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C소송을 취하하는 대가로 300달러를 요구했지만, 저커버그는 훨씬 적은 금액을 제안하며 트럼프의 지원을 기대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5일 단독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마크 저커버그는 연방거래위원회(FTC) 위원장에게 전화를 걸어 오랜 반독점 소송을 해결하자고 제안했다. 메타는 합의금으로 4억 5천만 달러를 지불하겠다고 했지만, 이는 FTC가 요구한 300억 달러에 훨씬 못 미치는 금액이었다. 또한 정부가 문제 삼은 인스타그램과 왓츠앱 인수 금액에 비해도 턱없이 적었다.

통화에서 저커버그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FTC를 상대로 자신을 지지해 줄 것이라고 확신에 찬 태도를 보였다고, 상황에 정통한 관계자들은 전했다. 저커버그는 최근 트럼프와의 관계를 강화해 왔으며, 그의 회사는 트럼프의 취임식에 100만 달러를 기부했고, 트럼프가 제기한 소송에 대해 2,500만 달러를 지불해 합의하기도 했다. 그는 최근 몇 주 동안 트럼프에게 독점 소송 개입을 요청해 왔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

FTC 위원장 앤드류 퍼거슨은 저커버그의 제안을 신뢰할 수 없다고 보고, 180억 달러와 함께 동의명령(consent decree)을 요구하며 합의를 거부했다. 재판이 다가오자 메타는 합의금을 약 10억 달러로 인상했고, 저커버그는 재판을 막기 위해 필사적인 로비 활동을 벌였다.

그러나 이 모든 노력은 실패로 돌아갔다. 결국 이번 주 월요일(현지시간), 재판이 시작되었고 FTC는 저커버그를 증인으로 소환했다. 저커버그는 사적으로 증언을 꺼려 했지만, 4시간 동안 증언대에 섰다.

화요일, 그는 다시 증언대에 섰고, FTC 측 변호사는 메타가 경쟁자를 "무력화"하기 위해 인스타그램을 10억 달러에 인수한 것이 맞느냐고 물었다. 이에 대해 저커버그는 "그랬을 수도 있다. 10억 달러는 매우 비싼 금액"이라며, 페이스북 자체의 카메라 앱이 더 빨리 성장했다면 좋았겠느냐는 질문엔 "그랬으면 좋았을 것 같다"고 답했다.

전 FTC 위원장 리나 칸은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메타의 4억 5천만 달러 제안은 "망상에 가깝다"고 말했다.

"마크는 경쟁 대신 돈으로 해결하려 했다. 법 집행도 돈으로 덮으려는 게 놀랍지 않다. 그의 해결책은, 그의 시장 전략과 마찬가지로 불법적인 독점을 계속 유지하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메타 대변인 다니 레버는 "FTC가 틱톡과 경쟁하지 않는다는 터무니없는 주장을 증명해야 하는 재판을 벌이는 건 납득하기 어렵다"며 "우리는 재판에서 승리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밝혔다.

FTC는 2020년 12월, 트럼프 1기 행정부 말기에 메타(당시 페이스북)를 상대로 처음 소송을 제기했다. 소규모 스타트업을 인수하고 경쟁을 차단하는 전략으로 시장을 독점했다는 것이 주요 혐의였다. 이 소송은 2021년 판사에 의해 기각되었지만, 이후 칸 위원장이 이끄는 FTC는 보다 구체적인 내용으로 다시 소송을 제기했다.

이번 재판에서 FTC는 페이스북이 경쟁의 위협을 없애기 위해 의도적으로 인스타그램과 왓츠앱을 인수했다고 주장한다. 이에 메타는 유튜브, X(구 트위터) 등과도 경쟁하고 있으며, 당시 인수는 FTC가 이미 승인했던 건이라는 입장이다.

양측은 재판을 앞두고 점차 입장을 좁혀왔다. 메타는 처음엔 정책 변경 수준의 제안을 했고, FTC는 300억 달러의 합의금을 요구했다. 이는 FTC가 기업에 부과한 벌금 중 역대 최대가 될 금액이다. 참고로 FTC는 2019년, 프라이버시 위반 건으로 메타에 50억 달러의 벌금을 부과한 바 있다.

메타의 입장을 아는 관계자에 따르면, 회사는 FTC의 소송이 허약하다고 판단해 낮은 금액의 제안을 했다고 전했다.

최근 몇 달간 저커버그와 그의 고위 보좌진은 트럼프 전 대통령, 백악관 비서실장 수지 와일즈, 그 외 주요 관리들과 반복적으로 만났다. 저커버그는 올 한 해만 백악관을 세 차례 방문했고, 회사의 글로벌 대외 관계 책임자 조엘 캐플런, 미국 공공 정책 책임자 케빈 마틴, 외부 정치 고문 브라이언 베이커 등도 로비 활동에 참여했다.

트럼프는 일시적으로 합의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고, 실무진에게 협상안 작성을 지시하거나 구체적인 방안을 물어보기도 했다고 한다.

하지만 반대 의견도 있었다. 4월 8일, FTC 신임 위원장 퍼거슨은 트럼프 대통령과 백악관에서 만나 소송에 대해 논의했다. 이 회의에는 법무부 반독점국장 게일 슬레이터, 트럼프의 반독점 고문 마이크 데이비스, 수지 와일즈, 퍼거슨 위원장의 비서실장 등이 동석했다.

이들은 트럼프에게 메타의 편을 들지 말고 재판을 진행하게 해달라고 요청했고, 결국 트럼프는 그 요청을 받아들였다.

트럼프와의 관계 회복을 위해 수천만 달러를 투자해 온 저커버그에게 있어, 이번 합의 실패는 "투자 대비 효과 없음"을 상징한다. 트럼프 주변 인사 중 일부는 저커버그의 'MAGA 전환'이 진정성이 없다고 경고해 왔다.

2021년 가을, 저커버그와 그의 아내는 공화당 전략가 베이커를 고용해 트럼프 측에 2020년 선거 인프라 지원금 4억 달러가 정치적으로 이용되지 않았다는 점을 설명하려 했다. 보수 진영에서는 이 기금이 민주당 지지를 위한 수단이었다고 주장했지만, 저커버그와 선거 관계자들은 이를 부인했다.

트럼프 암살 미수 사건 이후, 저커버그는 트럼프의 대응을 "배짱 있는 행동"이라며 공개적으로 칭찬했고, 전화 통화도 나눴다. 그는 대선 이후 마러라고를 두 차례 방문했으며, 트럼프와 저녁 식사를 함께했고, 1월 취임식에도 참석했다. 이때 메타는 트럼프의 취임 기금에 100만 달러를 기부했고, 트럼프가 과거에 제기했던 계정 정지 관련 소송도 2,500만 달러에 합의했다. 또, 메타는 보수 진영이 오랫동안 요구해 온 콘텐츠 검열 완화 조치도 단행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화당 MAGA 진영은 메타와 저커버그를 비난하고 있으며, 그를 트럼프의 2020년 대선 패배의 원인으로 지목해 왔다.

재판이 시작된 날 아침, 퍼거슨 위원장은 폭스 비즈니스 인터뷰에서 메타의 시장 독점을 비판하며 이렇게 말했다:

"인스타그램과 왓츠앱 인수는 메타에 엄청난 권력을 안겨줬습니다. 그 권력은 2020년에 우리가 직접 목격했죠. 이 재판은 그 권력을 바로잡고, 다시는 2020년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려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