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에미리트(UAE) 정부가 예멘 공습에 불참하겠다는 뜻을 밝힌 파키스탄을 강하게 비판하면서 반(反)이란 수니파 동맹에 약간의 균열이 발생하고 있다.

지난달 26일 사우디아라비아가 주도한 수니파 동맹군의 예멘 시아파 반군 공습 이후 내부에서 불협화음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파키스탄은 예맨 공습 참여와 관련해 중립을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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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키스탄은 이란의 풍부한 원유와 천연가스를 가스관을 통해 값싸고 안정적으로 수입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어 예멘 시아파를 배후에서 지원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 시아파의 중심 국가인 이란과의 관계를 감안해 예멘 공습 참여에 대해 중립을 선언한 것으로 보인다.

안와르 무함마드 가르가쉬 UAE 외교담당 국무장관은 10일(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아라비안 걸프는 (예멘 사태로) 위험한 대치에 직면했다"며 "파키스탄은 걸프지역 6개 국가와 전략적 우호관계에 대한 의견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런 심각한 문제(예멘 사태)에 모순적이고 모호하게 대응한 것은 큰 대가를 치를 것"이라며 "이는 '굼뜬 중립' 밖에 안된다"고 파키스탄을 강하게 비판했다.
 
가르가쉬 장관의 이 같은 강경한 발언은 파키스탄 의회가 이날 열린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만장일치로 "파키스탄 정부가 예멘 분쟁에서 중립을 유지하기 바란다"는 결의안을 채택한 뒤 나왔다.

아흐메드 아시리 사우디군 대변인도 10일 "파키스탄의 불참으로 동맹군 작전이 영향받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파키스탄이 참여하면 동맹을 더 굳건하게 할 것"이라고 파키스탄 정부를 압박했다.

사우디 등 수니파 아랍국은 예멘에서 쿠데타를 일으킨 시아파 반군의 배후를 이란으로 보고, 걸프지역에까지 이란 영향력이 확대하는 상황을 막고자 수니파 연대를 결성해 전격적으로 공습을 단행했다.

파키스탄도 초기에는 예멘 공습에 동조했으나 이란과 밀착하면서 발을 빼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파키스탄은 수니파 국가로 분류되지만 서쪽으로 이란과 1,000㎞ 가까이 국경을 맞대고 있어 국경지대를 중심으로 해 전 국민의 20% 정도는 친이란 시아파이며 또 이란과 안보·경제적으로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특히 자원이 부족한 파키스탄은 이란의 풍부한 원유(세계 4위 매장량)와 천연가스(세계 2위 매장량)를 가스관을 통해 값싸고 안정적으로 수입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중이기도 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8일 중국이 이달 예정된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파키스탄 방문 때 이란산 천연가스를 파키스탄으로 운반하는 가스관을 건설하는 '평화 가스관 프로젝트'에 서명할 것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중국이 파키스탄의 에너지난을 해소하기 위해 이란산 가스를 수입하는 주요 시설에 자금을 댄다는 것이다.

중국은 현재 이란의 최대 수출국으로, 서방의 대이란 경제·금융제재 압박을 무릅쓰고 전통적으로 이란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