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사유가 개인사가 아닌, '오너리스크'가 되는 이유?

SK그룹주가 약세를 보이고 있다. SK텔레콤[017670]은 유가증권시장에서 전 거래일보다 3.48% 내린 22만2천원에 거래되었고,  같은 시각 그룹 지주회사인 ㈜SK는 0.59% 내린 25만3천원에, SK이노베이션[096770]은 1.14% 하락한 13만원에 각각 거래됐다. 이밖에 SK케미칼[006120]은 6만9천400원으로 0.43% 하락하는 등 SK그룹주가 대부분 약세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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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최태원 회장이 이혼 의사를 밝혔기 때문으로 보인다. 최 회장은 세계일보에 보낸 편지에서 "노 관장과 십 년이 넘게 깊은 골을 사이에 두고 지내왔고 노력도 많이 해보았으나 그때마다 더 이상의 동행이 불가능하다는 사실만 재확인될 뿐 상황은 점점 더 나빠졌다"며 이혼의사와 함께 혼외자가 있다는 사실을 밝혔다.

SK의 경영 승계 과정은 다소 특이한 면이 있다. 1973년 창업주 최종건 회장이 타계하며 경영권을 동생 최종현 회장에게 물려주었고, 1988년엔 최종현 회장의 차남 최태원 회장이 당시 유력한 대통령 후보던 노태우의 장녀 노소영 씨와 결혼하며 노태우 정부의 든든한 지원을 받게 되었다. 당시 세간에선 SK가 제2이동통신 사업권을 획득할 당시 주위로부터 정경유착이란 비난을 받기도 했다. 지금의 대기업 SK그룹이 서는 과정에 가장 큰 힘을 미친 사람이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 이야기는 지난 2012년 이후 꾸준히 지면을 타고 있었으나, 노 관장의 배경을 생각했을 때, 근시일 내에 이혼이 진행될 거란 예상은 하기 힘들었으며, 더욱이 혼외자식이 있다는 증언은 쉽게 예상하지 못한 충격적인 것이었다. 가정사가 개인의 일에 머물지 않고 주가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은 최 회장의 행보가 도리적으로 받아들이기 힘든 면이 있기 때문일 거다.

오너가의 이혼으로 인해 SK그룹이 받게 될 직간접적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이혼 소송 진행과 위자료 지급 과정에서 최 회장이 소유한 SK 지분이 갈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최태원 회장이 보유한 개인 재산은 대부분 SK 지분으로 구성돼 있기 때문이다.

재벌닷컴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 회장은 SK 23.4%, SK케미칼 0.05%, SK케미칼우 3.11% 등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최 회장이 보유한 이들 계열사 지분 가치는 SK 4조1천905억원 등 총 4조1천942억원에 이른다. 최 회장은 40억원대의 자택을 빼고는 다른 부동산은 거의 없다.

노 관장은 현재 SK 0.01%(21억9천만원), SK이노베이션 0.01%(10억5천만원) 등 32억4천만원어치의 계열사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런 보유 지분 자체는 그룹 지배력에 영향을 미치는 수준은 아니다. 그러나 노 관장이 재산분할을 할 때 현금이나 다른 자산보다 그룹 성장 과정에서의 기여도를 주장하며 SK텔레콤 등의 지분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는게 증권가의 관측이다.

흔히 기업 위기 극복에는 '오너 경영'이 전문경영인보다 더 효과적이라고 알려져있지만, 오너 자체가 기업의 위기 요인이 될 경우엔 '오너리스크'의 오명을 피할 수 없다. 윤리경영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증가하는 현대 사회에선 더욱 그렇다. 독일의 사회학자 '울리히 벡'은 현대사회의 특성을 '위험사회(Risk Society)'라고 표현했다. 여기서 위험은 예측하기 어렵고 불안감을 낳는 데다, 감지되지도 않는 것이다. 여기선 경영자의 비윤리적 행동까지 기업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울리히는 "기업이 쓰러지는 가장 큰 이유는 오너의 오만과 비윤리적 행위."라며 "내부에서 끊임없이 지적되는 위험에 대한 목소리나 경고음을 무시하는 것이 문제가 된다."라고 말했다. 기업을 이끌고 책임져야 하는 경영자는 자신의 행동부터 조심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