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 국가 중 처음으로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의 회원이 된 영국에 이어 프랑스와 독일, 이탈리아 등 유럽의 주요 국가들도 중국 주도의 AIIB에 참여하기로 했다.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는 17일(현지시간) "AIIB의 창립 회원국으로 참여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고 BBC 뉴스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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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타임스도 이날 "잠재적으로 워싱턴 주도의 세계은행의 경쟁자가 될 수 있는 AIIB에 영국에 이어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세 나라가 참여하기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이어 "미국의 아시아태평양 지역 핵심 동맹국이며 AIIB에 참여하지 말라는 압력을 받아온 호주도 다시 한 번 AIIB 참여를 고려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영국에 이은 유럽 3개국의 AIIB 참여는 주요 서방 국가들의 AIIB 참여를 막으려는 오바마 행정부의 시도가 큰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는 표시"라고 전했다.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은 이날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마카이(馬凱) 중국 부총리와 합동 기자회견에서 "독일은 이탈리아, 프랑스와 함께 AIIB가 명성을 얻도록 우리의 오랜 경험을 더하고 싶다"고 밝혔다.
로맹 나달 프랑스 외무부 대변인도 프랑스는 AIIB 창립 회원국으로 참여할 생각이라고 말했으며, 이탈리아도 참여할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는 영국에 이어 프랑스와 독일, 이탈리아 등 유럽의 주요국가들이 AIIB에 참여하기로 했다는 영국 FT의 전날 보도에 대해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프랑스 등 서방 3개국의 결정은 지난주 영국의 참여 발표에 이어 나온 것으로 주요 서방 국가들의 AIIB 참여를 막으려는 미국의 시도에 큰 타격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아시아태평양 지역 핵심 우방으로 AIIB에 참여하지 말라는 미국의 압력을 받아오던 호주 또한 태도를 바꿔 참여 문제를 재검토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중국은 지난해 11월 AIIB 참가 의사를 밝힌 인도 등 21개국이 모인 가운데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자본금 500억 달러 규모의 AIIB 설립을 공식 선언했다.
지난해 시진핑(習近平) 중국 주석 주도로 공식 발족한 AIIB는 중국이 금융과 경제에 있어서 자국의 국제적 영향력 확대를 위해 추진 중인 새로운 경제기구로, 중국과 미국 사이의 파워 게임에 있어서 중심이 되고 있다.
앞으로 수십 년 동안 아시아에서 누가 경제와 무역 질서를 규정할 것인가를 두고 미국과 중국의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AIIB는 중요한 현안으로 떠올랐다.
이런 가운데 미국은 서방 국가들이 AIIB에 참여하지 않도록 압박했지만, 유럽 주요국의 AIIB 참여를 선언했다. 이는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에 상당한 타격이 아닐 수 없으며, 중국이 미국만큼 강력한 힘을 가진 국가로 부상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오바마 행정부는 지난주 영국의 AIIB 참여 사실이 발표되자 "중국에 대한 영국의 지속적 순응의 일부"라는 반응을 보였다. 영국은 지난해 홍콩의 민주화 시위를 다루는 중국의 대처에 대한 비판도 비교적 자제해왔다.
그러나 영국은 미국 백악관의 이같은 비판에 대해 "그들에게 AIIB는 다 익지 않은 신 포도와 같다. AIIB에 참여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아도 의회의 승인을 받지 못해 하지 못할 것"이라고 맞받아쳤다.
중국의 최대 투자대상국이 되기를 바라는 영국은 다른 G7(주요 7개국)에 앞서 중국 주도의 새 국제은행에 참여함으로써 선수(先手)에 따른 이득을 취하려 했다고 FT는 분석했다.
한국 언론들은 한국이 AIIB에 참여하지 않기로 한 종전 결정을 재고할 것이라고 보도했으며, 중국의 영향력 증대를 가장 걱정하는 미국의 동맹국 중 하나인 일본은 참여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FT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