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경영자가 불확실성을 잠재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부인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과의 결혼생활을 지속하기 어렵다는 심경을 털어놨다.

최 회장은 최근 세계일보에 보낸 A4지 3장 분량의 편지엔 이 같은 사실과 함께, 혼외자식이 있다는 고백이 적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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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보도 후 SK 그룹 계열사 주가가 잇따라 하향세를 보이는 등 타격을 입고 있다.

독일의 사회학자 '울리히 벡'은 현대사회의 특성을 '위험사회(Risk Society)'라고 표현했다. 여기서 위험은 예측하기 어렵고 불안감을 낳는 데다, 감지되지도 않는 것으로, 자연재해, 예상치 못한 사고, 전쟁, 질병 등 수많은 외부 변수가 개입해 발생한다. 그리고 이번 경우엔 기업 오너 자체가 기업의 위기 요인이 되었다.

이처럼 불확실성이 확대될수록 윤리경영은 힘을 발휘한다. 자유시장 경쟁체제는 판매자와 구매자 간 신용에 기초를 두기 때문이다. 신용이 깨지면 신용거래가 성립될 수 없고, 신용거래가 이루어지려면 쌍방이 일정한 수준의 윤리성을 지켜야 한다. 윤리가 지켜지지 않으면 상호 신뢰할 수 없으며, 거래가 발달될 수도 없다. 즉 자유시장 체제 하에서는 기업의 존립과 발전을 위해 기업 윤리를 확립해야 하는 것이다.

적지 않은 기업들이 아직도 사회적 정당성과 기업 효율성을 이율배반적인 것으로 보고, 이윤을 추구하기 위해 사회적 책임을 저버리는 행위를 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비윤리적 경영은 기업에 큰 타격을 주었다. 최근에도 몽고식품 김만식 회장의 운전기사에게 장기간에 걸쳐 폭행과 욕설을 한 사실이 드러나 100년 넘은 장수 기업이란 좋은 이미지를 날려버린 사례가 있다.

특히 기업 규모가 커짐에 따라 기업이 경제를 주도하게 되고, 기업 활동이 사회발전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오늘날의 자유시장 경제체제 하에선, 기업의 윤리적 행위는 자유시장 경제체제의 유지와 발전에 근본적으로 연결된다. 여기엔 법적, 경제적 책임은 물론, 사회통념상 기대되는 윤리적 행동과 책임에 대한 수행도 포함된다. 최 회장의 외도와 이혼이 법으로 심판받을 사항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기업 경영에 악영향을 미치는 이유는 윤리적 책임을 다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기업이나 경영자가 비윤리적 행위를 한 결과 입게 되는 손실은 크게 대외적 손실과 대내적 손실 두 가지로 나타난다. 대외적으론 회사의 신용도가 떨어져 매출이 감소해 수익이 감소하고, 대내적으론 종업원의 긍지와 충성도, 근로 태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는 생산성과 품질의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로 전경련에서 국내 30대 그룹에 속하는 기업을 대상으로 '기업 윤리와 성과 간 관계'를 분석한 결과, 전담부서를 설치해 윤리경영을 적극 실천한 기업은 그렇지 않은 기업보다 영업 이익률이 40%가량 높은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기업과 경영자의 윤리관은 윤리강령을 발표하거나 종업원 행동지침을 만드는 것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윤리원칙에 의해 행동하고 윤리를 우선하는 경영을 하려면, 무엇보다 경영자, 혹은 오너 자신이 높은 수준의 윤리적 가치를 함양할 필요가 있다. '선량함' 역시 경영자에게 필요한 훌륭한 자질이다. 임직원은 물론, 소비자까지 경영자의 윤리성을 신뢰할 수 있을 때, 기업은 불확실한 경제 상황에 흔들리지 않고 대응해나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