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와 청소년의 행복도에는 학업 성적이나 가정의 생활수준보다 부모와의 관계가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연세대 사회발전연구소 염유식 교수팀이 1일(한국시간) 발표한 '2015 어린이 청소년 행복지수 국제비교 연구'에 따르면, 지난 3∼4월 초등학생 2,091명, 중학생 2,611명, 고등학생 2,829명 등 제주도를 제외한 전국에서 초등 4학년∼고교 3학년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이 같이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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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팀은 '매우' 혹은 '대체로' 행복하다고 응답한 정도를 따져 1점 만점으로 '행복도'를 조사했는데, 가정형편이 나쁘거나 성적이 나빠도 부모와의 관계가 좋을 때가 가정형편이 좋거나 성적이 좋아도 부모와 관계가 나쁠 경우보다 행복도가 높았다.
가정형편이 '중'이더라도 부모와의 관계가 나쁜 경우(0.78점)와 부모와의 관계가 좋은 경우(0.91점)의 점수 차이가 크게 났다.
가정형편이 '하'이더라도 부모와의 관계가 좋은 경우(0.82점)가 가정형편이 '상'이지만 부모와의 관계는 나쁜 경우(0.80점)보다 높게 나타났다.
또 성적이 좋지만 부모와의 관계가 나쁠 때의 행복도는 0.81점인 데 반해 성적은 나쁘지만 부모와의 관계가 좋은 응답자의 행복도는 0.91점이었다.
조사 대상 5명 중 1명꼴인 19.8%는 자살 충동을 느낀 적이 있었다고 답했는데, 초등학생의 14.3%, 중학생의 19.5%, 고등학생의 24.0%에 달했다.
자살 충동을 경험한 이유로는 '부모와의 갈등'(초등학생 44.0%·중학생 44.4%·36%)이 가장 많았다. 부모와의 갈등 문제가 모두 1위를 차지했다. 부모와의 관계가 역시 가장 중요하게 나타난 것.
이어 초등학생들은 '주위 무관심'(10.1%)을, 중학생은 '친구 갈등'(12.7%)을, 고등학생은 '성적하락'(19.3%)을 각각 자살 충동의 두 번째 이유로 들었다.
또 초등학생의 경우 스마트폰을 지나치게 사용하거나 전혀 사용하지 않는 것보다 적당하게 사용할 경우 공부 스트레스를 덜 받는 것으로 조사됐다.
공부 스트레스를 느낀다고 답한 학생들은 스마트폰을 3시간 이상 사용하는 경우(12.4%) 뿐 아니라 전혀 사용하지 않는 경우(8.4%)도 높은 편이었지만, 스마트폰 사용시간이 1시간 미만(5.1%)이거나 1∼3시간(5.8%)일 때는 상대적으로 낮았다.
초등학생들은 또 잠을 자는 시간이 길수록 자살이나 가출 충동이 낮았다.
가출충동은 수면시간이 8시간 미만인 경우 25.9%이나 됐지만 8∼9시간인 경우는 16.4%, 9시간 초과일 때는 13.9%로 수면시간이 길수록 낮아졌다.
마찬가지로 자살 충동도 수면시간 8시간 미만일 때 20.4%, 8∼9시간일 때 12.8%, 9시간 초과일 때 12.3% 등으로 수면시간이 길수록 낮아졌다.
연구팀은 또 자신의 건강 상태에 대한 판단, 학교생활에 만족하는 정도, 삶에 대해 만족하는 정도, 소속감·외로움을 느끼는 정도를 파악해 '주관적 행복도'를 조사했는데, 한국은 지난 2006년 첫 조사 이후 처음으로 올해 최하위를 면했다.
OECD 평균을 100점으로 할 때 한국 어린이·청소년의 주관적 행복도는 90.4점으로 지난해의 74점보다 16.4점이나 상승했다. 순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23개 회원국 중 19위였다.
한국은 그 동안의 조사에서는 60점대 중반~70점대 중반의 점수에 머무르며 가장 낮은 점수를 받았는데, 이례적인 결과다.
주관적 행복도가 가장 높은 국가는 스페인이었으며 네덜란드, 스위스가 2∼3위에 올랐고, 미국의 점수가 가장 낮았다.
염유식 교수는 "한국의 점수가 상승한 것은 한국 어린이·청소년이 스스로 느끼는 행복도가 향상된 것과 기준이 되는 다른 OECD 국가의 행복도가 낮아진 것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한편, 사회발전연구소는 지난 2009년 이후 매년 한국방정환재단의 지원을 받아 같은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