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오롱과 미국 듀폰이 고강도 첨단 섬유소재 '아라미드(Aramid)'를 둘러싸고 지난 6년여간 벌여온 소송전이 코오롱측의 배상급 지급과 함께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29일 블룸버그통신은 코오롱이 미국에서 진행 중인 듀폰과의 영업비밀 침해사건 재판에서 유죄를 인정하고 총액 3억 6,000만 달러(약 3,845억 원)의 배상금과 벌금을 지급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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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오롱이 지급할 돈은 듀폰 측에 대한 배상금 2억 7,500만 달러(약 2,860억 원)와 검찰에 낼 벌금 8,500만 달러(약 910억 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을 맡은 미국 버지니아주 알렉산드리아 연방지방법원은 30일 공판을 열어 코오롱 측의 제안을 받아들일지 결정할 예정이다.

코오롱측에서는 이와 관련 "듀폰 측과 현재 진행 중인 소송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확인해줄 수 없다"고 밝혔다.

듀폰은 지난 2009년 미국 버지니아주법원에 '아라미드 섬유의 제조에 관한 영업 비밀 149건을 침해당했다'며 코오롱의 핵심 계열사 코오롱인더스트리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자사에서 해고당한 엔지니어가 코오롱 측 컨설턴트로 활동하면서 방탄·방한복 등에 쓰이는 자사의 고강도 섬유 아라미드 브랜드 '케블라' 제조 기술과 영업 비밀 등을 코오롱 측이 빼돌려 자사의 영업비밀을 불법 취득했다며 고소한 것. 아울러 20년간 아라미드 생산과 판매 금지를 요구했다.

해당 엔지니어 마이클 미첼은 듀폰 버지니아주 리치먼드 소재 공장에서 25년간 일한 베테랑 직원으로, 퇴사하기 직전 2년간 케블라 섬유 판매와 마케팅에 관한 업무를 담당했다.

그러나 듀폰 측의 주장에 대해 코오롱 측은 "아라미드 섬유는 카이스트 윤한식 박사와 함께 코오롱이 1979년부터 독자 개발한 기술"이라며 "듀폰 측 영업비밀은 이미 유효기간이 만료됐거나 공개된 특허"라며 반발했다.

또 듀폰이 미국 시장 진출을 방해하고 있다며 독점금지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그러나 미첼은 듀폰과 코오롱 간 소송전과 관련해 미국 FBI 수사망이 좁혀오자 부담을 느끼고 지난 2010년 4월 자수해 실형을 선고받았다.

또 미국 연방법원 대배심은 2012년 코오롱이 듀폰의 아라미드 관련 영업비밀을 침해했다며 기소해 본격적으로 재판이 시작됐다.

1심 재판부는 2011년 판결에서 코오롱 측의 영업비밀 침해를 인정하면서 듀폰에 무려 9억 1,990만 달러를 배상하고 관련된 제품의 생산과 판매를 금지한다고 판시하며 듀폰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자 코오롱은 1심 판결 직후 항소했고, 항소심 재판부는 지난해 4월 "코오롱에 유리한 증거가 배제됐다"며 1심 판결을 뒤집고 재심을 명령했다. 1심에서 코오롱 측의 주장과 증거가 제대로 검토되지 않은 채 판결이 내려져 재심이 필요하다는 것.

섬유업계에서는 코오롱이 장기간에 걸친 듀폰과의 소송을 마무리하면 고부가 첨단섬유 시장에서 상당한 규모의 실익을 취할 것으로 보고 있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연간 영업이익이 2000억원대에 달하는 데다 자사가 보유한 기술로 아라미드 섬유를 제조하면 배상금을 보충할 만한 매출 증대를 이룰 수 있을 것으로 보여 3억6,000만달러 규모의 배상금을 지급하고 소송을 마무리짓는다면 '남는 장사'라는 것.

'꿈의 소재'로 불리는 아라미드 섬유는 강철보다 강도가 5배나 강하고 열에 강해 방탄·방한·방열복과 항공우주 분야에 쓰인다.

현재 아라미드 섬유 제조기술은 코오롱과 듀폰, 일본 섬유업체 데이진 등 소수 업체만 보유하고 있다. 코오롱은 지난 2005년 '헤라크론'이라는 브랜드로 아라미드 시장에 뛰어들었다. 

아라미드 섬유의 시장 규모는 연간 2조 원 규모로 추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