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어떤 기억들을 잊어버리는 이유가 다른 것을 회상하려고 하는 행위 때문이라는 연구 결과가 최근 네이처 신경과학저널에 소개되었다.

영국 케임브리지대학과 버밍엄대학의 합동 연구진의 연구 내용에 따르면 우리의 뇌가 어떤 한 가지 일을 의도적으로 회상하려고 할 때, 이미 저장되어 있는 다른 기억을 잊어버리는데, 이것은 일종의 ‘망각의 적응’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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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진은 MRI로 실험 참가자 24명을 대상으로 최근의 일을 회상하려는 순간을 촬영했다. 특정 기억을 상기할 때, 이미 저장되어 있던 기억과 ‘경쟁’을 벌이게 되고, 결국 이미 저장되어 있는 과거의 기억들을 약화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를 이끈 케임브리지대학의 마이클 앤더슨 박사는 “이번 연구를 통해 사람들이 기억하려는 행위가 결국 망각을 야기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뿐만 아니라 인간의 선택적 기억과 자기기만(스스로를 속이는 행위) 역시 이러한 특성과 연관이 있다는 것을 밝혀냈다.”고 설명했다.

또, “망각은 주로 부정적인 것으로 인식되지만 과거의 어려움을 극복하려 노력할 때에는 긍정적인 측면으로 작용하기도 한다”며 “많은 사람들은 기억을 불러들이는 회상 행위가 도리어 또 다른 기억을 잊게 한다는 사실에 놀라워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가 과거의 트라우마에 갇혀 사는 사람들의 치료나 법정에서 중요한 증인의 진술에도 도움이 될것이라 보고 있다.

버밍엄대학교의 윔버 박사는 “예를 들어 어떤 사건을 목격한 목격자가 당시 상황을 회상해야 할때, 같은 질문을 지속적으로 반복해서 강제로 회상하게 한다면 오히려 기억이 사라질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