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를 안 낳는 건 '경제적'이유 때문만은 아니다

육아예능이 인기를 끈 지도 꽤 됐다. '슈퍼맨이 돌아왔다'에서 맹활약을 펼치는 서준, 서언을 보면 나도 아이를 두세 명은 낳아야 할 것 같은 의무감마저 든다. 그만큼 아기들은 귀엽고 사랑스럽기 때문이다. 하지만 귀엽다 귀엽다 탄성을 내뱉는 시청자와 달리, 부모인 이휘재와 문정원은 등에서 땀이 마를 일이 없다. 그리고 육아가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 중 하나란 것은 시청자들도 모두 알고 있다. 1.25에 불과한 한국 출산율이 이를 반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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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를 출산하는 건 첫 아이를 낳는 것 이상으로 심리적 부담을 준다. 학술진흥재단이 발표한 <부모역할의 보상/비용과 둘째 자녀 출산계획>에 의하면 무자녀에서 첫째 자녀 출산 계획을 세울 때보다, 한 자녀 출산 계획에서 더 많은 조건이 요구된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둘째 자녀를 계획할 때는 첫째 자녀보다 더 많은 것을 고려하는 신중한 태도를 보인다는 것이다.

원인은 다각적이다. 출산 및 양육 과정에서 경험하게 되는 심리적 스트레스와 부담감, 부부간 자녀양육에 대한 의견 차이, 자녀의 가치와 같은 심리사회적 특성이 영향을 미치며, 경제적 요인 역시 출산 과정에 크게 개입하는 요소 중 하나다. 주식회사 '이플러스'의 설문 결과에서 '큰 아이 정서를 위해 둘째를 낳겠다.'라는 질문에 그렇다고 응답한 비중은 74.8%나 되었으나, 동시에 '경제적 부담으로 출산이 어려울 것 같다.'라고 응답한 비율도 45.6%를 차지했다.

실제로 이 보고서는 둘째 출산의 '직접적 보상' (부부관계와 노후의 경제적 부분, 가문 유지, 시회적 의무)과 '정서적 보상' (심리적, 정서적 위안 등)의 두 항목으로 나누어 어느 쪽 유인이 더 큰지 조사했으며, 이외에 자녀의 월평균 사교육비와 영유아보육비, 주말평균 가사일과 자녀양육에 쏟는 시간 등 경제적, 시간적 비용을 독립변수로 적용했다.

그 결과 20~30대의 젊은 부부는 자녀에 대한 정서적 가치를 높게 지각하는 동시에, 자녀가 부모의 자유를 제약한다고 지각하는 경향이 강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교육 수준과 소득이 높을수록 이 같은 경향은 뚜렷하게 나타났다. 반면 나이가 비교적 많거나 교육 수준, 소득 수준이 낮은 경우 자녀 출산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보단 보상이 더 많다고 지각했다.

지원금 보단, '부모 역할'에 대한 인식 변화가중요 

또한 자녀 양육에 드는 비용이 높을수록 둘째 자녀 출산 계획은 줄어들었다. 그런데 사회경제적 지위에 따른 비용 지출의 실태를 파악한 결과, 소득 수준이 높은 집단에선 보육비와 사교육비에서 다른 계층보다 유의미하게 많은 비용을 이미 첫째 아이에게 투입하고 있었으며, 자녀 양육 비용에서 집단 간 격차는 자녀의 연령이 증가함에도 불구하고 줄어들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이 많은 가구에서도 자녀 양육비가 출산 수준을 방해하는 작용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다만 둘째 출산에 영향을 미치는 소득효과가 경제적 비용만을 매개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었다. 보육비와 사교육비 지출 등 금전적 차이 외에 부모역할에 대한 인식도 큰 영향을 끼친 것이다. 가령 소득 수준이 낮은 집단은 부모 역할에 대한 실질적, 정서적 보상을 높게 지각하고 있었음에도 경제적 형편을 고려해 둘째 출산을 기피했고, 소득 수준이 높은 집단은  보육비, 사교육비 등에 지출할 자금이 충분함에도 불구하고, 개인의 삶을 중시하고 자녀를 자신의 미래에 대한 걸림돌로 보는 등 부모역할에 있어 부정적 인식이 크게 나타나 둘째 출산 비중이 낮았다.

이 보고서는 최근 자녀 출산과 양육에 대한 담론이 지나치게 자녀양육의 부담과 경제적 어려움에 초점이 맞추어지면서 부모역할의 보람과 기쁨에 대해 외면한 측면이 있음을 주지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자녀 교육비 지원 등 실질적 재정정책과 함께, 부모역할을 긍정적으로 볼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와 문화적 기반을 다지는 것이 시급하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