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이 G7 국가로는 처음으로 중국 주도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에 참여한다

조지 오즈번 영국 재무장관은 12(현지시간) 성명에서 "AIIB 설립 단계에서 가입하는 것이 영국과 아시아가 함께 투자하고 성장하는데 더 없이 좋은 기회를 만들게 될 것"이라며 "영국이 G7 주요국 중 처음으로 AIIB 멤버가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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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영국 정부는 그간 아시아태평양 지여 국가들과의 정체 경제 합작을 위해 노력해 왔다" 며 "이번 결정은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시장 중국에서 영국 기업이 투자기회를 얻을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줄 것"라고 덧붙였다. 

홍레이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3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영국의 결정을 환영한다" 며 "중국은 개방, 투명, 책임, 공평의 원칙에 따라 AIIB의 관리구조와 운영정책을 설계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가장 가까운 동맹국인 영국이 가입을 확정하자 불쾌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한 때 미국의 애완견이라는 조롱까지 들을 만큼 가깝고, 2차대전 종전 이후 미국과 손을 잡고 세계 금융 질서의 모태가 된 '브레튼우즈 체제'를 출범시키고 국제통화기금(IMF)와 세계은행(IBRD)을 창설한 영국이었기 때문이다. 

또한 미국은 AIIB 설립 등 중국의 움직임을 세계은행 등 워싱턴에 본부를 둔 기존 글로벌 기구들에 대한 도전으로 받아들이고, 다른 우방들에 AIIB에 합류하지 말도록 요구하고 있었다. 때문에 이번 영국의 AIIB 참여 결정에 대해, 한 미 행정부 고위 관리는 파이낸셜 타임스에 "영국이 사실상 미국과 협의 없이 결정했다"며 "영국이 중국의 요구를 계속 수용하는 분위기를 경계하고 있다"고 발끈했다. 

패트릭 벤트렐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도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이 세계은행처럼 환경보호나 거버넌스 관련해 여러 기준을 잘 맞출 수 있을지 우려된다. 영국이 이 기준을 관철할 수 있는 역할을 하길 기대한다"며 불편한 심기를 내비쳤다. 

미 행정부도 공식적으로 AIIB 설립에 반대하지는 않는다고 밝혔지만, 속으로는 중국이 AIIB 결정에 대한 거부권을 갖고 외교정책의 도구로 활용할 것을 우려고 있다. 

영국의 AIIB 참여 결정으로 그동안 AIIB 참여를 거부해 온 호주가 기존 입장에서 선회했다. 조 호키 호주 재무장관은 "그동안 요구해온 AIIB 지배구조 문제가 분명하게 개선됐다" 며 "AIIB에 참여하는 문제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AIIB에는 동남아 27개국이 참가 의사를 표명했으며, 지난 1월에는 서구 국가 중 처음으로 뉴질랜드도 참가의사를 밝혔다. 이렇게 되면 아시아 국가 중에서는 일본과 한국이 남게 되는데, 일본은 AIIB에 가입할 가능성이 없기 때문에 영국과 호주가 가입하면 주요 가입 대상국으로는 거의 한국만 남게 되는 상황이 발생한다. 

영국이 AIIB 참여로 실리를 택하면서, 그동안 미·중 양국 사이에서 입장을 정하지 못한 채 속앓이를 해 오던 우리 정부도 국제 정세의 변화를 정확히 읽어낼 필요가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