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반도체 산재인정 사건

 

"망인(고 김경미님)은 업무수행 중 벤젠 등의 유해물질과 전리방사선 등에 노출됨으로써 급성 골수성 백혈병이 발병하여 사망하였거나, 적어도 위와같은 노출이 발병 및 이로 인한 사망을 촉진한 원인이 되었다고 추단된다"

2015년 1월 22일(목) 서울고등법원 제9행정부가 사건번호 2013누50359, 삼성반도체 백혈병 사망 노동자 사건으로 알려진 故김경미씨 항소심에 대한 내놓은 판결문 중 일부다. 위의 판결문은 반도체공장 근무시 위험물질에 노출되고, 발병의 원인이 되어 공장 근무자가 사망할 수 있다고 명확하게 나와 있다. 우호적으로 해석하려고 해도 다른 여지가 없으며, 의미를 축소하려 해도 여러차례 진행된 재판에 따른 법원의 판결문이다.

반도체는 우리 삶 모든 곳에 있다.


사람마다 손에 들고 있는 스마트폰과 각종 사무와 가정업무에 쓰이는 컴퓨터에 반도체가 들어간다는 것쯤은 상식이다. 하지만, 반도체의 사용범위는 생각보다 넓어서 스마트하지않은 일반전화는 물론 TV, 라디오를 비롯해 자동차, 무선 자동차까지 전자장치중에 반도체를 사용하지 않는 기기를 찾는 시도는 무의미할 정도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큰 회사가 잘못했네 하는 흥미거리로 끝낼 수 있는 사건이 아니다. 앞으로 더 많은 반도체 공장이 지어질 것이고, 더 많은 사람들이 반도체공장에서 일할 것이다.


빛에 뚫리고, 화학물질이 흐르는 청정룸
숨구멍까지 용납하지 않을 듯 온통 하얀 천으로 덮힌 사람이 작은 먼지도 씻어내는 에어샤워를 통과한 후에 들어갈 수 있는 클린룸이 반도체공장을 상징하는 이미지다. 먼지의 오염도 허용하지 않는 깨끗한 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왜 유해물질로 병까지 얻는 것일까?

전문가들과 많은 인터뷰를 하고 실무자들의 복잡한 설명 후에 일반인인 기자가 알게 된 단순한 이해는 빛과 열과 화학물질이 위험요소라는 것이다. 반도체라는 것은 인간의 능력으로 할 수 없는 작은 그림을 그려야 하는데 이때 인체에 해로운 빛이 사용되고, 그 그림대로 깎아내기 위해서는 화학물질이 사용되어야 하는데, 이 화학물질이 모두 발암물질이라는 것이다. 또한 빛과 열에 의해 2차 화합물질이 발생될 수 있다.

오염물질과 위험요소를 중심으로 본 반도체 제조공정을 상술해본다.
반도체 제조공정은 웨이퍼를 가공하고 웨이퍼를 개개의 칩단위로 조립하는 과정으로 크게 나눌 수 있다.


1. 웨이퍼 가공라인(wafer fabrication,fab)
1) 확산(diffusion)
웨이퍼 표면에 산화막을 말들고 웨이퍼에 불순물(dopant)를 확산시키며, 열처리 과정도 진행된다.

2) 포토(photolithography)공정
웨이퍼에 회로패턴을 형성시키는 과정이다. 페놀,포름알데히드,폴리스티렌수지, 케톤류,아세테이트류,크실렌,에틸벤젠등 사용된 감광액(photoresist)의 화학물질이 사용되고, 자외선을 쬐어야 한다.

3) 식각(etch)공정
불필요한 부분을 제공하는 과정이다. 습식식각 공정인 경우 암모이나, 하이드로시드, 불산, 과산화수소, 황산, 질산, 아세트산을 이용하고  건식 식각의 경우 삼염화붕소, 염소, 질소등이 이용된다.

4) 증착(deposition)공정
화학적 또는 물리적 방법으로 전도성 또는 절연성 박만을 형성시키는 과정이다. 질화규소, 폴리실리콘, 이산화규소등의 박막을 형성하기 위해 실레인(silane SiH4)을 비롯한 실리콘 화합물에 암모니아, 산소, 일산화탄소 등과 반응시켜 산화규소 막을 형성한다.

5) 이온주입(ion implantation)공정
반도체에 전도성을 부여하기 위해 웨이퍼에 이온주입(ion implant)장비를 이용하여 입자를 가속시켜 웨이퍼에 주입하는 과정이다. 아르신, 포스핀 등의 가스가 사용된다. 웨이퍼에 전도성을 부여하는 과정에서 불순물(dopant) 입자를 웨이퍼에 주입하기 위해 가속시키는 과정에서 전리방사선이 발생한다. 전리방사선은 X 선이나 감마선, 자외선 일부가 해당되는데 일정 이상을 받게되면 피부손상, 불임, 백내장이 발생할 수 있고 나아가 발암의 원인이 될 수 있다.

6) 연마(chemical mechanical polarization, CMP)공정
웨이퍼 표면의 산화막을 연마하여 평탄화시키는데 연마액(slurry)과 무기산등이 사용된다.


2. 조립라인(assembly)
1) 후면연마(back grind 또는 back lap)공정
웨이퍼 뒷면을 얇게 가는 공정이다. 비결정 실리카 암모니아수 등으로 구성된 연마제가 사용된다.

2) 웨이퍼 절단(wafer saw) 공정
웨이퍼를 자르는데 폴리옥시렌, 폴리에틸렌글리콜, 습식제로 구성된 계면 활성제가 사용된다.

3) 칩접착(die attach) 공정
잘려진 칩을 회로기판에 접착하는 공정이다. 에폭시수지, 은(Ag), 실리카(주로 비결정), 아크릴수지, 경화제(페놀계, 아민계등), 희석제(아세톤등의 용제)가 사용된다.

4) 칩접착 후 경화(Die attach cure)
칩접착 작업이 끝난 후 오븐에서 경화(cure) 과정을 거친다. 섭씨 175도의 열을 가하는 과정에서 휘발성물질과 각종 2차 화합물질이 분해되어 나온다.

5) 금선 연결(wire bond) 공정
반도체와 리드프레임(반도체 칩 받침대역할을 하며 전기공급)을 99.00%의 금선으로 연결해준다.

6) 몰드(mold)공정
반도체칩을 EMC(epoxy molding compound)라는 수지로 감싸주는 공정이다. 에폭시수지, 페놀수지, 삼산화안티몬, 카본블랙, 실리카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에폭시 수지는 크레졸, 에피클로로히드린, 포름알데히드가 사용된다. 에폭시 수지는 녹는 점이 섭씨 100도 이하이다. 수지가 열을 받으면 원료가 되는 화학 물질이 부산물로 발생한다.

7) 몰드후 경화(post mold cure) 공정
섭씨 175도로 1시간에서 5시간 정도 경화오븐에서 열을 가하는 과정을 거치는데, 휘발성 유기화합물에 작업자가 노출될 수 있다.

8) 성형가공(trim 및 form)공정
몰드작업후 앞서 말한 EMC가 흘러서 붙은 것도 잘라주고 댐바(dambar, EMC가 넘치는 것을 방지하는 댐역할)를 잘라준 후 도금하고 형상을 완성하는공정이다.


9) 도금(plating) 공정
리드프레임(lead frame)을 주석으로 도금하는 공정이다.

10) 솔더볼 부착(solder ball mount 또는 solder ball attach)
회로기판에 플러스(flux)를 이용하여 주석(Sn)으로 된 솔더불을 붙여준다. 솔더볼을 회로기판에 고정하는 플러스는 폴리에틸렌글리콜, 디에틸렌글리콜모노헥실에테르로 구성된다. 이때도 280도까지 가온된 열이 가해지는데 주석과 휘발성 유기화합물이 발생할 수 있다.

11) 열적테스트(test during burn-in, TDBI) 공정
불량 제거를 위해 섭씨 125도씨까지 열을 가하는 공정이다. 몰드물질인 EMC는 물론 각종 화학물질에 열을 가하니 휘발성유기 화합물이 발될 수 있다.

12) Test-전기적 특성, 조작기능 등
전기적 특성과 조작 기능에 대해 테스트를 하는 공정이다. 테스트 온도는 섭씨 -5도에서 90도 사이이다.

반도체 제조공정은 유해물질 발생과정이지만, 유해물질 통제과정이어야 한다.

반도체 공장의 제조공정을 이해하면 유해성 논란을 이야기하다는 것이 무의미하다. 인체에 해로운 빛을 쏘이고 온갖 유해화합물에 열을 가하는 공정상 오염물질은 발생할 수밖에 없다.
관건은 작업자가 병이 발생하지 않도록 위험을 통제하는 회사의 노력이다.

삼성전자는 故황유미, 이숙영 씨에 이어 세번째로 故김경미씨가 산업재해를 인정받음으로 위험통제에 실패했음이 공표된 셈이다. 삼성전자가 산업재해판정을 피하고자 여러차례의 재판을 한 것도 위험통제에 실패한 기업으로 낙인찍히지 않고자 노력한 것으로 볼 수 있다.

SK하이닉스 역시 산업재해 논란을 겪었다. 2014년 한겨레신문보도로 시작된 백혈병등 산업재해 의혹에 대하여 SK 하이닉스는 실태조사와 안전및 건강관리 강화를 약속하며 비교적 사회적으로 큰 파장으로 확산되지 않도록 대응했다. 삼성과 마찬가지로 작업환경과 백혈병등의 인과관계를 인정하지 않았지만 국내법적 기준보다 엄격하게 국제적 기준인 '직업 건강, 안전관리 시스템(OHSMS)'을 충족할 수 있도록 높이겠다고 밝히고 사내에 '건강지킴이 콜센터'를 설치하는등 내외부에 신속하고 적극적인 대응을 한 것이 주효했다.


반도체 산업 전체로 위험 관리를 확대해보면 산업재해와 위험방지 실패에 대한 관련업계의 위기의식을 이해할 수 있다. 반도체 제조공장의 재해는 가스, 화학(chemical), 전기, 방재, 안전 측면에서 발생하는데, 작업자의 불안전한 행동과 더불어 제조공장의 불안전한 상태로 이유를 나누게 된다. 산업재해로 처리된다면 곧 그 제조공장 자체가 불안전하고 위험하다는 뜻이 된다.

안전보건공단의 직업병에는 700여건의 산업재해 사례가 있는데 이중 반도체 관련 사례는 14건이다. 비율은 낮지만 암, 백혈병, 근위축성 경화증등 모두 작업환경의 위험관리 실패가 의심되는 중증질환이다.

사회는 지켜본다.
안전보건공단은 2002년 이래 수차례 반도체 관련 보고서를 작성하고 있으며 2012년 '반도체 제조 사업장에 종사하는 근로자의 작업환경및 유해요인 노출특성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5개의 웨이퍼 가공라인과 2개사의 4개 조립라인에서 앞서 말한 수많은 오염물질 발생 가능성이 있지만 오염물질 관리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종합 진술하고 있다. 그러나, 대체물질개발과 환기시설의 개선, 발생이 불가피한 오염물질의 배출 관리를 권고하고 있다. 현행법상 관리소홀로 판정할 수 없으나 오염물질발생의 위험을 상술하고 있는 보고서는 현재의 지식과 관리기준을 넘어서는 오염물질의 관리를 위해서는 살얼음판을 걷듯 작업자와 작업환경관리자가 노력해야 함을 이야기하고 있다.

https://www.youtube.com/watch?v=_8HwIHyVD1E
(SK하이닉스반도체 제조공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