다.

주유소의 매출이익도 점차 떨어지고 있다. 1995년도엔 10%가 넘던 휘발유 매출이익이 지난해 6월엔 5.2%로 반 토막이 났고, 카드수수료 1.5%, 임대료 인건비 등 관리비를 빼고 나면 영업이익률은 평균 1% 안팎에 불과하다고 주유소 협회는 설명했다.

게다가 주유 업계의 구조조정에 탈락한 주유소는 폐업비용조차 내기 어려워 울며 겨자 먹기로 휴업에 들어가는 경우가 많다. 평균 규모의 (991㎡, 300평) 주유소는 구조물 철거에 약 7천만 원, 주유 탱크 등 토양오염 정화비용에 최소 7천만 원 등 1억 4천만 원 이상의 돈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휴업신고를 하고 임대형태로 전환해 운영하거나, 가짜 석유의 불법유통 창구가 되는 등 악용사례까지 발생하고 있다. 주유소가 휴업신고를 내면 1년 동안 휴업상태로 있을 수 있고, 때에 따라 기간 연장도 가능하다.

현재 휴업 중인 주유소를 지역별로 보면 땅값이 비싼 서울은 6곳에 불과하고, 경기 60곳, 전남 58곳, 경남 57곳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