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에 유럽 주요국들을 유치하기 위해 AIIB 내 의사결정에서 스스로 '거부권'을 포기할 것을 제안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AIIB 가입 협상에 참여한 유럽 및 중국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23일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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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거부권 포기 제안은 어느 한 나라가 AIIB 내 의사결정을 독점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뜻이며, 이는 미국만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구조인 IMF와 대비된다고 WSJ는 분석했다.

IMF는 주요 결정에 지분 85%의 찬성이 필요한 데 미국의 지분은 17.69%여서 회원국 중 유일하게 자국만의 힘으로 안건을 부결시킬 수 있다.

이번 중국의 AIIB 거부권 포기는 중국이 AIIB에 막대한 자본을 투입하는 것이 대주주로서 영향력을 휘두르려는 것이란 세간의 분석과는 차이가 있는 결정이어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WSJ에 따르면, 중국 측은 몇몇 유럽 국가에 지난 몇 주간 거부권 포기 의사를 타진했으며, 이는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등의 가입 결정에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미국의 동맹국인 이들 국가에 AIIB가 국제적인 운영 규범을 추구할 것이며 이들 국가의 회사가 AIIB의 인프라 건설 프로젝트에 참여할 기회를 주겠다고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AIIB의 지배구조 설계 등에 전 세계은행(WB) 소속 변호사 등 세계은행 퇴직자들을 적극 영입해 서방 국가들이 제기하는 투명성 및 신뢰성에 대한 우려를 잠재우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데이비드 달러 브루킹스 연구소 연구원은 "이는 다른 주요 경제국을 끌어들이기 위한 현명한 행동"이라고 평가했다.

이러한 중국의 모습에 대해 시진핑의 중국이 갈수록 이전의 중국과는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동아시아, 중동, 아프리카의 저개발국의 인프라를 닦아주는데서 시작하는 일대일로(一帶一路) 프로젝트도 마찬가지다. 중국은 세계로부터의 인정과 호응을 통해 국격을 높이려는 진짜 강대국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평가다.

그러나 협상 관계자들은 중국이 거부권이 없더라고 어떤 식으로든 AIIB의 주요 의사 결정에서 우위를 점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논의되는 AIIB의 지분 분배 방안 중 하나는 아시아 회원국 약 27개가 총 지분(투표권)의 75%를 국내총생산(GDP)에 비례해 나눠 갖고 나머지 25%는 아시아 외 회원국이 갖는 식으로 이 경우 중국이 가장 많은 투표권을 갖게 된다.

또 현재 중국은 IMF, 세계은행처럼 회원국에서 파견한 이사들이 이사회를 구성해 경영을 감독하는 방식을 거부하고 있으며, 대신 중국 정부 관리들을 요직에 앉히고 싶어한다고 한 협상 관계자는 밝혔다.

AIIB의 지배구조에 대한 논의는 여전히 진행 중이지만 이러한 점들이 AIIB가 궁극적으로는 중국 외교정책의 도구가 될 것이라는 우려를 부추길 것으로 보인다고 WSJ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