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 수도 트리폴리에 있는 한국 대사관이 12일(이하 현지시간) 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IS(이슬람국가) 리비아 지부 소속으로 보이는 무장 괴한의 총기 테러 공격을 받아 대사관 경비원 등 3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공격 이유와 배경은 아직 불명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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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리폴리 한국 대사관에서 근무하던 외교관 2명과 행정원 1명 등 우리 국민의 피해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IS가 중동 지역에서 한국 공관을 테러 목표물로 직접 겨냥한 첫 사례다. 이는 한국도 IS 테러의 예외가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다.
하지만 공격 목표가 한국 정부를 대신하는 한국대사관과 외교관이었는지지, 경비를 서던 리비아 내무부 소속 경찰관들인지 명확하지 않은 상황이다.
외교부와 현지 언론 등에 따르면, 이날 새벽 1시 20분께 차를 타고 지나가던 무장 단체가 트리폴리 아부나와스 지역에 있는 한국 대사관 앞에서 기관총 40여발을 난사, 대사관 경비초소에서 근무 중이던 리비아 내무부 소속 외교단 경찰관 3명이 총탄에 맞았다.
이 단체는 사건 직후 곧바로 도주했고, 총소리를 듣고 달려온 인근 주민들이 총격을 받은 경찰관들을 병원으로 옮겼으나 2명은 숨지고 1명은 중태다.
리비아 내무부 소속 외교·치안 책임자인 마브루크 아부 자히르는 "범인들이 번호판 없는 차를 몰고 와 공격을 감행한 뒤 달아났다"며 "대사관 경비원들을 목표로 삼았다"고 리비아 LANA통신에 말했다.
외교부 관계자는 "가해 차량이 대사관을 겨냥했는지, 리비아 경찰관을 겨냥했는지 현재로서는 의도를 알 수 없으나 대사관 외벽을 제외하면 피해가 없다"고 전했다.
총격을 가한 무장 단체는 트리폴리에서 활동하는 IS 리비아 지부다.
사건 발생 2시간 후 IS 리비아 트리폴리 지부를 자처하는 단체가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를 통해 아랍어로 "IS군은 한국대사관 경비 2명을 제거했다"고 발표했다.
이 단체는 자신의 조직명을 '준드 알킬라파'(칼리프의 전사)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단체는 한국대사관을 목표물로 정한 구체적인 이유는 언급하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이들의 최종 공격 목표가 한국대사관이었는 지는 확실하지 않는 상황이다.
IS 리비아 지부는 지난해 11월 이집트와 아랍에미리트(UAE) 대사관, 올 2월 말에는 이란 대사관을 공격하기도 해 IS의 트리폴리에 있는 외국 공관에 대한 공격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러나 이들 대사관의 공격 방식과 이번 한국대사관은 달랐다.
이집트와 UAE, 이란 대사관은 차량폭탄 공격 또는 급조폭발물(IED)을 공관 옆에 심어 폭발시키는 등 건물 자체를 붕괴시켜 대형 인명피해를 노렸다.
반면 한국대사관 공격은 무장괴한이 차를 타고 가면서 40여발 총을 발사했는데, 건물보다 사람을 겨냥해 조준 사격한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총격 시점이 새벽 1시 20분께라는 점을 감안할 때 한국 외교관을 겨냥했을 공산은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이들이 한국대사관의 외교관을 노렸는지 트리폴리를 장악한 반군의 내무부 소속으로 대사관 경비를 담당하던 경찰관들을 표적으로 삼았는지 명확하지 않지만 후자에 무게가 실린다.
또 IS가 다른 대사관을 공격한 후 자신들의 범행이라고 주장하며 올린 트위터의 글과 한국대사관의 경우도 약간 차이를 보이고 있다.
IS는 UAE, 이란 대사관을 폭탄테러 한 뒤 트위터에 "칼리파(IS가 자신들의 지도자를 일컫는 호칭)의 전사가 대사관을 공격했다"고 해 공격 목표가 한 국가를 대표하는 대사관임을 명시했지만 이번엔 "칼리파의 병사가 한국대사관의 경비대원 2명을 제거했다"라고 밝혔다.
이러한 부분들이 이들의 공격 목표가 한국 정부를 대신하는 대사관인지, 경비를 서던 경찰관들인지 명확하지 않게 하고 있다.
한편, 이날 한국대사관을 공격한 IS 리비아 지부는 반정부 이슬람 원리주의를 표방하는 무장조직 몇 곳이 세력을 규합, 지난해 10월 5일 IS의 지도자 아부 바크르 알바그다디에 충성을 맹세하고 동부 데르나 시내를 행진하면서 '공식화'됐다.
IS는 리비아 지부를 동부와 남부, 서부 등 3개 '지방'(윌라야트)으로 나눴다고 주장한다.
데르나를 중심으로 한 동부의 윌라야트 바르카(키레나이카의 아랍어표기), 남부 사막지대의 윌라야트 페잔, 트리폴리가 위치한 서부의 윌라야트 트리폴리타니아(타라불루스) 등이다.
초기엔 윌라야트 바르카가 두드러졌지만 최근 윌라야트 트리폴리타니아가 눈에 띄는 활동을 벌이는 추세다.
한국대사관을 공격했다고 주장한 트위터 글에 '타라불루스'라는 해시태그가 함께 적힌 것으로 미뤄 한국대사관을 테러한 곳도 윌라야트 트리폴리타니아로 추정된다.
한국대사관 측은 이번 사건 직후 철저한 수사와 함께 경비인력 증원을 요청, 이날부터 외교단 경찰 소속 특수경호대원들이 파견돼 주변 순찰을 강화했다.
외교부는 우리 공관원의 완전 철수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리비아에서는 '아랍의 봄'으로 2011년 무아마르 카다피 독재 정권이 붕괴된 후 트리폴리와 벵가지 등 주요 도시를 중심으로 이슬람계와 비이슬람계 민병대가 주도권을 잡기 위한 유혈 사태가 끊이지 않고 있다.
또 지난해 이슬람계 민병대가 수도 트리폴리를 장악한 이후 국제적으로 인정을 받는 리비아 정부는 동부 도시 토브루크로 피신, 정국 혼란도 지속하고 있다.
이로 인해 한국 정부는 작년 7월 현지 주재 공관원 일부를 인근 국가인 튀니지로 임시 철수시켜 트리폴리에 있는 공관원과 2주 간격으로 교대 근무해 왔다.
정부는 현재 트리폴리에 남아 있는 공관원들도 모두 임시로 철수시켜 공관을 일시적으로 재배치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한국 정부의 리비아 주재 한국 교민 보호에도 불똥이 튈 전망이다.
트리폴리와 제2의 도시 벵가지 등에는 한국 교민 40여명이 머물고 있다. 이들 대부분은 생계와 직장 등으로 리비아를 떠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외교부 관계자는 "작년 8월 철수를 희망하는 우리 국민을 문무대왕함을 통해 리비아에서 내보낸 이후 약 8개월간 한국 대사관을 겨냥한 특별한 위해는 없었다"며 "리비아에 남은 교민 보호를 위해 대사관 직원 일부가 잔류해 있었다"고 말했다.
리비아는 전국 각지의 무장단체 간 교전이 지속하면서 현재 한국의 여권사용제한국(여행금지국)으로 지정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