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가 미국과 유럽연합(EU)의 외교 각축장이 되는 양상이다.
파올로 젠틸로니 이탈리아 외무장관은 12일(현지시간) 쿠바 수도 아바나를 방문해 브루노 로드리게스 외무장관과 경제 교류를 논의했다고 쿠바 공산당 기관지 그란마가 13일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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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측은 과학, 문화, 교역, 투자, 관광, 재생 에너지 등 다양한 분야의 협력 가능성을 논의했다.
젠틸로니 장관은 중소 규모 기업들의 교류를 중심으로 한 상호 경제 협력을 증진하는 한편 아바나와 함께 쿠바 제2의 도시인 산티아고에 쿠바의 문화유산을 복원하는 사업을 지원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로드리게스 장관은 바이오테크놀로지와 의약산업 개발에 쿠바의 잠재력을 이탈리아가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젠틸로니 장관은 이어 라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을 예방해 경제 협력과 양자 관계 발전에 관한 의견을 주고받았다.
이탈리아는 1903년 쿠바와 외교 관계를 수립했다가 베니토 무솔리니의 파시즘 정권이 들어선 1941년 단절됐으나 1945년 다시 회복했다.
특히 미국이 작년 말 쿠바와 53년 만에 외교 관계를 정상화하기로 한 뒤 협상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면서 EU 회원국들의 쿠바 행보도 가속화하고 있다.
미국 국무부 서반구 담당 로베르타 제이콥슨 차관보는 16일 아바나에서 호세피나 비달 쿠바 외교부 미국 담당 국장을 만나 외교 정상화 관련 3차 협상을 벌일 예정이다.
이번 3차 협상은 1,2차 협상 때와 달리 갑작스럽게 잡혔는데다 협상 기간도 다소 긴 사나흘이 될 것으로 국무부는 예상했다.
미국 국무부는 내달 파나마에서 열리는 미주기구(OAS) 정상회의에 앞서 아바나 주재 미국 대사관을 개관하는 것을 목표로 잡고 있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오는 5월 역사상 처음으로 쿠바를 방문하기로 했다고 프랑스 대통령실이 지난 3일 발표했다.
지난 2월에는 호세 루이스 로드리게스 사파테로 스페인 전 총리가 미겔 앙헬 모라티노스 스페인 전 외무장관과 함께 아바나를 방문해 라울 카스트로 의장을 만났다.
스페인 정부는 EU 회원국들이 '쿠바 시장'을 미국에 선점당하지 않으려면 주도권을 잡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EU측은 이달 초 아바나에서 정치적 대화 재개와 경제 협력 협약을 마무리 짓기 위한 3차 협상을 진행했다.
EU는 미국에 앞서 작년 2월 쿠바와의 경제 협력 증진과 정치적 대화 재개 등 관계 정상화를 하기로 하고 관련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EU 는 1996년 채택된 '공동외교 입장'에 따라 쿠바의 인권 침해를 이유로 관계를 제한하다가 2003년 쿠바 정부가 반체제 인사 75명을 투옥한 데 대한 항의로 관계를 완전히 단절한 뒤 투옥 인사들이 석방되자 2008년부터 대화를 개재했다.
미국과 유럽의 이러한 움직임에 일본도 끼어들고 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12일 수도 도쿄를 방문한 리카르도 카브리사스 루이스 쿠바 각료회의 부의장을 만나 경제분야에서 관계를 강화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일본의 200여 개 기업은 루이스 부의장이 1주일간 일본을 방문하는 동안 쿠바 투자 세미나를 개최하기도 했다.
일본의 이러한 움직임은 쿠바와 전통의 동맹으로 굳건한 관계를 유지하는 중국에 견제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