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인신매매의 희생을 당한 이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인신매매는 대부분 사적인 범죄집단 등에 의해 이루어지는 반면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군국주의 일본 정부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자행된 점이라는 면에서 차이가 있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본질을 물타기 의혹으로도 읽힌다.
다음 달 29일 일본 총리로는 사상 처음으로 미국 상·하원에서 합동연설을 할 예정인 아베 총리는 27일(현지시간)자로 발간된 워싱턴 포스트(WP)와의 인터뷰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인신매매(human trafficking)의 희생을 당하고 측량할 수 없는 고통과 형언할 수 없는 아픔을 겪은 이들을 생각할 때 가슴이 아프다"라고 밝혔다.
아베 총리가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인신매매'라는 표현을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WP는 아베의 한 측근을 인용해 보도했다.
아베 총리는 또 "아베 내각은 1995년 2차대전 종전 50주년 때의 무라야마(村山) 담화와 2005년 종전 60주년 때의 고이즈미(小泉) 담화 등 전임 내각의 역사인식을 전체로서 계승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어 "아베 내각은 1993년 일본 정부 차원에서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사과와 반성의 뜻을 표한 고노(河野)담화를 재검증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을 분명히 해왔다"고 덧붙였다.
그는 "정치인들은 역사 앞에 겸손해야 한다"며 "역사가 논쟁이 될 때 그것은 역사학자와 전문가들의 손에 맡겨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아베 총리의 이번 인터뷰 내용은 과거사 문제를 부정하는 했던 이전보다는 한 단계 진전된 것이지만 위안부를 "인신매매의 희생자"라고 표현한 것은 20세기 최악의 인권유린이자 국제사회가 '성노예'(Sex Slavery) 사건으로 규정한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본질을 흐리기 위한 고도의 계산된 물타기 발언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워싱턴DC의 외교소식통들은 "인신매매라는 것은 지나치게 광범위한 개념이며 아베 총리는 매매의 주체와 객체, 목적이 무엇인지를 언급하지 않고 있다"며 "그러나 일본군 위안부 사건은 일제의 조직적 후원 아래 자행된 매우 구체적인 '성노예' 사건이라는 점에서 아베 총리의 이 같은 표현은 전혀 만족스럽지 못하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 같은 표현은 사안을 정확히 인식하지 못하는 미국 내 여론주도층을 상대로 위안부 문제의 본질을 호도시키려는 게 아닌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