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김진규 기자] = 농협의 택배사업 진출에 기존 택배업계 기업들이 반발하고 있다.

농협과 업계에 따르면 국내 택배시장 규모는 약 3조 7천억 원 수준이며, 이 중 농축산물 택배 물량은 10% 정도로 추정된다. CJ∙현대∙한진∙우체국 등 4대 택배업체가 취급하는 물량은 71%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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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은 홈쇼핑과 인터넷 쇼핑으로 농축산물 택배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는 데다 농업인과 농민단체가 택배의 안정성 확보를 요구하고 있어 택배업 진출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농협이 택배업에 진출함으로써 도시에 비해 낙후된 농촌의 택배발전을 이끌 수 있고, 직거래를 통한 농업인의 농축산물 판매도 확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더욱이 기존 택배사들이 부피가 크고 무거운 농축산물 택배를 기피하고 있어 농축산업자들이 불편을 겪고 있는 데다, 전문성의 부족으로 배달 과정에서 상품 손상으로 변상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농협의 택배사업 진출을 주장하고 있다. 특히 농촌 지역의 택배 단가는 5천~7천500원 수준으로 도시의 2천500원보다 높아 농가경제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때문에 농협은 2000년대 초반부터 택배사업 참여를 고려했으며, 2007년과 2010년에 대한통운과 로젠택배 인수를 각각 고려하기도 했다. 농협은 택배불편을 조기에 해소하기 위해 기존 택배회사를 인수합병(M&A) 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시작하며 기업형태는 주식회사로 운영할 방침이다.

농협 관계자는 "기존 업체와 제휴를 하는 방안도 고려했으나 업체들이 농축산물 택배를 수익성이 낮다고 기피하고 있다"며 "신규 투자를 할 가능성이 작아 관계가 지속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제휴 방식에 대해서는 난색을 보였다. 또한 기존 택배업계가 우려하는 가격 인하 경쟁은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반면 기존 택배업계는 '거대공룡'인 농협이 택배 단가를 하락시켜 기존 업체의 수익률이 크게 감소하는 등 공정거래법을 위반한 소지가 다분하다고 우려하고 있다. 또한 택배요금을 두고 벌어지는 '치킨게임' 중 피해를 보는 것은 택배 기사라며 이들의 근로여건 역시 악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때문에 한국통합물류협회는 택배 기사 3만 여명의 탄원서를 받아 농림축산식품부와 농협에 전달하기도 했다.

2000년 우체국이 택배업에 진출한 이후 기업 간 경쟁으로 평균단가가 하락해 2013년 기준 평균단가는 2천480원으로 2천500원 선이 붕괴하기도 했다. 2000년대 초반 4천700원이던 것과 비교하면 가격이 반값으로 떨어진 셈이다

또한 우체국의 주 5일제 시행에 따라 농산물 직거래에 어려움이 생겼다고 주장하는 것에 대해, 우체국의 전체 취급물량 중 농수축산물의 토요일 취급물량은 0.057%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는 전체 택배사 취급불량의 0.006% 수준이다. 0.006%를 메우기 위해 농협이 거대자본을 투자하고 3년 안에 흑자로 전환한다는 계획을 세우는 것은 어불성설이란 것이다. "결국 농협의 택배시장 진입이 업계를 혼탁하게 해 중소 택배업체가 줄도산할 것"이란 게 기존 업체들의 주장이다.

박재억 한국통합물류협회장은 "롯데의 택배사업 진출은 민간기업이 법적기준을 얻어 하는 것으로 협회나 업계에서 막을 수가 없다. 그러나 공기업에 준하는 농협이 진출하면 공정거래에 위배될 소지가 있어 문제"라며 "오지배송 거부 등 택배 서비스의 문제점을 수용해 품질을 높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