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5일 눈물까지 흘리면서 강력한 총기거래 규제를 담은 행정명령을 발표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과거 총격사건 희생자들의 유족, 총기규제 활동가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행정명령을 공식 발표하고 지지를 호소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특히 이날 발언을 이어가면서 총기 문제에 대해 점점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기 시작했고, 마침내 눈물을 흘리기에 이르렀다. 그러면서 총기 폭력에 대해 강하게 비난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현실적으로 넘어서기 쉽지 않은 법적, 정치적, 논리적 장벽들을 감정에, 눈물로 호소함으로 넘어서려 한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 대통령은 자신의 임기 동안 가장 중점적으로 추진해왔던 총기 규제가 번번이 막힌 것에 대한 좌절감과 총기 규제로 죽어가는 어린이 등 미국인들에 대한 안타까움으로 인해 감정적 호소를 하게 됐고, 눈물까지 흘리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당장 공화당 대선후보 등이 대통령이 될 경우 행정명령을 철회할 것이라고 나섰고, 총기를 규제하기 위해 이번에 내놓은 행정명령의 실효성도 떨어진다는 분석이다.
미국의 총기규제는 갈 길이 멀어 보이지만,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총기 규제에 찬성하고 있어, 차기 대통령이 힐러리 전 국무장관이 될 경우 오바마 대통령의 총기 규제 정책을 더 강력하게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행정명령을 발표하면서 "미국인이 총기난사 사건에 점점 둔감해지고 있으며, 총기 이슈는 미국에서 가장 양극화되고, 당파적인 논의가 됐다"면서 "우리는 급박함을 느껴야 한다.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다. 그리고 아무런 행동을 하지 않는 게 더는 변명이 될 수 없다"고 호소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총기 로비가 의회를 인질로 삼고 있다고 비난하면서 "미국인을 인질로 삼아서는 안 된다"며 "이 조치는 사람들에게서 총을 빼앗으려는게 아니라 신원조회를 거쳐 총기를 사도록 하는 것이다. 문제는 일부 총기 판매인이 다른 규정에서 활동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어 총기난사 사건으로 인해 숨진 샌터바버라 대학생들과 콜럼바인 고등학생들에 이어 3년 전 일어난 코네티컷 주 뉴타운 샌디훅 초등학교 총기난사를 거론하다가 갑자기 감정이 북받치는 모습을 보이면서 눈물을 보이기 시작했고 "2012년 12월 집단 총기난사사건으로 숨진 초등학교 1학년생 20명을 생각하면 미칠 지경"이라고 말하는 대목에서는 결국 눈물을 쏟고 말았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어 결연한 표정으로 "우리는 시민을 보호하기 위해 총기 로비에 맞서야 한다"며 "우리는 주지사와 입법가들, 비즈니스맨들에게 우리 공동체를 안전하게 만들기 위해 나름의 역할을 할 것을 촉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공개된 행정명령의 핵심내용은 총기 박람회와 인터넷, 벼룩시장 등에서의 총기 구매자에 대한 신원조회를 의무화하는 것이다.
모든 총기 판매인이 연방정부의 면허를 얻어 등록하고 구매자의 신원조회를 의무화함으로써 '총기 박람회'와 온라인, 벼룩시장 등을 통한 총기의 마구잡이 거래를 차단해 끊이지 않는 총기폭력 희생자를 줄이겠다는 것.
이런 방식으로 총기를 판매하는 이들까지도 '총기 판매인'으로 연방당국에 등록하도록 강제하고 구매자에 대한 신원조회 의무를 부과, 총기가 범죄자나 정신이상자의 손에 흘러들어가는 것을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또 행정명령은 현행 총기관련법의 집행을 한층 강화하도록 하는 한편, 주무 기관인 '주류·담배·화기단속국'(ATF) 요원의 충원과 총기 구매자의 정신건강 점검 등을 위한 5억 달러가량의 예산을 의회에 요청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ATF는 조만간 행정명령을 집행할 세부 지침을 발표할 예정인데, 지침에는 판매 장소에 상관없이 총기를 파는 사람은 누구나 '총기 판매인'으로 간주하는 내용이 담길 전망이다.
이 행정명령에 따라 연방수사국(FBI)도 신원조회 인력을 230명 보강하기로 했다.
그러나 공화당 대선 주자들을 비롯한 총기규제 반대론자들은 "의회를 우회한 편법", "총기 소지를 인정한 수정헌법 2조 위반" 등으로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일각에서는 2016년 대선에서 공화당이 집권할 경우 이 명령이 곧바로 폐기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정치전문매체인 '더 힐'은 "이 조치가 2013년 입법에 실패했던 법안에 담긴 '보편적 신원조회'에 크게 못 미치는데다가, 규칙이나 규제가 아니어서 차기 대통령이 백지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공화당 유력주자인 도널트 트럼프는 "대통령이 되면 거부권을 행사하겠다"며 이 행정명령을 백지화할 것임을 예고했고, 경선 주자인 마르코 루비오(텍사스) 상원의원도 전날 아이오와 주 유세에서 "이는 수정헌법 2조에 저촉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트럼프는 총기를 규제하려는 오바마 대통령의 노력의 배후에 있는 컨셉이 잘못됐다는 것이지 감정이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런 말을 하면 자신의 지지율이 5%포인트 떨어질 수도 있겠지만, 오바마 대통령의 눈물은 진심어린 것이었다고도 말했다.
공화당 출신 폴 라이언 하원의장은 성명에서 "대통령이 무슨 말을 해도 그의 말이 수정헌법 2조를 능가할 수 없다"며 "이 명령은 앞으로 법정의 시험대에 서게 될 것임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공화당의 반발을 넘어 이번 행정명령 자체가 총기 사건을 막는 데 있어서 실효적 조치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총기난사 사건에 사용된 총들이 '총기 박람회' 등을 통해서가 아니라 대개 총기판매상에서 합법적인 방식으로 구입했거나, 또는 친구나 가족, 길거리에서 불법적으로 취득된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민주당의 유력 대선주자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오바마 대통령의 총기 정책을 이어 받아 총기 문제를 해결해나가겠다는 뜻을 분명히 해, 보다 강화된 총기 규제 정책들이 나오기 위한 의미 있는 발걸음이 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이날 뉴햄프셔 주 유세에서 "대통령에 당선되면 오바마 대통령의 총기규제 정책을 이어가겠다"며 오바마 대통령에 힘을 실었다.
이어 그는 트위터에도 "오바마 대통령이 총기 폭력과 관련한 중요한 발걸음을 내디딘데 감사하며 차기 대통령이 그 진전을 이어가자"고 말했다.