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시장이 하락세를 보이는 가운데, 급등한 주택 자산 가치는 더욱 중요해졌다. 그러나 이는 동시에 재산세 인상과 대출 장벽 확대라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8일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미국인들은 현재 아이러니한 상황에 직면해 있다. 전체적으로 35조 달러의 주택 자산을 보유하고 있지만, 이로 인해 오히려 경제적으로 더 쪼들리는 듯한 느낌을 받는 이들도 많다.
2021년, 니콜 플로레스와 로코 새비지는 플로리다 마이애미 쇼어스에 위치한 1,800제곱피트(약 50평) 규모의 주택을 87만 5,000달러에 구입했다. 부동산 시장이 상승하고, 수영장과 파고라를 추가한 후 현재 해당 주택의 가치는 약 135만 달러로 추산된다.
이들의 주택 순자산(Home Equity)은 약 52만 5,000달러 증가했지만, 그에 따른 놀라운 변화도 있었다. 여러 차례의 재산세 재평가로 인해 이들의 연간 재산세는 50% 이상 상승하여 현재 약 2만 1,000달러에 이르고 있다.
이들은 여전히 생활비를 감당할 수 있어 "행복한 문제"라며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지만, 재산세 부담으로 인해 소비를 줄이게 됐다고 말했다. 새비지는 "만약 재산세가 계속 오르면 집을 다 갚아도 결국은 계속해서 '임대료'를 내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느낄 것 같다"고 말했다.
2020년 초 이후 주택 순자산은 약 80% 상승했다. 이는 연준 자료에 따르면 2024년 말 기준으로 주식·채권 등 금융 자산 증가율의 약 두 배에 해당한다.
하지만 주택 가치 상승은 종종 세금과 비용 증가로 이어진다. 주택 자산이 많으면 자녀의 대학 학자금 지원에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다. 게다가 이 자산을 현금화하는 것도 쉽지 않다. 높은 금리와 집값으로 인해 주택 매매가 어려워졌으며, 높은 양도소득세를 우려한 이들은 집을 팔지 않기로 결정하기도 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시장 변동성을 야기하고 인플레이션 및 경기침체 우려를 키우는 가운데, 일부 주택 소유자들은 자산 활용을 고민하고 있다. 하지만 높은 금리와 대출 조건 강화로 인해 자산을 현금화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편 일부 지역에서는 집값이 하락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이는 재산세 인하로 이어질 수 있지만, 동시에 주택 자산 가치가 하락할 위험도 존재한다.
미국에서 집을 소유하는 것은 오랜 세월 '부의 사다리'로 여겨져 왔다. 그러나 지금은 많은 사람들이 기대했던 만큼의 재정적 보상을 경험하지 못하고 있다.
부동산 컨설팅 회사 CJ 패트릭(CJ Patrick Co.)의 최고경영자 릭 샤르가는 "많은 주택 소유자들이 의외로 여전히 경제적으로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주택을 살 여력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이런 '자산 문제'가 부러운 일일 수 있다. 하지만 집을 소유한 사람들에게는 실제로 그로 인한 재정 압박이 존재한다.
플로리다 데이토나비치 인근에서 바다 전망이 있는 2베드룸 콘도를 소유하고 있는 68세의 뮤지션 래리 맥켄지는 집값 상승으로 약 50만 달러의 순자산을 보유하게 됐다.
하지만 보험료와 HOA(주택 소유자 협회) 회비도 증가했다. 그는 여행 시에는 40피트짜리 모터홈에서 지내거나 플로리다 키스에 정박해 둔 보트에서 생활한다. 콘도는 성수기에는 월 6,000달러에 임대를 주며 비용을 충당하고 있다.
그는 주택 담보 신용대출(HELOC)을 받기 위해 신용조합과 은행에 신청했지만, 두 곳 모두 "임대용 부동산에는 대출을 제공하지 않는다"며 거절했다. 그의 신용 점수는 833점이었다. "50만 달러 자산이 있는데도 대출을 받을 수 없다니 믿기지 않는다"고 그는 말했다.
'종이 자산'에 불과한 주택 자산
주택 순자산은 집의 시가에서 남은 주택 담보 대출 잔액을 뺀 금액이다. 실제로 현금화되기 전까지는 그저 숫자에 불과하다. 하지만 Zillow의 Zestimate 등과 같은 온라인 평가 도구 덕분에 대략적인 집값 추정은 일상적인 관심사가 되었다.
ICE 모기지 테크놀로지에 따르면, 2025년 초 기준으로 모기지를 보유한 평균 미국 가정의 주택 순자산은 약 31만 3,000달러다.
2020년 2월부터 올해 2월까지 집값은 평균 47% 상승했다. 하지만 순자산은 더 큰 폭으로 증가했는데, 이는 대출로 지렛대를 활용했기 때문이다. 대출 이자보다 집값 상승률이 높을 경우, 그 차익은 모두 주택 소유자의 몫이 된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에는 반대 상황이었다. 많은 이들이 집값보다 더 많은 대출금을 지고 있었고, 그 결과 마이너스 자산 상태가 되면서 경제 전반에 큰 타격을 입혔다. 이 경험 이후 대출 기준이 강화됐다.
최근에는 많은 가정이 주택 자산을 현금화하지 않고 있다. ICE에 따르면, 작년 4분기 소비자들은 사용 가능한 주택 자산의 단 0.41%만을 인출했다. 이는 팬데믹 이전 10년간 평균인 0.92%에 크게 못 미친다.
팬데믹 당시 연준이 금리를 대폭 인하하면서, 많은 주택 소유자들이 낮은 금리로 재융자를 진행했고, 일부는 추가 대출을 통해 리노베이션이나 학비 등에 사용했다. 하지만 현재는 금리가 약 7%에 달하면서 대부분의 대출자는 낮은 금리를 유지하기 위해 기존 대출을 유지하고 있다.
주택 담보 대출 외에도 주택 자산을 담보로 하는 신용대출 상품은 금리가 더 높다. 주택 담보 신용대출의 총액도 지난 20년 평균 대비 25% 낮은 수준이다.
집을 팔아 자산을 실현하려는 움직임도 거의 없다. 작년 주택 매매 건수는 1995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고정된 자산, 움직이지 않는 소비
경기 지표는 양호하지만, 집값 상승과 고금리로 주택 시장은 침체되고 있다. 이로 인해 가계 소비도 위축되고 있다. 특히 주식 시장 변동성은 부유층의 소비 여력에도 영향을 주고 있으며, 이는 전체 경제 성장에 제약 요인이 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인플레이션도 여전히 연준의 목표치를 웃돌고 있다. 보육비, 외식비 등 생활비 부담이 늘어나는 가운데, 주택 소유 비용도 함께 오르고 있다.
세금 부담도 증가
부동산 보유와 함께 늘어난 세금도 주요 부담 요인이다.
부동산 정보 업체 애텀(Attom)에 따르면, 미국 단독주택의 평균 재산세는 2019년 3,561달러에서 2023년에는 4,062달러로 약 14% 증가했다. 오하이오주 애크런에서는 2021년 이후 재산세가 106% 넘게 올랐으며, 앨라배마 몽고메리와 펜실베이니아 피츠버그도 각각 52.7%, 66% 상승했다.
재산세는 일반적으로 세율과 과세 평가액으로 나뉘며, 두 요소 모두 최근 몇 년간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또한 집을 팔 경우 양도소득세 부담도 있다. 현행 세법상 1인당 25만 달러, 부부 기준 50만 달러까지의 양도차익은 면세되지만, 이 기준은 인플레이션에 따라 조정되지 않는다.
2023년에는 전체 주택 거래 중 약 8%가 이 한도를 초과하는 수익을 냈는데, 이는 2019년의 두 배에 달하는 수치다.
캘리포니아 센추리시티에 거주하는 형사 전문 변호사 데이나 콜(70)은 1986년 23만 5,000달러에 구입한 콘도의 가치가 현재 약 120만 달러에 달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매각 시 연방세와 주세를 포함해 약 30만 달러의 세금을 내야 할 것으로 예상되어 매각을 망설이고 있다. 그의 딸이 현재 해당 콘도에 거주 중이며, 그는 상속 형태로 자산을 넘기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
대학 학자금에도 영향
현금화되지 않은 주택 자산은 대학 학자금 지원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콜비대학교, 뉴욕대학교, 에모리대학교 등 일부 사립 대학들은 CSS 프로파일이라는 별도의 신청서를 통해 주택 자산을 포함한 가족 자산을 평가한다. 주택 자산이 많을수록 학자금 지원이 줄어들 수 있는 구조다.
브라이트 호라이즌스 칼리지 코치의 수석 이사 섀넌 바스콘셀로스는 "CSS를 사용하는 학교들은 일반적으로 주택 자산의 5% 정도를 자산으로 간주해, 예를 들어 10만 달러의 주택 자산이 있을 경우 약 5,000달러의 학자금 지원이 줄어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연방 정부의 FAFSA는 본인이 거주하는 주택은 자산으로 간주하지 않지만, 임대용이나 별장 등은 자산으로 포함시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