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간 계속되고 있는 세계적인 '환율전쟁'에서 일본과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이 승자로 꼽히고 있다.

특히 일본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 출범 이후 지금까지 달러화 대비 엔화가치가 30% 가까이 떨어지고 수출도 호조를 보여 최대 승자라는 평가다.

Like Us on Facebook

반면, 한국은 미국, 일본, 유로존 등 경제대국들의 양적완화로 인해 촉발된 환율전쟁으로 원화가치가 오르면서 한국 경제의 중추인 수출이 크게 감소하는 불이익을 당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한국은 오히려 미국 등에 의해 대표적인 외환시장 개입 국가로 지목되고 있다.

한국, 특히 한국 통화 당국(한국은행)의 통화 정책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26일 블룸버그와 일본 재무성에 따르면, 최근 몇 년간 환율전쟁에서 최대 승자는 '아베노믹스'의 일본으로, 아베 정권이 집권한 2013년 이후 지금까지 달러 대비 엔화 가치는 29.2%나 급락했다.

또 엔화 대비 원화 가치는 아베가 집권한 2013년 이후 지금까지 36.0% 급등했다.

이에 따라 일본의 연간 수출은 아베 집권 전인 2012년 63조7,476억 엔에서 2014년 73조930억 엔(약 660조원)으로 2년간 14.7%나 급증했고, 올해 1분기에도 전년 동기 대비 9.1% 증가하며 호조를 이어가고 있다.

일본 최대 기업인 도요타는 2014회계연도(2014년 4월∼2015년 3월)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20.0% 증가한 2조7,505억 엔에 달하면서 2년 연속 최고치를 경신했다.

일본의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전분기 대비)도 0.6%로 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며 아베 정권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지난 2010년 유럽 재정위기 이후 오랜 경기침체로 위기를 겪어왔던 유로존도 최근 유럽중앙은행(ECB)의 대규모 양적완화로 인해 달러 대비 유로화 가치가 작년 하반기 이후 지금까지 19.3%나 떨어졌다.

유로화 대비 원화 가치는 작년 하반기 이후 지금까지 14.71% 뛰어올랐다.

유로존은 이처럼 환율전쟁에서 승자로 떠오르며 경제가 회복세를 타기 시작했다.

유럽통계청(유로스타트)에 따르면 유로존의 유로화 기준 수출은 작년 하반기에 전년 동기보다 3.6% 늘어난 데 이어 올해 1분기에도 4.8% 증가했다.

유로존 1분기 성장률도 0.4%(전분기 대비)로 2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에 비해 한국은 원화강세로 인한 가격경쟁력 하락으로 한국 경제의 최대 동력인 수출에 큰 타격을 입고 있다.

한국의 수출은 올해 1∼4월에 전년 동기 대비 4.3% 줄어들었는데, 특히 감소율이 1월 0.9%, 2월 3.3%, 3월 4.3%, 4월 8.1%로 시간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이 같은 원화 강세에도 한국은 오히려 외환시장 개입 국가로 분류되고 있다.

미국 재무부는 지난달 주요 교역국의 경제·환율 정책 반기 보고서에서 한국 정부가 원화 절상을 막기 위해 작년 여름 외환시장에 강하게 개입했고 작년 12월과 올해 1월에도 개입을 재개했다고 주장하면서 한국을 대표적인 외환시장 개입 국가로 지목하고 시장 개입을 줄이라고 요구했다.

그러면서 한국 당국이 원화 추가 절상을 허용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미국이 엔화·유로화의 약세로 혜택을 보고 있는 일본과 유로존을 비판하지 않으면서 오히려 원화 강세로 수출에 타격을 입고 있는 한국을 압박하고 나선 것은 엔화와 유로화는 일본과 유로존의 통화완화로 인한 것인 반면 한국은 통화완화에는 나서지 않으면서 원화 강세가 심각해지자 외환당국의 직접적인 개입으로 방어에 나선 탓이다.

미국 등 국제사회는 통상 금리인하·양적완화 등 통화완화를 기본적으로 내수경기 부양을 위한 정당한 정책으로 평가하며, 이에 따른 통화 약세도 부산물 정도로 여긴다.

실제로 작년 11월에는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과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가 11월 일본은행과 유럽중앙은행(ECB)에 경기 회복을 위한 통화완화 정책을 권고하면서 일본·유로존의 통화완화를 지지하는 입장을 지속해왔다.

미국은 또 문제의 재무부 환율 보고서에서도 일본·독일 등에 대해 내수를 부양해 과도한 경상흑자를 줄이라고 주문하면서 이를 위한 정책 수단으로 통화완화를 적극적으로 지지했다.

IMF의 경우도 한국과의 연례협의(Article IV Consultation) 결과 발표에서 한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3.1%로 낮추고 추가 통화완화와 재정지출 확대 등을 주문하는 등 한국에도 경기 회복을 위한 추가 통화완화 정책을 촉구하고 있다.

반면 당국의 외환시장 직접 개입에 대해서는 시장을 교란하는 행위로 판단해 강력하게 비판한다.

결국 한국의 통화당국이 통화완화 정책에는 소극적인 가운데 원화 강세로 인한 수출 타격에 대해 외환당국의 외환시장 적극 개입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이 비판의 빌미를 제공한 셈이다.

당분간 일본과 유로존 등의 통화완화 정책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어서, 원화 강세와 관련 한국 통화당국의 적절한 대응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