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의 킬리스에서 실종된 김모(18) 군이 수니파 원리주의 무장단체인 '이슬람국가'(IS)에 가입하기 위해 납치나 강요가 아니라 자발적으로 시리아 접경지역으로 이동한 것으로 경찰 수사결과 드러났다.


또한 김군이 터키로 출국하기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나라를 떠나고 싶다. 새 삶을 살고 싶다"는 글을 남겼고, 호텔을 떠난 날 오후에 본인의 휴대전화로 터키 휴대전화 번호로 통화한 사실도 확인됐다.

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21일 중구 남대문경찰서에서 기자 브리핑을 열고 이 같은 내용의 터키 실종 한국인 10대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김군은 터키에 도착해 가지안텝프 호텔에 체크인 하기 전후인 9일 오전 9시2분과 호텔을 떠난 뒤인 10일 오후 1시47분에 자신의 휴대전화를 이용해 두 차례 현지 휴대전화번호인 '15689053********'로 통화했다.
특히 두번째 전화통화는 김군이 10일 오전 8시30분 신원 미상의 남자와 시리아 번호판을 단 택시를 타고 호텔을 떠난 후에 이뤄졌다는 점에서 한국과 터키 경찰은 김군의 통화 상대방이 누구인지 밝히는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김군은 당시 이 택시를 타고 킬리스 동쪽으로 약 25분 거리인 베리시에 마을의 시리아 난민촌에 내렸다.

통화시각과 그 시각 전후 김군의 위치 등으로 미뤄 9일 첫 통화에서 이튿날 오전 만남을 약속하고 이어 10일 신원미상의 남자의 안내로 시리아 난민촌으로 이동하고서 재차 터키 전화번호 상의 인물로부터 지령을 받아 이동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수사과정에서 경찰이 김군의 전화로 국제전화를 걸면 "지금은 전화를 받을 수 없습니다"라는 메시지가 나와 실종 후에도 휴대전화가 사용중인 상태로 보인다.

또한 경찰의 컴퓨터 분석 결과, 김군은 터키로 여행을 떠나기 전인 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난 이 나라와 가족을 떠나고 싶어. 단지 새로운 삶을 살고 싶어"라는 글을 남긴 것으로 드러났다.
김군은 지난해 10월 터키 현지인이 개설한 트위터 계정 'habdou****'과 수차례 IS 가입 방법 등에 대해 대화를 주고받기도 했다.

이 계정의 인물은 김군에게 "이스탄불에 있는 하산이란 형제에게 연락하라"하거나 "슈어스팟(surespot)에서 'ga***'를 찾으라. 그가 너를 도와줄 것이다"라고 안내했다.  

슈어스팟은 보안성이 높은 SNS로 IS가 조직원을 모집하는 데 사용하는 대표적인 채팅 프로그램으로 알려졌다.

이후 트위터에 IS 관련 내용이 없어 경찰은 김군이 슈어스팟으로 'ga***'과 대화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김군은 또한 터키 여행정보, IS 관련 신문기사 등 65개 사이트를 즐겨찾기 목록에 등록했고, 지난 1년간 인터넷에서 IS, 터키, 시리아, 이슬람 등의 단어를 517회 검색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군 부모의 부탁을 받고 '보호자' 자격으로 김군과 터키에 같이 간 홍모(45) 씨조차 이 여행의 목적지를 몰랐으며, 부모도 '터키 여행을 한뒤 마음을 잡고 검정고시를 준비하겠다'는 김군의 말을 지난해 10월에 듣고 여행을 보내줬다고 경찰은 밝혔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현재까지 실종 또는 납치 관련성은 확인된 바 없다"며 "김군이 IS에 많은 관심을 표명한 다수 자료가 확인됐으나 실제 가담 여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