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때 조선인 강제징용이 이뤄진 일본 산업시설들이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에 등재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유네스코 산하 국제 기념물 유적협의회, '이코모스(ICOMOS)'가 메이지 시대 일본의 산업혁명 유산 23곳을 세계 문화유산으로 등록하도록 유네스코에 권고했다고 교도통신 등 일본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Like Us on Facebook
이코모스는 에도시대부터 메이지 시대에 걸쳐 조성된 일본의 산업시설들이 서양기술을 적극적으로 개량해 불과 50년 만에 본격적인 산업화를 달성한 것이 평가받을만 하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한국 정부는 조선인 강제징용 현장이 세계 문화유산에 등록되는 것은 인류보편적 가치를 지닌 유산을 보호하는 세계유산협약의 기본정신에 위배된다는 점을 들어, 위원국가들을 상대로 등록 반대 외교전에 나섰다.
대표적으로 '지옥도'라는 별칭이 붙은 하시마(端島) 탄광은 극악한 노동환경으로 악명높았다.
하시마 탄광은 깊이가 최대 지하 1천m 이상에 달해 채탄 작업 중 바닷물이 갱내로 흘러 들어오는 상황이 반복됐고, 응축된 메탄 가스가 암벽을 뚫고 분출되는 현상도 잦았다. 작업 중 갱 천장이 붕괴되거나 암석이 떨어지는 등의 사고도 비일비재했다.
최악의 작업 환경에 투입된 노동자는 주로 조선인이나 중국인으로, 이들은 외부와 철저히 격리된 채 하루 12시간 이상의 혹독한 노동에 시달려야 했다.
또 나가사키 조선소는 군국주의 시절 일본군의 전쟁 수행을 전면적으로 지원하며 '무사시' 등 각종 전함을 건조한 것으로 유명하다. 이 조선소는 현재도 민간 선박 뿐 아니라 자위대 함정을 다수 건조하고 있다.
하시마 탄광이나 나가사키 조선소에 동원된 조선인의 고통은 지독한 강제노동만이 아니었다.
이들 시설에 동원된 조선인 중 다수는 1945년 8월 나가사키시에 원자폭탄이 투하되자 시내 복구작업에 투입됐다가 방사능에 피폭되기도 했다.
세계유산 등록의 최종 결정은 오는 7월초 독일에서 열리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회의에서 이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