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수는 왼쪽, 큰 수는 오른쪽과 연관짓거나 숫자를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오름차순으로 쓰는 것은 본능일까? 학습일까?

이탈리아 파도바대 루치아 레골린 박사팀은 30일 '사이언스'에서 부화한 지 사흘 된 병아리를 이용한 실험에서 작은 수를 왼쪽, 큰 수를 오른쪽과 연관짓는 행동을 확인했다며 이런 성향이 사람 등 동물의 신경계 구조에 각인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사람에게 작은 수나 적은 양은 왼쪽, 큰 수나 많은 양은 오른쪽과 연관짓는 '정신적 수직선'(MNL)이 있다는 것은 널리 알려져 있다.  

숫자 관점이 없는 아기들도 실험에서 이런 성향을 보이고 동물에서도 이런 행동이 나타나지만 이런 성향의 기원이 본능인지 학습 등 다른 요인인지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레골린 박사팀은 이 실험에서 부화한 지 사흘 된 병아리들이 숫자와 공간적 방향을 연관시켜 행동하는지를 살펴봤다.  

첫 실험에서는 검은 점이 다섯 개 찍힌 종이 뒤에 먹이를 놓고 찾게 하는 방법으로 병아리가 5라는 숫자에 익숙하게 만든 다음 검은 점이 2개와 8개 찍힌 종이를 좌우 한 장씩 놓고 어느 방향을 탐색하는지 관찰했다.  

 
 
병아리의 숫자-방향 연계능력 실험. 검은 점이 다섯개 찍힌 종이 뒤에 먹이를 놓고 찾게 하는 방식으로 5에 익숙해진 병아리에게 점이 두개(2) 찍힌
똑같은 종이를 놓고 선택하게 하자 70.67%가 왼쪽을 탐색했고, 점이 여덞개(8) 찍힌 종이가 놓여 있을 때는 71%가 오른쪽을 탐색했다. 이탈리아 파도바대학 연구진 제공.
 

그 결과 검은 점이 2개 찍힌 종이가 좌우에 놓여 있을 때는 70.67%가 왼쪽을, 29.33%가 오른쪽을 탐색했으며, 점이 8개 찍힌 종이가 놓여 있을 때는 71%가 오른쪽을, 29%가 왼쪽을 탐색했다.  

연구진은 이어 점이 20개 찍힌 종이 뒤에 있는 먹이를 찾는 훈련으로 20에 익숙해진 병아리들을 대상으로 점이 8개와 32개 찍힌 종이를 이용해 좌우를 선택하게 하는 실험을 했다.

 
 
 병아리의 숫자-방향 연계능력 실험. 검은 점이 20개 찍힌 종이 뒤에 먹이를 놓고 찾게 하는 방식으로 20에 익숙해진 병아리에게 점이 8개 찍힌
똑같은 종이를 좌우에 놓고 선택하게 하자 69.4%가 왼쪽을 탐색했고, 점이 32개 찍힌 종이를 사용했을 때는 74.73%가 오른쪽을 탐색했다.
 

그 결과 점이 8개 찍힌 종이가 좌우에 있을 때 병아리들은 69.46%가 왼쪽, 30.54%가 오른쪽을 탐색했으며, 점이 32개 찍힌 종이를 사용했을 때는 74.73%가 오른쪽, 25.27%가 왼쪽을 탐색했다.  

즉 기준이 5일 때 그보다 작은 숫자(2)가 좌우에 제시되면 대부분이 왼쪽을 탐색하고 큰 숫자(8)가 제시되면 오른쪽을 탐색했으며, 기준이 20일 때 같은 8이 제시돼도 대부분이 왼쪽을, 32가 제시됐을 때는 오른쪽을 탐색한 것이다.  

연구진은 숫자나 양의 크기를 공간적 좌우 방향과 연관시키는 '정신적 수직선'이 많은 동물에서 나타나는 것으로 볼 때 이런 성향은 문화적 요인과 무관하게 자연적으로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